최근 버지니아 주의회 개원에 앞서 열린 11일 연례조찬기도회에서 대표기도를 맡은 마크 김 버지니아 주하원의원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쓰신다는 것을 알기에 기도로 많이 준비했다.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1988년 대학졸업반때 미 정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고 2009년에 400년 버지니아 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 주 하원의원이 됐다. 지난해 3월에는 민주당이 선정한 10명의 떠오르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으며 2011년 버지니아 주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신앙에 대해 피력하면서 “정교분리 원리에 입각해 종교가 정치에 크게 관여하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감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김 의원은 목회자인 아버지를 따라 월남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월남이 공산화되면서 다시 호주와 미국의 이민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모태신앙이지만 한 때 신앙의 방황기를 거치기도 했다는 김 의원은 “의심했지만 다시 하나님께 돌아온 경험 때문에 이제 목숨을 바쳐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정치인이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입니다. 저는 집안이 잘난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특별히 없는 어떤 면에서 봐도 부족한 사람이에요. 겸손하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모든 면에서 실패했고 실패할 사람이었는데, 성공하게 됐다는 것은 하나님이 선택해서 이 곳에 세우신 거라고 밖에는 다른 설명 방법이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재선까지 했는데 다음 목표는 어디냐’고 묻지만 늘 ‘제로(0)’라고 대답한다”는 김 의원은 “지금까지 그랬듯 내 달란트를 최대한 장사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할 일이다. 그 이후의 일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주 수요일 주하원의장, 주지사, 부주지사, 법무부장관이 함께하는 아침 성경공부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위에 관계없는 하나님 자녀로서의 자유를 의회에서도 누리고 있다는 그.
김 의원은 정치인을 꿈꾸는 차세대들에게 “정치인은 왕이 아니라 목자가 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좋은 목자는 양이 따라오지만 군림하려하고 명령하는 지도자는 오히려 외면 당한다. 진짜 희생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목자의 마음으로 이끄는 기술이 정치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마크 김 버지니아 주하원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얼마 전 버지니아 하원 연례조찬기도회에서 대표기도를 했다.
큰 영광이었다. 준비하면서 기도 많이 했다. 내가 드러나면 안되고 나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 1천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메웠다.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버지니아 주의회는 보수적 백인 중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09년 당시 아시안계 첫 당선자였는데 현재 의회에 아시안은 몇명이 있나?
나를 포함해서 2명이다. 이번에 당선된 필리핀계 친구가 있다. 백인이 대부분이고 흑인계 정치인이 13명 정도 있다.
-어떤 기도를 했는지 궁금하다.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한 것처럼 우리도 이 임기를 마치는 때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다른 종교인들도 참석했기 때문에 기독교 색채가 강하지 않은 기도를 하려고 했다.
많은 도전 가운데에도 우리가 하는 일에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당신을 드러내는 일이 되게 해달라고 하면서 우리가 백인이든 이민자이든 주지사이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 라고 기도했다.
-정치인으로서 신앙을 밝히는 것이 망설여지지는 않나?
정교분리 면에서 너무 밝힐 것은 아니지만 숨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신앙 여정을 이야기 해줄수 있나?
신앙의 유형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태신앙을 통해 꾸준히 신앙을 이어온 경우와 하루 아침에 드라마틱한 체험을 해서 변한 경우가 있다.
저는 모태신앙이고 아버지가 목사님이라 어린시절부터 교회에서 활동하면서 의심없이 지냈다. 그러다 10대 때 ‘하나님이 있다면 왜 이렇게 우리 가족이 곤욕을 치르며 살게 하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재정적 어려움이 몰려오고 육체적 피로감이 지속되면서 왜 우리를 더 평화롭게 하지 않나 하며 하나님을 의심하고 방황했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까 과연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 세상의 힘든 것, 가난한 것, 전쟁을 직접 내 눈으로 보게 하시고 가족이 헤어지고 술 담배와 유혹에 빠지는 삶을 직접 보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나의 역할과 미션을 더 뚜렷하게 한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모태신앙이 더 강해진다. 성경을 알았다가 한번 의심하고 다시 믿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제 목숨을 걸고 하나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앙을 기반한 신념이 정치를 하면서도 드러나나?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일하신다는 것,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원하신다는 것을 늘 되새기고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해달라고 기도 많이 한다.
나의 살아온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여기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집안이 잘난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특별히 없는 어떤 면에서 봐도 성공할 사람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실패했었고 실패할 사람이었다.
특히 버지니아 주의회는 400년 역사를 가진 백인 중심 보수적인 의회로 유명하다. 대대로 정치한 집안에서 정치인이 뽑히는 경우가 많다.(김 의원은 버지니아주하원의회 최초 아시안계 정치인으로 선출됐다.)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하나님이 선택해서 세우신 것이라는 것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무대에 하나님이 세우셨고, 100%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이후 정치적 최종 목표나 계획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하원의원에 2번이나 당선됐는데 다음은 뭐냐?’고 묻기도 하고, ‘연방으로 더 크게 나가자’고 북돋기도 하지만 저는 늘 ‘제로(0)’라고 답한다. 이제까지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기 때문에 앞으로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갈 것이라는 게 내 대답 ‘제로’의 의미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후는 하나님께 달려있다.
늘 하던 일은 달란트를 묻어놓고 나쁜 종처럼 보호하지 않고 조그만 것도 나가서 일하며 제 달란트를 사용했던 것 뿐이다.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도와주는 것을 잘 하기 때문이다. 76년도 호주 첫 한인이민세대로 들어가 한인교회에서 도우면서 늘 통역관 역할을 감당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나라였던 호주의 첫 문을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늘 달란트를 장사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되고자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UC어바인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대학 졸업반 때 인턴십을 워싱턴 D.C.에서 하게 됐다. 88년 인턴십 때 정치 중앙부를 보면서 동양인은 정치적인 힘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뭔가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풀뿌리 운동부터 인권단체를 통한 사회활동을 지속해 왔다.
인턴십 후 엘에이로 돌아가 한미연합회 활동부터 차세대를 위한 단체, 88년 서울올림픽 통역요원 등으로 일했다. 정치를 하려면 법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95년도 변호사로 D.C.에 왔다.
이후 국회 상원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현 대통령과 친분이 생겼다. 그런 인연으로 2008년, 오바마 대선캠페인을 페어팩스 지구에서 도왔다. 그가 당선되면서 백악관 임명직으로 갈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뭔가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 따로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25년 간 한 우물만 팠는데 그만큼 의미있는 몫을 감당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하원의원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원의원은 주로 법을 제정하고 수정하는 일을 감당하는데, 소수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평등에 기반한 법을 제정하고 바꾸는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사회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범죄인의 권리를 말해주는 미란다 원칙의 경우, 체포 대상이 이민자인 것이 확실할 때 해당 언어로 준비된 미란다 원칙 서류를 준비해 간다든지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회에 예수님이 같이 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했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마태복음 25장)을 늘 떠올리면서 이 땅의 예수님은 가난한 자, 작은 자의 모습으로 살고 계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정치인을 꿈꾸는 차세대들에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정치란 시와 때가 있다. 주변 지구에서 기호가 있어야 한다. 또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가 왜 중요한 지 알아야 한다. 대우는 커녕 어떤 때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남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월급도 많지 않다. 정치인보다 사회봉사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 내 자신이 높아지고 싶은 ‘에고(Ego)’때문이라면, 돈을 많이 벌고, 대우를 받는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낫다.
정치인은 왕이 아니라 목자가 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양은 사회다.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잘 다뤄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목자는 양이 따라오지만 명령만 하고 지시하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진짜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하고 목자의 마음으로 이끄는 기술이 정치에 필요하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시도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