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ROTC 생도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장기훈 중령

지난 12월초 조지아 애틀란타의 한 호텔에서는 조지아공과대 ROTC 송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조지아텍, 에모리, 케네소 등 5개 대학 소속 100여명의 ROTC 학생들은 제복을 입고 식사와 다양한 행사를 하며 지난 1년 간의 ROTC 생활을 정리했다. 행사는 부의장인 4학년 ROTC 학생이 헤드테이블에 앉아있는 의장에게 순서를 하나하나 보고하면서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건배시간에 의장이 부의장에게 대통령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안하자 부의장은 “대통령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잔을 높였고 참석한 모든 생도들은 “대통령을 위하여”라며 같이 잔을 들었다. 물론 그 잔에는 술이 아닌 소다가 들어 있었다.


행사 끝에는 지난 1년동안 우수한 활동을 한 ROTC 생도들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순서가 있었다. 의장은 이들 모범 ROTC 생도들에게 배지를 달아주며 생도들의 거수경례에 하나하나 답했다. 그 의장은 조지아공과대 ROTC 대대장을 맡고 있는 장기훈 육군 중령(애틀랜타새교회)이다.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장 중령이 행사장에서 100여명의 ROTC 생도들을 통솔하는 모습은 참석한 다른 한인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같은 ROTC 출신인 장 중령은 올해로 장교생활 18년째다. 그 전에 사병으로 복무했던 것을 포함하면 23년을 육군에 몸 담았다. 그의 보직은 헌병. “엄밀히 말해 전투헌병입니다. 전투임무도 수행하고 평상시에는 질서를 잡는 일을 하는 것이 제 성격에 맞았습니다”


한국어를 잘해 한국에서만 헌병으로 10년 간 근무했고 쿠웨이트(2002년)와 이라크(2008년)에 파병되어 미군의 이라크전 수행을 돕고 이라크 보병사단을 자문하기도 했다.


조지아텍 ROTC를 맡게 된 것은 올해 초. 애틀란타 지역 내 5개 대학에 소속된 120여명의 ROTC 생도들이 육군 소위로 임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일반 부대와 많이 다릅니다. 일반부대에는 아래로 중대장, 소대장이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아 일일히 생도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군사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학점, 체력관리, 신체적 혹은 금전적 문제 등 생도들의 거의 모든 일들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고 있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한명한명 신경써줘야 합니다.”


하지만 보람이 크다. 한 명의 ROTC학생들이 임관하여 장교가 되면 소대장으로 30여명의 사병을 좌지우지하는 리더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은 첫째, 판단력이다. 꼼꼼하게 판단해야 할 때도 있지만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때도 있기 때문에 생각을 빨리하고 또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둘째, 돌보는 마음이다. 소대장이라면 30여명의 소대원을 돌보는 마음이 있어야 소대원들이 따라온다고 그는 말한다. 셋째, 솔선수범이다. 리더가 게으르면 아랫사람도 게을러진다는 것.


장 중령은 한인 젊은이들에게 ROTC에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장교로 군대에서 복무하면 좋은 경력이 되어 주류사회에 나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치계나 회사에서 군 경험자를 우대하는 곳이 많습니다. 장교 출신들을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따로 뽑기도 하죠. 군 복무를 한 사람들에 대한 미국사회의 다양한 혜택도 이점입니다.”


ROTC 대대장으로 생도들을 훈련시키며, 또 오랜 군복무 경험에 기초해 한인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한인 젊은이들은 대개 움츠려 들어 있습니다. 주로 한인사회에만 있고 주류사회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죠. 긍정적인 진출(Positive outgoing)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인 아이들은 주로 공부 열심히 해 좋은 학교가는 것이 목표인데 미국아이들은 리더쉽 훈련이나 과외활동을 하면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면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인 아이들도 시야를 좀더 넓혔으면 좋겠다”며 “다른 단체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카운티, 시에서 하는 활동에 참여하면 다른 인종의 친구를 사귀고 그 단체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 나가지 않으면 한인 아이들은 말그대로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장 중령은 이를 위해 부모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한인부모들이 언어장벽, 정보부족 등으로 아이들을 이런 곳에 연결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저도 대학에 입학할 때 집안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이것을 도와주는 한인단체가 없었습니다. 또 대학에 들어가 실수도 많이 했고 결혼하고 애를 낳아보니 아이들이 클 때 뭔가 도움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한인 교회에서 한인청소년들에게 대학교 진학, 장학금 정보, 군대나 사회 진출 등을 조언해 왔고 얼마 전부터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해 좋은 이웃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돕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좋은이웃되기운동’(Good Neighboring Campaign)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다.


“한인사회가 많이 커졌지만 많은 경우 우리의 권리만 찾자는 것이지 어떻게 한인들이 미국에 올바르게 정착할 것인지, 어떻게 미국시민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노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은이웃되기운동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장 중령은 ‘커뮤니티 부모되기’(community parenting)라는 말을 했다. 언어장벽 등으로 자녀들이 미국사회에 뛰어드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거나 안내하지 못하는 이민 1세 부모들 대신 한인사회 단체나 그룹이 커뮤니티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