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 최빈국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연민과 비전으로 선교의 길을 떠났던 미국의 한인 선교사가 파송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폭탄 테러로 희생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아불 파즐' 사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망자 59명 가운데 포함된 한인 이경휘(47) 선교사는 지난 10월, 발·발목 전문의인 부인 이 모(41)씨와 함께 어린 두 딸(8세, 5세)을 데리고 미국 미시간 주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이 선교사의 형 이봉휘(48)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선교사는 오래 전부터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비전을 품고 있었다"면서 "부족함 없이 풍요로운 생활과 안온한 삶을 모두 정리하고 첫 선교지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태어나 10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으로 이민한 이 선교사는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 데이비스)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후 미시간 주로 복귀해 IT업계에서 일했으며 결혼 후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선교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 선교사가 파송 전 다니던 미시간 주 로체스터 제일사랑교회의 최시훈 목사는 "이 선교사는 결혼 전부터 이슬람권 선교에 대한 비전을 안고 있었다"면서 "지난 해 약 3주간 아프가니스탄 단기 선교를 다녀온 후 '더 늦어지면 열정이 식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며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이 선교사는 '직접 만나본 이슬람 사람들은 너무 선한 사람들'이라며 일부 급진주의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그들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한국의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파송됐다.

이봉휘 씨는 "사고나기 사흘 전쯤 이 선교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잘 적응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당부였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어머니(74)를 비롯한 남은 가족들의 인간적인 슬픔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신앙으로 극복하고 있다"면서 "이 선교사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선교사의 유해는 "무슨 일이 생기면 아프가니스탄에 묻어달라"던 고인의 뜻에 따라 현지에 매장될 계획이다.

이 선교사의 어머니를 비롯한 미국의 가족들은 오는 10일 토요일 오후 4시 로체스터 제일사랑교회에서 추모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