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이철환씨가 쓴 ‘가슴 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연탄길’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있습니다. 한국 서울에서 있었던 한 실화가 진짜 제 가슴을 찡하게 하여 여기 잠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공사판에서 일하다 손을 다쳐서 일도 못하고 고생만 하며 집에 머물고 있던 한 젊은 청년이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체 공사장에 나갔습니다. 그를 본 소장은 대뜸 ‘그 손 가지고 설마 일하러 나온 건 아니겠지?’하며 냉정하게 핀잔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방세도 내야하고 시골에서 중풍을 앓고 계시는 아버지의 약값도 보내야 하는 이 젊은이의 형편은 참으로 딱하였습니다.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손까지 다쳐 일을 못하게 되니 더욱 화가 치밀었습니다. 공사장에서 나온 이 젊은이는 소주를 한 병 사들고 아파트 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 놀이터에서 작은 여자 아이 하나가 놀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 청년의 눈에는 그 작은 아이가 큰 돈 마련하는데 가장 좋은 밑천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그 소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그 소녀의 이름은 그녀가 가지고 놀고 있는 공에 써 있었습니다).
자기 이름을 아는데 놀란 소녀가 경계심을 풀자 아빠의 친구라고 속이고 아빠에게 놀러가자며 꼬드겼습니다. 쉽게 아이를 데리고 초라한 자신의 자취방으로 왔습니다. 이제 이 아이를 통해서 얼마의 돈을 요구해야 적당할지 그것만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서산에 해가 지자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비닐 봉지 속에 감추고 있는 비닐 테이프와 노끈을 만지작거리며 아이에게로 향하는 연민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에 아이가 없어졌습니다. 골목길을 뒤지며 큰 길 까지 나가보니 아이가 약국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얼른 아이를 낚아채다시피 하여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겁을 주며 집에 전화했는가를 확인하였지만 아직 집에까지 전화는 하지 않아 안심하였습니다. 이제는 더 망설여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주머니 속에서 노끈과 비닐 테이프가 들어 있는 봉투를 꺼냈습니다. 아이가 더 이상 울거나 문제를 만들지 못하도록 처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얼른 그것을 빼앗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름 아닌 대일벤드였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아이에게 이것이 어디에서 났는가고 다그쳤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천연덕스럽게도 약국에서 샀다고 했습니다. 왜 그것을 약국까지 가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손을 다쳐서 아플까봐 걱정이 되어서 샀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어린아이의 이 한마디에 그만 이 청년의 정신이 화들짝 되돌아 왔습니다. 자기는 지금 그를 해치우려고 하고 있는데 그 아이는 지금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약국까지 가서 대일벤드를 사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눈물을 닦으며 이 아이를 안고 그 아이가 놀던 아파트 놀이터에 다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이 찡하도록 감동 받는 일은 그렇게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카라트짜리 다이아몬드를 사 오지 않아도 됩니다. 최고 좋은 고급 승용차를 사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돈이 없어도 좋습니다. 아주 작은 대일벤드 하나면 족합니다. 그 속에 진실한, 너무나도 진실한 사랑만 담겨 있다면 말입니다. 사랑은 그토록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놓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순수한 사랑만 우리들의 가슴에 살아 있다면 이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너무나도 미련하고 어리석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욕심에 눌려서 살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도 소중한 사랑을 상실한 체 말입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정에 넘치는 미소 하나,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상대방을 포근한 가슴으로 이해해 주는 작은 정성 하나면 너무나도 넉넉한 것이 사랑입니다.
하나를 주면 백으로 되돌려 받는 신비로운 이 사랑을 모르고 산다면 참으로 짧은 인생이 너무나도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깊어 가는 밤에 우리 한번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들의 가슴에 과연 사랑은 얼마만큼이나 남아 있는가?를 말입니다. 그리고 모든 얽매이기 쉬운 무거운 욕심과 자기 중심의 이기를 던져 버리고 이렇게도 멋진 사랑으로 대신 채워봄이 어떨는지? 자신과 한번 의미 있게 씨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름 없는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와 같이 우리들도 모르는 척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우리들이 해야 할 사랑만 실천하여서 차갑게 얼어붙은 상대의 마음을 소리 없이 한번 녹여 보십시다. 바로 그 때 우리는 느낄 것입니다. 아, 인생이란 바로 이렇게 사는 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억만 죄악에 파묻혀 세상모르고 살아가는 우리 미련한 인생들을 위해 독생자 예수님도 아낌없이 보내 주신 하나님의 그 놀라운 사랑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최인근 컬럼] 차갑게 얼어붙은 상대의 마음을 소리 없이 한번 녹여 보십시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10)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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