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목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는 본지의 최고 인기 ‘칼럼니스트’다. 가정과 상담치유 등을 주제로 글을 연재중인 강 목사의 칼럼은 매주 가장 많이 본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강 목사는 최근 본지에 무려 6년간 연재해 왔던 칼럼을 주제별로 모아 <내 영혼의 눈물소리(엔크리스토)>를 펴냈다. 여성 목회자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강 목사를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에서 만났다.

-책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부제가 ‘사랑을 부르는 마음치유 에세이’에요. 사람들은 성공을 가장 원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싶어하지요. 그 두 가지가 성취된다면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6년간 썼던 칼럼들 중 마음을 치유하는 글들과 성공을 부르는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게 됐습니다.”

▲강선영 목사는 자신을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표현한다. ⓒ이대웅 기자


-사회가 발전하고 교회가 부흥했지만, 오히려 상담의 대상은 늘어나고 있는데요.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삭막해져서…. 심리적인 문제들이 많아요. 목사님들이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고치기 힘들어지거든요. 제가 우울증을 겪다 벗어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우울증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포기하지만 않으면 모두 치유되는 경험을 합니다. 자살할 준비를 다 해놓고 마지막으로 저를 찾아온 적도 있어요. 해결 안 되면 죽으려고 했는데, 우울증에서 해방됐지요.

빨리 대처할수록 치유가 빠릅니다. 아이들은 한두 번 얘기하면 금방 낫지요. 사실 부모가 치유되면 아이들은 그냥 치유됩니다. 이런 문제들을 교회가 치유해 주면 좋은데… 사실 교회에서 상처가 나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목사님 칼럼이 인기가 많은 것은 다른 면에서 크리스천들이라도 이런 문제가 많다는 뜻인지요.

“교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영 뿐만 아니라 마음, 육체까지 면밀하게 보살피고 보호해야 하는데, 대부분 교회가 성장 지향적이고 성공, 부흥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소홀하기 쉽거든요. 주로 세상에서 상처받은 분들이 교회로 오시는데, 오히려 다른 상처가 덧붙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요. 사람들은 상처받고 문제가 있을 때 교회를 찾습니다. 사랑도 풍성히 누리고 완전한 모습에서 하나님을 찾을까요? 근본적인 상처와 결핍을 치유하고, 빈 부분을 사랑으로 메워야 합니다. 그 후에야 신앙이 자라나지요.

치유가 되지 않았는데, ‘너는 왜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하느냐’, ‘왜 넌 성장하지 않느냐’는 핀잔만 들으면 결국 교회를 떠나버리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니 기독교인들은 힘이 없어지고, 교회는 다니는데 삶은 변화되지 않아서 답답해지지요. 그래서 책을 보시고 목사님들이 전화가 많이 와요. 강단에서는 사랑해야 한다고 외치시지만, 치유되고 그 영혼에 사랑이 들어가야 변화가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요. 특히 심리를 공부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참 고무적이었어요.”

-목회자들도 중요하겠지만, 셀이나 구역 등에서 리더인 사람들은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큰 교회는 목사님들이 다 돌볼 수 없어서 셀리더를 세우지요. 이 분들이 일단 먼저 채워져야 합니다. 상처도 치유받고 사랑이 넘칠 수 있도록이요. 이게 되지 않으면 셀리더에게 상처받는 이들도 많아요. 그 분들을 향한 치유 프로그램이나 이런 부분들이 잘 세워져야 해요. 리더 훈련을 많이 하는데, 그 속에서 상처받고 연약한 사람들을 세부적으로 깊이 돌보는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셀리더라면 자신의 말이나 태도로 셀원들이 상처받지 않을지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람은 유리그릇 같은 존재이거든요.”

-가정의 달입니다. 하지만 가장 편안해야 할 가족간의 사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요.

“부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은 서로가 가진 결핍과 상처가 있는데, 서로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들은 결혼하는 동기에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자라면서 결핍된 부분을 상대방에게서 채우기 위해서’가 포함돼 있어요.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한다 생각하지만, 저런 무의식적인 동기도 있지요. 두 사람이 모두 결핍과 상처가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줄 수는 없는데 받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달라는데 줄 것이 없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불평 불만이 쌓입니다. 로맨틱한 연애 기간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이것 뿐이고,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하면서 싸우게 되지요.

결혼하기 전에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가정의 의미를 성경적으로 조명해 보고, ‘가정이 무엇인가?’, ‘상대방이 가진 부분은 무엇이고, 나의 결핍된 부분은 무엇인가’ 등을 면밀히 탐색한 후 결혼해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부 문제는 잘 불거지지 않습니다. 삶 속에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기존에 문제가 없다면 현재 벌어지는 문제들은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거든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이 되려면 새로운 가정을 이루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결혼하고 나면 늦어요.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창조적인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쓰게 돼요. 크리스천들의 이혼율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혼이 높아졌다지만, 사실은 돈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계기를 만들 뿐이지요. 자녀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유령 부부’처럼 사는 경우도 있는데, 자녀들에게는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각 방을 쓰고, 서로 모른 척 하고 지내는 부모 밑에서는 아이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강선영 목사는 이날 강한 어조로 “자녀를 절대로 때려서는 안 됩니다”라며 “‘사랑의 매’는 절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기분좋을 때 (자녀를) 때리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대웅 기자


-그럼,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이번 결혼예비학교도 그런 준비의 일환인지요(강 목사는 크리스천투데이 주최 제1회 결혼예비학교 주강사로 나섰다).

“그때 했던 것처럼 1시간으로는 부족해요. 보통 5주 정도 진행하면서 정말 구체적으로, 내면을 성찰하고 상대방에 대해 발견하면서 서로에게 긍휼함을 느낄 수 있게 하지요. 다른 준비로는 커플 상담을 합니다. 5-10주에 걸쳐 하는데 결혼 후 생길 문제를 미리 다뤄서 다 해결하고 다 치유받는 것이지요. 하고 나면 갈등이 많이 줄어들어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부부가 되면 이혼하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사는 것이거든요. 가정이 행복해서 그 행복이 사회로 흘러 넘치기를 원하십니다. 교회 안에 허물어진 부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목회자 분들이 잘 아셔야 합니다. 중직자들은 특히 이런 부분을 드러내지조차 못하는데, 부부 치유그룹 같은 제도를 만들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 공유하게 해야 합니다.”

-칼럼을 읽고 많은 분들이 치유를 경험하시는데, ‘그 이후’를 궁금해 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칼럼 자체가 굉장히 짧고 주제가 단편적이라 깊숙이 치유의 차원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 핵심적인 부분만 짚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내용을 명료하게 다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문제를 깨닫기만 해도 변하는 경우가 있어요.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들도 많지요. 우울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룹으로 모여 치유하는 등 디테일한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칼럼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칼럼을 쓰면서 가끔은 너무 바빠 ‘이걸 써야 하나’ 싶은 때도 있지만, 자신의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얘기들이 격려가 돼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처음엔 흥미로 쓰다 억지로도 쓰다가, 사명감으로 쓰고, 지금은 기쁨으로 쓰고 감사하고 있어요(웃음).

많이들 봐 주시니 다행이라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메일을 보내오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일단 너무 감사드리고요. 사랑과 관심은 일방통행이 돼서는 안 되잖아요. 저는 여러분들을 다 알지 못하지만, 리플이나 메일로 호응을 해 주셔서 힘이 됩니다. 특히 절 만나러 오지 못하시는, 멀리 계신 분들이 ‘칼럼을 읽으면서 치유가 됐다’, ‘저희 가정 문제를 볼 수 있게 됐다’는 편지를 받으면 감사해서 답장을 꼭 보내드려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기쁨이 되죠. 오랜 기간동안 지면을 할애해 주신 신문사에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