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기독교에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다. 불교와 유교는 그렇다 쳐도 도교와 대종교, 정감록까지 단원을 할애해 다루면서 기독교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박명수 교수(교회사)의 문제제기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개정교육과정 역사부분 수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목으로 발제한 박 교수는 현행 역사 교과서가 불교와 유교를 비롯해 천주교와 천도교, 대종교 등 한국 종교를 두루 살피면서도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이날 공청회 내용을 국정감사 중인 국회에 제출, 역사 교과서의 내용 수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발제 요약.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종교를 다룸에 있어 지나치게 많은 양을 민속을 중심으로 한 마을 제사에 할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제사를 지내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학생들로 하여금 마을 제사를 간접적으로 권하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기독교는 고사를 지내는 사람들과 기독교 신자들 사이의 갈등이 나타난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기독교가 편협한 종교라는 뉘앙스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종교에 대한 전체 내용을 정리하면서 퀴즈 형식의 낱말 맞히기가 교과서에 등장하는데, 전체 13개 질문 중 기독교 관련 질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동학을 설명하면서 그 경전인 ‘동경대전’을 인용해 동학이 기적을 행하여 농민들 사이에 널리 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기독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물며 애국계몽운동가이자 기독교인이었던 남궁억을 설명하면서도 그가 기독교 정신에 의해 애국계몽운동을 했다는 언급은 물론 그가 지은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이 찬송가라는 것조차 설명하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근현대의 종교를 설명하면서 기독교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천주교는 1886년 프랑스와 수교한 이후 선교의 자유를 얻어 포교활동을 전개했고, 개신교는 1880년대 서양 선교사의 입국을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 동학은 3대 교주인 손병희 때 친일 세력을 내쫓고 천도교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룩했다. 그리고 단군신앙을 기반으로 대종교가 창시돼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교에서는 박은식이 유교구신론을 제창하면서 근대교육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했고, 불교에서는 한용운이 불교 유신론을 내세우면서 불교혁신과 자주성 회복을 주장했다.’
이 내용을 분석해 보면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행한 것은 단지 교세를 넓힌 것 뿐이며, 다른 종교는 민족운동, 계몽운동, 교육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어느 종교 못지않게 계몽, 교육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런 식의 기독교 기술은 공정하지 못하다.
기독교에 대한 이같은 왜국 및 축소 현상은 3·1운동을 기술하는 데서 더욱 잘 드러난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3·1운동을 천도교가 주도했다고 말하면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기독교는 천도교와 더불어 3·1운동을 시작했고 특별히 그 전파 과정에서 교회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는 천도교와 같이 16명의 대표자를 보냈으며 3·1운동 이후 수감자의 숫자는 천도교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교과서에서 기독교 배제”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는 왜 배제된 것일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해방 후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는 상당한 분량으로, 그리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서술됐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시절 소위 국적 있는 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는 자연히 배제됐고, 대신 전통 종교와 민족 신앙이 강조된 것이다.
또한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신민지 사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위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것이 확산됐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발전 원동력이 일본이 아닌 우리 민족 내부에서 왔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역사학계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내재적 발전론은 한국 역사를 문명의 교류라는 입장에서 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를 배제하면서 전통 종교와 민족 신앙을 강조했다.
현행 역사 교과서에 기독교 과련 항목이 최소한 타종교와 대등한 분량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역사는 일차적으로 사회관에 속한다. ‘2007 개정교육과정’ 사회과 총괄목표는 ‘다양한 사회 현상의 연구를 통해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국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른다’로 돼 있다. 결국 사회과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민주시민의 양성인 것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한국 기독교는 미국의 민주적인 제도를 한국 사회에 소개했다. 민주시민 양성이 사회교육의 핵심이라면 이미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해왔으며, 이런 사실은 역사 교과서에 적시돼야만 한다.
▷기독교는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남녀 평등을 주장했고,여성들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했으며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YMCA와 같은 기관을 통해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이처럼 근대사회의 중요한 요소인 기독교를 제외하고 근대사회의 특색을 살핀다는 것은 사실을 매우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2008년 불교 교당이 21,935개, 개신교 교회당이 58,404개, 천주교 성당이 1,511개이다. 이 통계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종교가 바로 기독교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독교를 교과서를 통해 충분히 소개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을 설명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교육이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종교편향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사회에서 특정 종교를 지원하거나 배제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수 있다. 특히 교과서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사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독교는 역사 교과서에서 응당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와 같은 기독교 배제 현상은 속히 시정돼야 한다.
한편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용규 목사)와 한국교회사학회(회장 임희국 교수)가 공동주관하고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회장 박성철 장로)와 대한민국국회조찬기도회(회장 김영진 장로) 그리고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교수)가 공동후원한 이번 공청회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임희국 교수(한국교회역사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는 고병철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가 ‘종교학적인 측면에서’, 안종철 교수(인하대)가 ‘한국사적인 측면에서’, 이은선 교수(안양대)가 ‘기독교역사적인 측면에서’, 박재정 선생(경신고)이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각각 논찬했다.
서울신학대학교 박명수 교수(교회사)의 문제제기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개정교육과정 역사부분 수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목으로 발제한 박 교수는 현행 역사 교과서가 불교와 유교를 비롯해 천주교와 천도교, 대종교 등 한국 종교를 두루 살피면서도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이날 공청회 내용을 국정감사 중인 국회에 제출, 역사 교과서의 내용 수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발제 요약.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종교를 다룸에 있어 지나치게 많은 양을 민속을 중심으로 한 마을 제사에 할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제사를 지내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학생들로 하여금 마을 제사를 간접적으로 권하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기독교는 고사를 지내는 사람들과 기독교 신자들 사이의 갈등이 나타난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기독교가 편협한 종교라는 뉘앙스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종교에 대한 전체 내용을 정리하면서 퀴즈 형식의 낱말 맞히기가 교과서에 등장하는데, 전체 13개 질문 중 기독교 관련 질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동학을 설명하면서 그 경전인 ‘동경대전’을 인용해 동학이 기적을 행하여 농민들 사이에 널리 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기독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물며 애국계몽운동가이자 기독교인이었던 남궁억을 설명하면서도 그가 기독교 정신에 의해 애국계몽운동을 했다는 언급은 물론 그가 지은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이 찬송가라는 것조차 설명하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근현대의 종교를 설명하면서 기독교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천주교는 1886년 프랑스와 수교한 이후 선교의 자유를 얻어 포교활동을 전개했고, 개신교는 1880년대 서양 선교사의 입국을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 동학은 3대 교주인 손병희 때 친일 세력을 내쫓고 천도교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룩했다. 그리고 단군신앙을 기반으로 대종교가 창시돼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교에서는 박은식이 유교구신론을 제창하면서 근대교육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했고, 불교에서는 한용운이 불교 유신론을 내세우면서 불교혁신과 자주성 회복을 주장했다.’
이 내용을 분석해 보면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행한 것은 단지 교세를 넓힌 것 뿐이며, 다른 종교는 민족운동, 계몽운동, 교육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어느 종교 못지않게 계몽, 교육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런 식의 기독교 기술은 공정하지 못하다.
기독교에 대한 이같은 왜국 및 축소 현상은 3·1운동을 기술하는 데서 더욱 잘 드러난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3·1운동을 천도교가 주도했다고 말하면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기독교는 천도교와 더불어 3·1운동을 시작했고 특별히 그 전파 과정에서 교회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는 천도교와 같이 16명의 대표자를 보냈으며 3·1운동 이후 수감자의 숫자는 천도교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현행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기독교 기술에 있어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주는 표. 기독교 관련 단원이나 항목이 전혀 없다. |
“배타적 민족주의가 교과서에서 기독교 배제”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는 왜 배제된 것일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해방 후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는 상당한 분량으로, 그리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서술됐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시절 소위 국적 있는 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는 자연히 배제됐고, 대신 전통 종교와 민족 신앙이 강조된 것이다.
또한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신민지 사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위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것이 확산됐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발전 원동력이 일본이 아닌 우리 민족 내부에서 왔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역사학계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내재적 발전론은 한국 역사를 문명의 교류라는 입장에서 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를 배제하면서 전통 종교와 민족 신앙을 강조했다.
현행 역사 교과서에 기독교 과련 항목이 최소한 타종교와 대등한 분량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역사는 일차적으로 사회관에 속한다. ‘2007 개정교육과정’ 사회과 총괄목표는 ‘다양한 사회 현상의 연구를 통해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국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른다’로 돼 있다. 결국 사회과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민주시민의 양성인 것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한국 기독교는 미국의 민주적인 제도를 한국 사회에 소개했다. 민주시민 양성이 사회교육의 핵심이라면 이미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해왔으며, 이런 사실은 역사 교과서에 적시돼야만 한다.
▷기독교는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남녀 평등을 주장했고,여성들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했으며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YMCA와 같은 기관을 통해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이처럼 근대사회의 중요한 요소인 기독교를 제외하고 근대사회의 특색을 살핀다는 것은 사실을 매우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2008년 불교 교당이 21,935개, 개신교 교회당이 58,404개, 천주교 성당이 1,511개이다. 이 통계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종교가 바로 기독교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독교를 교과서를 통해 충분히 소개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을 설명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교육이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종교편향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사회에서 특정 종교를 지원하거나 배제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수 있다. 특히 교과서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사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독교는 역사 교과서에서 응당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와 같은 기독교 배제 현상은 속히 시정돼야 한다.
한편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용규 목사)와 한국교회사학회(회장 임희국 교수)가 공동주관하고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회장 박성철 장로)와 대한민국국회조찬기도회(회장 김영진 장로) 그리고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교수)가 공동후원한 이번 공청회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임희국 교수(한국교회역사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는 고병철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가 ‘종교학적인 측면에서’, 안종철 교수(인하대)가 ‘한국사적인 측면에서’, 이은선 교수(안양대)가 ‘기독교역사적인 측면에서’, 박재정 선생(경신고)이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각각 논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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