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외로움으로 가득 찬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3학년 여학생 독서 수업 시간.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 봄꽃처럼 사랑스럽고 맑다. 눈빛뿐만이 아니라, 그 마음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인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과 기도하는 것과 때에 따라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짤막한 이야기를 읽어주며 수업을 하는 것에 아이들은 이미 익숙해진 듯하다. 이런 사랑스런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웃음이 나오지 않고 먼저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내면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 속의 고독, 외로움, 상처들이 어우러져 아이들의 생활을 얽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칭찬이다. 조금이라도 기를 죽이거나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 백 가지 중에 한 가지의 장점이라도 찾아내어 그것을 통해 격려하고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다. 이것은 비단 교사만의 사명이 아닐 것이다. 가정의 부모도, 교회의 목회자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되고, 그 행동이 예수님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필요하고 절실하다.
선생님! 얘기해주세요
‘고3이라고 해서 찌들어 사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명품인생을 살자’라는 표어를 걸고 “럭셔리”를 외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또한 공부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마지막 고교 생활을 보내자는 의미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기도하고 수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미숙이가 외쳤다.
“선생님! 얘기해주세요.”
수업 진도를 확인하고 들어올 때 수업 내용이 많으면 별다른 것을 준비해오지 않는데 이 날이 그러했다. 진도가 빡빡했지만 아이들이 원할 때 잠깐 동안의 이야기는 효과 만점임을 알기에 잠시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글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지금 한창 진행중인 학교 앞의 영훈선교문화센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고, 또한 아이들이 누려야 할 공간이기에 시간이 허락될 때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의 눈이 말똥말똥 나를 주시했다. 한 치의 허점도 없이 파고드는 그 눈망울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여러분들을 위해 학교 앞에 문화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의 생활을 살펴보니까 정말 여러분들이 누릴 공간이 없더라구요. 한번 우리 학교 앞의 풍경을 생각해보세요. 학교 앞의 환경으로는 정말 좋지 않죠.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나아가서는 수영장, 당구장 등 시설도 갖추고요. 기도하는 곳도 되구요. 한 마디로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여러분은 복 받은 거에요
아이들의 숨소리가 멎은 듯했다. 그만큼 나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 그런데 선생님은 돈이 없잖아요. 하지만 일 년 반의 기도 끝에 하나님께서 응답주셔서 학교 앞의 한 공간을 접수하여 지금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리모델링 해서 바닥을 따뜻한 것으로 깔았어요. 그곳에서 여러분들이 친구와 차 한잔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랍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근처의 상점들을 하나하나 접수해가면서 ‘영훈선교문화타운’을 학교 앞에 만들어갈 것이랍니다”
아이들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호흡이 맞고 하나가 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이것을 위해서 기도하는 동문들이 있어요. 물론 돈도 3000만원 가량이 들지만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영훈을 사랑하는 분들이 다 준비하고 계신답니다. 앞으로도 더 그렇게 될 거구요. 여러분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랍니다. 기뻐하세요, 여러분!”
아이들은 기뻐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반신반의의 시선도 느껴졌다. 그러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을 이렇게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혜택의 소리를 얼마나 듣고 있었던가. 매일 야단 맞고 핀잔 받고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고 자라온 아이들 아닌가. 그런데 자신들을 위해 몇천만원씩을 투자해 문화 공간을 만들어간다니 그것은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며 또한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말을 이어가는 내 목소리는 이따금 떨리고 있었고,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핑 돌고 있었다.
미애가 엉엉 울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자율학습 시간이었는데 센터 이야기를 했던 반 영숙이가 나를 찾아왔다.
“선샘님, 미애가 선생님 나가신 다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미애가 왜?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니?”
영숙이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아뇨,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센터 이야기 때문에요. 미애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어요. 자기들을 그렇게 생각해주는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계신다는 사실 때문이라면서…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운 것은 미애 뿐만이 아니에요. 저도 울었고, 아이들도 많이 울었어요.”
이 말을 하며 영숙이는 또 훌쩍거렸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여러 선생님들이 우리를 쳐다보아도 영숙이와 나는 교무실 한쪽에서 울보가 되어 있었다.
최관하 교사(영훈고등학교 국어담당)
3학년 여학생 독서 수업 시간.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 봄꽃처럼 사랑스럽고 맑다. 눈빛뿐만이 아니라, 그 마음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인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과 기도하는 것과 때에 따라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짤막한 이야기를 읽어주며 수업을 하는 것에 아이들은 이미 익숙해진 듯하다. 이런 사랑스런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웃음이 나오지 않고 먼저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내면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 속의 고독, 외로움, 상처들이 어우러져 아이들의 생활을 얽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칭찬이다. 조금이라도 기를 죽이거나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 백 가지 중에 한 가지의 장점이라도 찾아내어 그것을 통해 격려하고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다. 이것은 비단 교사만의 사명이 아닐 것이다. 가정의 부모도, 교회의 목회자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되고, 그 행동이 예수님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필요하고 절실하다.
선생님! 얘기해주세요
‘고3이라고 해서 찌들어 사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명품인생을 살자’라는 표어를 걸고 “럭셔리”를 외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또한 공부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마지막 고교 생활을 보내자는 의미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기도하고 수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미숙이가 외쳤다.
“선생님! 얘기해주세요.”
수업 진도를 확인하고 들어올 때 수업 내용이 많으면 별다른 것을 준비해오지 않는데 이 날이 그러했다. 진도가 빡빡했지만 아이들이 원할 때 잠깐 동안의 이야기는 효과 만점임을 알기에 잠시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글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지금 한창 진행중인 학교 앞의 영훈선교문화센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고, 또한 아이들이 누려야 할 공간이기에 시간이 허락될 때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의 눈이 말똥말똥 나를 주시했다. 한 치의 허점도 없이 파고드는 그 눈망울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여러분들을 위해 학교 앞에 문화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의 생활을 살펴보니까 정말 여러분들이 누릴 공간이 없더라구요. 한번 우리 학교 앞의 풍경을 생각해보세요. 학교 앞의 환경으로는 정말 좋지 않죠.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나아가서는 수영장, 당구장 등 시설도 갖추고요. 기도하는 곳도 되구요. 한 마디로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여러분은 복 받은 거에요
아이들의 숨소리가 멎은 듯했다. 그만큼 나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 그런데 선생님은 돈이 없잖아요. 하지만 일 년 반의 기도 끝에 하나님께서 응답주셔서 학교 앞의 한 공간을 접수하여 지금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리모델링 해서 바닥을 따뜻한 것으로 깔았어요. 그곳에서 여러분들이 친구와 차 한잔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랍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근처의 상점들을 하나하나 접수해가면서 ‘영훈선교문화타운’을 학교 앞에 만들어갈 것이랍니다”
아이들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호흡이 맞고 하나가 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이것을 위해서 기도하는 동문들이 있어요. 물론 돈도 3000만원 가량이 들지만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영훈을 사랑하는 분들이 다 준비하고 계신답니다. 앞으로도 더 그렇게 될 거구요. 여러분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랍니다. 기뻐하세요, 여러분!”
아이들은 기뻐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반신반의의 시선도 느껴졌다. 그러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을 이렇게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혜택의 소리를 얼마나 듣고 있었던가. 매일 야단 맞고 핀잔 받고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고 자라온 아이들 아닌가. 그런데 자신들을 위해 몇천만원씩을 투자해 문화 공간을 만들어간다니 그것은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며 또한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말을 이어가는 내 목소리는 이따금 떨리고 있었고,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핑 돌고 있었다.
미애가 엉엉 울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자율학습 시간이었는데 센터 이야기를 했던 반 영숙이가 나를 찾아왔다.
“선샘님, 미애가 선생님 나가신 다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미애가 왜?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니?”
영숙이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아뇨,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센터 이야기 때문에요. 미애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어요. 자기들을 그렇게 생각해주는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계신다는 사실 때문이라면서…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운 것은 미애 뿐만이 아니에요. 저도 울었고, 아이들도 많이 울었어요.”
이 말을 하며 영숙이는 또 훌쩍거렸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여러 선생님들이 우리를 쳐다보아도 영숙이와 나는 교무실 한쪽에서 울보가 되어 있었다.
최관하 교사(영훈고등학교 국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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