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서른두번째 인터뷰는 북한내륙선교회(NIM)의 대표 임현석 목사다. 임 목사는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해 M.Div.를 마친 후,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로 유학왔다. 트리니티에서는 실천신학 전공으로 Th.M.을 마쳤고 현재 선교학 전공으로 D.Min. 과정에 있다. 한국 목동제자교회, 메디슨사랑의교회 등에서 대학생 및 청년들을 섬겼고 현재 뉴라이프교회 부목사로 있다. 임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대학생 때 IVF 선교회에서 헌신했으며 당시 대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 통일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중, 복음주의 교회가 할 일을 찾고자 기독교북한선교회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북한을 위해 기도하며 선교사를 훈련, 교육, 네트웍하는 북한내륙선교회의 대표로 있다.
- 목사님은 어떻게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엔 학생 운동의 주요 주제가 남북 통일이었습니다. 저는 IVF에서 활동했는데 당시에 통일을 주제로 심포지움도 하고 실제로 운동권과 함께 통일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복음주의적인 교회는 북한 문제에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세상의 아픔과 문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해결을 위해 중보기도 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목회자셨고 아버지 어머니 모두 이북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북한을 향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당시 교회가 갖고 있던 북한 선교 노선에 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당시 진보적인 교회는 분단 상황 자체를 악으로 봤기 때문에 통일 문제가 북한 문제의 주제였습니다. KNCC를 중심으로 한 진보교회는 북한을 분단된 한 나라의 한쪽편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화해와 대화라는 측면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했고 남한의 군사정권, 독재,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한반도 분단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했습니다.
보수적인 교회는 닫힌 땅, 북한을 보며 기도하고 풍선 날리기 사역, 방송 사역 등 제한적인 방법으로 선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수교회는 북한 자체가 공산주의 괴뢰정권이며 무너져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북한이 붕괴된 후에 어떻게 교회를 재건하고 선교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런 노선의 차이는 1995년 대량 탈북 사태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이런 노선의 차이가 무너진 계기가 바로 대량 탈북 사태였습니다. 그 전에는 닫혀진 땅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일부만 볼 수 있었던 북한을 탈북자들의 증언과 북한 원조단체들의 보고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보수교회는 그동안 북한 정권과 주민을 하나로 보았지만 이 사태 이후, 정권에 압제 당하는 주민의 아픔에 눈뜨고 북한 정권이 언제 열리든 간에 현재 주민의 인권과 신앙 자유라는 쪽으로 선교의 초점을 옮기게 됐습니다.
선교보다는 통일을 생각했던 진보교회도 북한 주민의 인권이 탄압받고 생명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수교회나 진보교회나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일치점을 찾게 된 것이죠. 아직도 노선의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북한을 돕는 문제에 있어서는 견해 차이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관계를 가져 왔던 단체 및 선교사들을 통해 북한을 도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선교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도 양측 모두 좀더 신중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나 미사일 사건 등으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북한을 돕는 일에 있어서 양측 모두 상당히 조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을 돕기 위해 보낸 물자에 대해 그 사용처가 100%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 북한 구제 및 선교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물자가 실제로 주민들에게 얼마나 사용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고,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는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북한은 아직 닫힌 땅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한인교회들이 북한 선교에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회들이 현장 선교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기도하면서, 북한 선교를 담당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연합된 창구를 만들어, 도울 점이 있다면 돕고 감독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 하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선교사들을 위해 더욱 기도하며 책임지려는 자세가 한인교회에 필요합니다. 지금은 많은 북한 선교사들이 북한 선교의 특성상, 개인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한 교회로부터 파송받아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적극 도울 뿐 아니라 감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북한 선교의 어려움을 꼽자면 역시 지도자 양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현재 미주 지역에서 북한 선교 지원자를 훈련시키고 교육하는 단체나 기관이 존재하나요?
제가 알기론, 구체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은 한 두 선교단체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선교사의 경우는 오랜 기간을 두고 훈련시키고 준비시킨 후 선교지로 보냅니다. 그러나 북한 선교를 한다고 했을 때는 보안 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사실상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당장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데 몇 년 훈련을 받고 준비한다는 것도 사실 어렵습니다. 실제로 구제 사역은 구체적인 훈련이나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당장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구제 사역입니다. 그러니 훈련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경우도 북한 선교는 우리와 동질의 문화권 속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합니다. 언어도 같고 문화도 같으니 그냥 가서 사영리만 전하면 북한 주민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타문화권 선교 훈련이 필요없다고 오해합니다. 북한 선교를 지망했다 좌절한 선교사들을 만나 보면, 많은 경우가 북한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상처 받았습니다.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들의 행동 방식을 예측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화된 거짓말이나, 김일성 부자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존경, 신앙화된 정치체제에 관해 알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드러난 문서 자료에만 의지한다든지 할 때, 낭패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목회도 힘들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민자들을 타문화권 선교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인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 선교는 더하지 않겠습니까?
보안상의 문제, 구제사역적 특징, 북한 선교에 대한 이해 부족 외에도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 힘든 북한의 정치적 현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언제 열릴지, 어떻게 변화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어떤 전략도 쉽게 수립할 수 없습니다. 5년 뒤 북한이 열릴 줄 알고 준비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열릴 기미가 없다든지, 10년 뒤 북한이 열릴 줄 예상했는데 내일 북한이 무너진다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간을 짧게 잡은 분들은 지쳐 버리고 길게 잡은 분들은 지금 액션을 취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우리는 언제 북한이 열리든 선교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가야 하겠습니다. 지금 몇몇 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선교를 위한 전도책자, 신앙교육 교재조차 제대로 발간된 것이 없습니다.
-북한 선교엔 교육이나 전략 수립, 선교사 지원 및 감독 등에서 연합의 필요성에 제기된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인교회에서 그런 일이 잘 안되고 있지요?
미국교회는 선교 예산을 집행할 때 교단 선교부에서 방향을 정하고 산하 교회는 그것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따릅니다. 그러나 한인교회는 일단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해 선교를 결정하고 물적 지원 역시도 마음에 감동이 되면 하고 안되면 안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 그렇게 물적 지원을 하고 나면 끝이지 그 후에 지속적으로 선교 상황에 관심을 갖고 감독하면서 돕는 교회는 더욱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장기적 전략이나 방법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북한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아직은 희박합니다. 오래 북한선교를 했거나 혹은 북한에 살았던 탈북자라 할지라도 폐쇄된 북한의 전체적인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각 분야와 방면을 경험한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와 경청을 통해 전략을 짜고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선교기관이나 교회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네트웍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직 북한 선교는 신생교회나 단체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기엔 역부족입니다.
모든 연합운동이 그렇지만 섬기는 자세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북한선교는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 밑으로 들어와라” 한다면 절대로 연합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NIM에서 진행하고 있는 북한 선교학교는 어떤가요?
북한선교학교는 탈북자, 현지 선교사, 의료 사역자, 구제 사역자, 선교전문가들이 모여서 강의를 하며 정보를 교류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NIM의 연례 행사입니다. 지금까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5회째 학교를 열며 배출된 사람들이 지역별로 모여 기도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보를 나누며 네트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도모임에서도 무작정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선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서로 공유하고 현장 선교사의 선교 보고를 들으며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고 기도합니다.
올해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 6회 북한선교학교를 개최하는데, 북한선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참여해서 좋은 훈련과 나눔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고, 궁금하신 부분은 제게(blessnk@hotmail.com / 224-422-0302)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북한 선교에 대한 한인교회의 호응도는 어떤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모든 선교나 전도는 영적 싸움입니다. 북한은 오픈도어가 발표하는 전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가운데 수년째 부동의 1위입니다. 박해의 강도도 2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북한 선교에 있어서는 미혹하는 영이 많고 헌신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노선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보지 않고 사탄의 역사가 교회를 분열시키고 선교를 가로막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1907년 평양대부흥을 자주 말하는데 그렇게 뜨겁게 부흥했던 평양을 철저히 파괴한 세력이 바로 사탄입니다. 지금도 전세계 유례없이 3대째 권력세습을 감행하려는 곳이 북한입니다. 절대수령사상, 주체사상이란 사이비적 종교에 의해 모든 사회, 정치, 경제, 문화가 통제되는 곳이 북한입니다. 미주에서 북한 선교와 통일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한인교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영적 게으름으로 인해 어리석은 종처럼 달란트를 묻어만 두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네. 그런데 요즘은 한인 1세보다 오히려 2세들이 북한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한국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2세들이 1세 못지 않은 열심과 사랑으로 북한 선교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2세들은 대체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데 영적 도전을 받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용해 북한 선교를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정말 선교사적인 관점을 갖고 한국어를 배워 가면서 선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인 대학생들이 만든 북한인권 단체 Link나 REAH International, PSALT, Crossing Borders 등이 한인 2세들에게 강하게 어필해서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 한국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2세들이 한국어를 배워 가면서까지 선교한다는 점이 놀랍네요. 어떤 것이 그들로 하여금 북한을 마음에 품게 했을까요?
아마 북한이 최악의 인권국가, 종교탄압국가라는 사실이 인간으로서, 크리스천으로서 당연히 큰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간적 연민과 동정에서 이 사역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민족으로서의 중요성과 책임감도 느껴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미국 선교단체들이나 미국교회가 북한 자체뿐만 아니라 북한을 통해서 열릴 수많은 선교의 문들을 2세들에게 알려 주고 도전합니다. 자신이 한국인으로서 가진, 북한을 향한 영적 사명감을 깨달은 2세들은 구제 및 의료 사역자로, 복음전도자로 헌신해 북한으로 나아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덧붙여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오늘 말한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전체 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민교회를 섬기면서 NIM 사역을 하고 있기에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NIM이 북한을 사랑해 그 땅에 복음을 전하려는 수많은 한인교회들을 네트웍해 주고 훈련, 교육시켜 주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전진해 가면 그동안 한인교회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조금씩 극복되며 북한이 주님 앞에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른두번째 인터뷰는 북한내륙선교회(NIM)의 대표 임현석 목사다. 임 목사는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해 M.Div.를 마친 후,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로 유학왔다. 트리니티에서는 실천신학 전공으로 Th.M.을 마쳤고 현재 선교학 전공으로 D.Min. 과정에 있다. 한국 목동제자교회, 메디슨사랑의교회 등에서 대학생 및 청년들을 섬겼고 현재 뉴라이프교회 부목사로 있다. 임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대학생 때 IVF 선교회에서 헌신했으며 당시 대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 통일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중, 복음주의 교회가 할 일을 찾고자 기독교북한선교회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북한을 위해 기도하며 선교사를 훈련, 교육, 네트웍하는 북한내륙선교회의 대표로 있다.
- 목사님은 어떻게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엔 학생 운동의 주요 주제가 남북 통일이었습니다. 저는 IVF에서 활동했는데 당시에 통일을 주제로 심포지움도 하고 실제로 운동권과 함께 통일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복음주의적인 교회는 북한 문제에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세상의 아픔과 문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해결을 위해 중보기도 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목회자셨고 아버지 어머니 모두 이북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북한을 향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당시 교회가 갖고 있던 북한 선교 노선에 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당시 진보적인 교회는 분단 상황 자체를 악으로 봤기 때문에 통일 문제가 북한 문제의 주제였습니다. KNCC를 중심으로 한 진보교회는 북한을 분단된 한 나라의 한쪽편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화해와 대화라는 측면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했고 남한의 군사정권, 독재,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한반도 분단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했습니다.
보수적인 교회는 닫힌 땅, 북한을 보며 기도하고 풍선 날리기 사역, 방송 사역 등 제한적인 방법으로 선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수교회는 북한 자체가 공산주의 괴뢰정권이며 무너져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북한이 붕괴된 후에 어떻게 교회를 재건하고 선교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런 노선의 차이는 1995년 대량 탈북 사태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이런 노선의 차이가 무너진 계기가 바로 대량 탈북 사태였습니다. 그 전에는 닫혀진 땅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일부만 볼 수 있었던 북한을 탈북자들의 증언과 북한 원조단체들의 보고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보수교회는 그동안 북한 정권과 주민을 하나로 보았지만 이 사태 이후, 정권에 압제 당하는 주민의 아픔에 눈뜨고 북한 정권이 언제 열리든 간에 현재 주민의 인권과 신앙 자유라는 쪽으로 선교의 초점을 옮기게 됐습니다.
선교보다는 통일을 생각했던 진보교회도 북한 주민의 인권이 탄압받고 생명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수교회나 진보교회나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일치점을 찾게 된 것이죠. 아직도 노선의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북한을 돕는 문제에 있어서는 견해 차이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관계를 가져 왔던 단체 및 선교사들을 통해 북한을 도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선교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도 양측 모두 좀더 신중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나 미사일 사건 등으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북한을 돕는 일에 있어서 양측 모두 상당히 조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을 돕기 위해 보낸 물자에 대해 그 사용처가 100%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 북한 구제 및 선교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물자가 실제로 주민들에게 얼마나 사용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고,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는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북한은 아직 닫힌 땅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한인교회들이 북한 선교에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회들이 현장 선교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기도하면서, 북한 선교를 담당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연합된 창구를 만들어, 도울 점이 있다면 돕고 감독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 하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선교사들을 위해 더욱 기도하며 책임지려는 자세가 한인교회에 필요합니다. 지금은 많은 북한 선교사들이 북한 선교의 특성상, 개인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한 교회로부터 파송받아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적극 도울 뿐 아니라 감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 목사가 지적하는 북한선교의 어려움은 선교사 신상에 대한 보안의 문제, 구제 사역적 특징, 북한선교에 대한 타문화권 선교적 인식 부족,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정치적 현실 등이다. |
제가 알기론, 구체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은 한 두 선교단체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선교사의 경우는 오랜 기간을 두고 훈련시키고 준비시킨 후 선교지로 보냅니다. 그러나 북한 선교를 한다고 했을 때는 보안 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사실상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당장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데 몇 년 훈련을 받고 준비한다는 것도 사실 어렵습니다. 실제로 구제 사역은 구체적인 훈련이나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당장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구제 사역입니다. 그러니 훈련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경우도 북한 선교는 우리와 동질의 문화권 속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합니다. 언어도 같고 문화도 같으니 그냥 가서 사영리만 전하면 북한 주민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타문화권 선교 훈련이 필요없다고 오해합니다. 북한 선교를 지망했다 좌절한 선교사들을 만나 보면, 많은 경우가 북한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상처 받았습니다.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들의 행동 방식을 예측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화된 거짓말이나, 김일성 부자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존경, 신앙화된 정치체제에 관해 알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드러난 문서 자료에만 의지한다든지 할 때, 낭패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목회도 힘들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민자들을 타문화권 선교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인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 선교는 더하지 않겠습니까?
보안상의 문제, 구제사역적 특징, 북한 선교에 대한 이해 부족 외에도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 힘든 북한의 정치적 현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언제 열릴지, 어떻게 변화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어떤 전략도 쉽게 수립할 수 없습니다. 5년 뒤 북한이 열릴 줄 알고 준비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열릴 기미가 없다든지, 10년 뒤 북한이 열릴 줄 예상했는데 내일 북한이 무너진다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간을 짧게 잡은 분들은 지쳐 버리고 길게 잡은 분들은 지금 액션을 취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우리는 언제 북한이 열리든 선교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가야 하겠습니다. 지금 몇몇 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선교를 위한 전도책자, 신앙교육 교재조차 제대로 발간된 것이 없습니다.
-북한 선교엔 교육이나 전략 수립, 선교사 지원 및 감독 등에서 연합의 필요성에 제기된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인교회에서 그런 일이 잘 안되고 있지요?
미국교회는 선교 예산을 집행할 때 교단 선교부에서 방향을 정하고 산하 교회는 그것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따릅니다. 그러나 한인교회는 일단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해 선교를 결정하고 물적 지원 역시도 마음에 감동이 되면 하고 안되면 안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 그렇게 물적 지원을 하고 나면 끝이지 그 후에 지속적으로 선교 상황에 관심을 갖고 감독하면서 돕는 교회는 더욱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장기적 전략이나 방법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북한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아직은 희박합니다. 오래 북한선교를 했거나 혹은 북한에 살았던 탈북자라 할지라도 폐쇄된 북한의 전체적인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각 분야와 방면을 경험한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와 경청을 통해 전략을 짜고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선교기관이나 교회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네트웍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직 북한 선교는 신생교회나 단체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기엔 역부족입니다.
모든 연합운동이 그렇지만 섬기는 자세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북한선교는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 밑으로 들어와라” 한다면 절대로 연합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NIM에서 진행하고 있는 북한 선교학교는 어떤가요?
북한선교학교는 탈북자, 현지 선교사, 의료 사역자, 구제 사역자, 선교전문가들이 모여서 강의를 하며 정보를 교류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NIM의 연례 행사입니다. 지금까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5회째 학교를 열며 배출된 사람들이 지역별로 모여 기도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보를 나누며 네트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도모임에서도 무작정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선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서로 공유하고 현장 선교사의 선교 보고를 들으며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고 기도합니다.
올해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 6회 북한선교학교를 개최하는데, 북한선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참여해서 좋은 훈련과 나눔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고, 궁금하신 부분은 제게(blessnk@hotmail.com / 224-422-0302)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북한 선교에 대한 한인교회의 호응도는 어떤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모든 선교나 전도는 영적 싸움입니다. 북한은 오픈도어가 발표하는 전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가운데 수년째 부동의 1위입니다. 박해의 강도도 2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북한 선교에 있어서는 미혹하는 영이 많고 헌신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노선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보지 않고 사탄의 역사가 교회를 분열시키고 선교를 가로막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1907년 평양대부흥을 자주 말하는데 그렇게 뜨겁게 부흥했던 평양을 철저히 파괴한 세력이 바로 사탄입니다. 지금도 전세계 유례없이 3대째 권력세습을 감행하려는 곳이 북한입니다. 절대수령사상, 주체사상이란 사이비적 종교에 의해 모든 사회, 정치, 경제, 문화가 통제되는 곳이 북한입니다. 미주에서 북한 선교와 통일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한인교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영적 게으름으로 인해 어리석은 종처럼 달란트를 묻어만 두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네. 그런데 요즘은 한인 1세보다 오히려 2세들이 북한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한국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2세들이 1세 못지 않은 열심과 사랑으로 북한 선교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2세들은 대체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데 영적 도전을 받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용해 북한 선교를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정말 선교사적인 관점을 갖고 한국어를 배워 가면서 선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인 대학생들이 만든 북한인권 단체 Link나 REAH International, PSALT, Crossing Borders 등이 한인 2세들에게 강하게 어필해서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 한국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2세들이 한국어를 배워 가면서까지 선교한다는 점이 놀랍네요. 어떤 것이 그들로 하여금 북한을 마음에 품게 했을까요?
아마 북한이 최악의 인권국가, 종교탄압국가라는 사실이 인간으로서, 크리스천으로서 당연히 큰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간적 연민과 동정에서 이 사역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민족으로서의 중요성과 책임감도 느껴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미국 선교단체들이나 미국교회가 북한 자체뿐만 아니라 북한을 통해서 열릴 수많은 선교의 문들을 2세들에게 알려 주고 도전합니다. 자신이 한국인으로서 가진, 북한을 향한 영적 사명감을 깨달은 2세들은 구제 및 의료 사역자로, 복음전도자로 헌신해 북한으로 나아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덧붙여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오늘 말한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전체 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민교회를 섬기면서 NIM 사역을 하고 있기에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NIM이 북한을 사랑해 그 땅에 복음을 전하려는 수많은 한인교회들을 네트웍해 주고 훈련, 교육시켜 주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전진해 가면 그동안 한인교회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조금씩 극복되며 북한이 주님 앞에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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