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인생 허비하다 찾아온 교회
아가페선교교회 강진구 목사를 만났다. 미국땅을 밟은 지 5년 동안 톡톡하게 신고식을 치렀다는 강 목사는 시행착오를 통해 진실한 목양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지인의 소개로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눌러앉은 것도 ‘유리하고 방황하는 양떼를 향한 측은한 마음’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에 한인이 많으면 10만이라고 해요. 다들 한번씩 교회 문을 두드리지만 오히려 목사와 교회에서 상처받고 담쌓고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라합의 믿음은 초라할 정도로 작지만 하나님께서 인정하셨어요. 주님께서 작은 것에 충성하라고 하셨듯이 소자 하나를 귀하게 여기고 그들의 믿음이 적을지라도 세워주고 보듬어주려고 합니다.”

사실 강진구 목사 또한 젊은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해결할 수 없는 허무에 술로 인생을 허비하던 ‘잃어버린 양’이었다. 동학교 집안에서 태어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농민운동 탓인지 집안 사람들 모두 술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해할 정도로 술꾼들이 즐비하다. 술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고 건강을 잃는 것을 지켜봤지만, 유전적인 죄는 쉽사리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술독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번뜩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간 곳이 교회였어요. 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깊던 절망과 허무를 안고 어릴 적 기억에 의지해 갔는데, 멀리 다니다 이제야 집에 돌아온 평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보혈의 능력 체험하는 예배
대치동에 개척해 7년 동안 시무하던 아가페교회에 두 명의 성도가 있었다. 여 성도는 미인이었고 남 성도는 삼손이라 불릴 정도로 기골이 장대했는데, 둘 다 암에 걸려 허무하게 삶을 마감했다. 이들의 죽음을 지켜본 강진구 목사는 목회에 회의를 느끼고 죽음의 문제와 씨름하게 된다.

“두 성도의 장례를 치르고 매일 청계산 꼭대기에 올라갔어요. 장로교 목사라서 기도원이나 성령체험, 방언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는데 기도하려고 보니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웃음). 기도하고 내려와 교회에 웅크리고 있다 새벽예배 드리고 집에 오는 생활을 4년 동안 하면서 그때 비로소 성경이 믿어지고 능력이 이해되고 기도응답을 체험했습니다. 무엇보다 ‘피’에 관한 깨달음에 무릎을 탁 쳤어요.”

강진구 목사는 ‘보혈의 능력을 체험하는 감격 있는 예배’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레위기에 하나님께서 피를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담의 영적인 피를 이어받은 크리스천 안에도 교만과 고집, 죄악이 유전되어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이 이를 끊을 수 있다. 예수의 보혈로 새생명이 되야 한다는 말이다.

“육적인 병이던 영적인 병이던 모든 문제의 원인은 죄적인 피의 유전이라고 생각해요. 구약의 제사에서 제물의 피를 뿌리며 정결케 함을 받았듯이, 오늘의 시대에 맞는 유월절 즉, 구주의 보혈을 내 마음의 기둥에 바르는 예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생명의 전화 사역은 비록 눈에 보이는 성도의 증가를 가져오지 못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고민을 들어주고 기도해주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있다는 강진구 목사.
24시간 열려있는 생명의 전화
강진구 목사가 예배당을 찾기 전부터 묵묵히 섬기고 있는 사역이 바로 ‘생명의 전화’다.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생명의 전화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곪고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처를 어렵사리 털어놓는 사람들, 고해성사처럼 고백하는 것 자체만으로 해결함을 받는 사람들, 실제 삶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강 목사.

“상담 전화를 해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믿는 분들이에요. 본 교회 목사님들에게 상담 받고 싶어도 혹시나 설교의 메뉴가 될까 전전긍긍하시는 분들, 큰 맘먹고 이야기 했는데 교회 내에서 회자되는 경우 상담이 오히려 독이 되거든요. 국제결혼 하신 분들 중에 미국교회를 다니면서 말씀으로 양육 받지 못하는 분들 상담도 종종 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우를 묻자 국제 결혼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놓았다. 미군과 결혼해 와보니 남편은 독실한 몰몬교인이었다. 운전면허도 없고 영어도 못해 집안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이 여인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 생명의 전화를 걸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던 그녀는 강 목사와 상담을 통해 힘을 얻어 걸어서 직장을 나가고, 무료 영어교실에 등록해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무시와 학대 속에서 주저앉을 때마다 전화로 기도 받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 여성의 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믿음의 돌무더기를 쌓아라
아가페선교교회는 주택을 개조해 오랫동안 목회해온 백인 목사의 집을 구입해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 주인의 노력으로 교회가 위치한 길 이름도 ‘His Way’가 됐을 만큼 아치형의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예배당은 구석 구석 예배 드리기에 부족함 없을 정도로 세심한 배려가 배어있다. 특히, 화가인 백인 목사의 딸이 20년간 거주하면서 벽 마다 적절한 작품을 걸고, 뒤뜰에는 각종 꽃과 나무, 작은 호수까지 만들어 분주한 삶 가운데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찾게 한다.

2007년 8월에 시작한 아가페교회는 개척을 하기까지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계기는 사모의 교통사고였다. 한국에서도 개척을 하며 갖은 고생을 해온 터라 미국에서만큼은 개척은 하지 말자고 반대하던 사모가 지난해 말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병원비가 7만 불이 넘을 정도로 큰 수술이었어요. 수술을 마치고 입원실에서 첫마디가 ‘개척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큰 어려움을 겪어보니 시시한 것에 매이지 않고 담대하고 자유해졌어요. 개척해가면서 어려움도 많지만 ‘신앙의 돌무더기’를 하나씩 쌓는다 생각해요. 문제 생겨서 기도하면 해결 받아 돌 하나 쌓고 또 쌓고…이 돌무더기는 신앙길에서 타협하거나 아부하지 않고 믿음으로 이겨냈다는 증거가 되겠죠.”

강진구 목사는 차고를 개조해 만든 예배당에 비가오면 바닥이 질퍽거리고 물이 새지만 은혜를 사모하며 나온 성도들이 귀하다는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목사부터 작은 것 하나라도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아 십자가를 삶으로 살아내는 참 목자의 길을 걷고자 그는 오늘도 미련해 보이는 ‘His Way’를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아가페선교교회는…
‘예배 공동체’ ‘교육공동체’ ‘나눔공동체’를 지향하는 아가페선교교회는 2310 His Way, Lawrenceville GA 30044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 주일 오전 11시 주일 낮 예배를, 수요일 오후 8시 수요 밤 예배와 금요일 오후 9시 실로암기도원에서 금요기도회를 갖고 있다. 문의 (678) 462-7526 www.agape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