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 해를 시작하며 한인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북가주 지역 목회자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한인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번째 순서로 권혁천 목사(상항중앙장로교회)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문화와 한국문화의 공존 속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 2세를 위한 한인교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세가 2세에게 한인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미국 문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 태도를 보이는 개방적인 교육 방식을 보여야 한다” 고 말했다.


또, “2세는 미국 주류사회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쟁의식에 시달릴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도 하나님을 신뢰했던 요셉의 신앙을 닮는 다면 극복할 수 있다” 고 권면했으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2세가 겪는 정체성 혼란은 성공을 위한 연단과정일 뿐이며, 이들의 정체성 혼란 문제를 잘 이끌어 줄 한인교회의 역할이 강조된다” 고 말했다.-편집자주-

-조승희 사건 이후 1.5세나 2세의 정체성 혼란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져 왔지만 아직도 그렇다 할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2세의 신앙과 교육 문제가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먼저, 정체성 혼란은 왜 일어나며 1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권 목사: 일반적으로 2세의 정체성 혼란은 가정에서 ‘한국 문화’를 누리는 동시에 ‘미국 문화’를 학업이나 친구를 통해 접하기 때문에 이 두 문화 간 충돌로써 발생한다고 하겠다.
사실 상 이민 첫 세대는 “한국인이 한국인답게”라는 강요 속에 2세 교육이 이뤄졌다. 한편, 요즘 들어 “미국에 살고 있으니 미국인처럼” 이라는 타협형태 교육이 이민 1세대 사이에서도 느는 추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의견이 모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2세 교육에는 한국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동시에 개방적인 태도의 미국문화 수용과 이해로 두 가지 교육형태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

2세들은 한국문화와 미국문화를 동시에 수용하기 보다 미국인으로 살아가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으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으로써의 문화와 말투를 가지는 것 보다 그 반대 쪽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경쟁의식과 자기중심적 사고다. 미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생존의식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인이기를 거부하고 ‘말과 문화’도 미국인만을 쫓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사실 이민 2세들 안에는 생존을 위한 ‘경쟁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데 이것 또한 정체성 혼란에서 파생된 것이다.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혼란 속에 미국 주류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 ‘더 미국인답게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의식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치열한 경쟁의식 속에 승리하고 주류사회에 진출해 성공한다면 긍정적 작용이라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인해 처한 상황과 조건만을 탓하며 현재에 주저앉는 피해의식이나 자기연민으로 잘못 흐른다면 심각한 문제다. 조승희 군의 경우가 정체성 혼란으로 ‘피해의식, 향수, 자기연민’의 잘못된 방향으로 사고가 흐르고, 사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생긴 경우다.

이민 1세는 2세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동시에 개방적 미국문화 수용 태도를 가져야 한다.

현재 한인은 2세대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향후 3세대, 4세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타민족을 살펴보면 3세대, 4세대로 갈수록 탈 민족, 탈 문화 권으로 미국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으며 그 만큼 그들의 정체성 혼란은 줄어든다. 특이한 점은 미국인으로 미국사회에 적응이 어렵지 않은 3세대, 4세대들이 오히려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3세대, 4세대들의 부모가 될 2세대의 역할이 중요한 데, 그들의 자녀가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할 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1세와 2세 모두 더 큰 시각을 가지고, 한국인의 문화와 관습을 적절히 전수하고, 또 받아들이는 것이 적게는 10년 많게는 100년을 내다볼 때 한인 이민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2세들의 정체성 혼란이 지나친 ‘경쟁.생존 의식’을 불러오고 이를 통해 주류사회진출을 통한‘성공’이 오기도 하고, 잘못 흐를 경우‘피해의식, 자기연민’에 빠져 고통 받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정체성 혼란을 겪는 2세가 가져야 할 사고는 어떤 것 입니까.

권 목사: 이민자, 특히 2세의 삶은 성경의 인물 중 요셉과 매우 유사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부모님)로 이민이 결정된 2세의 경우는 자기의 뜻과 다르게 형제들에게 팔려 애굽으로 갔던 요셉과 같다. 요셉은 애굽으로 팔려간 뒤에도 종, 감옥수의 삶을 살며 수많은 고난을 견뎌야 했고 그 후 지금의 미국 땅과 같은 강국 ‘애굽’의 총리가 되는 성공을 누린다.

여기서 요셉의 위대한 점을 볼 수 있다. 그는 갖은 고난을 겪고 애굽의 총리가 된 후에 자신을 팔았던 형제를 용서하고 가족에게 큰 사랑을 보였다. 자기의 뜻과 다른 삶의 고난 속에 원망과 미움을 가진 것이 아니다. 가장 높은 자리인 애굽의 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요셉의 성공 비결은 바로 ‘모든 상황 속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온전히 신뢰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애굽에 팔려간 것 조차 하나님의 뜻과 계획 아래 일어난 일’이라는 신실한 믿음.

요셉은 분노나 미움 같은 자신의 마음 감정을 따라 살지 않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철저히 붙들었고, 그로 인해 형제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품는 위대한 성경인물로 기록될 수 있었다. 2세들도 ‘하나님이 나를 타향인 미국 땅에 살게 하신 뜻과 계획이 있다’는 것을 철저히 붙들고 나를 통해 하실 일을 기대하는 굳은 믿음을 가진다면 정체성 혼란의 문제는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2세대에게 ‘이민교회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권 목사: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세가 한국 문화를 도피하고 한국인이기를 거부하는 성향에 대한 ‘완충역할’이다.
신앙 안에 깊이 들어오면 올수록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혼란을 겪는 심리를 벗을 수 있다. 왜냐하면 신앙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구분이 없고 모두 하나님 앞에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한국민족은 교회를 많이 이루며 살고 있다. 이 점이 2세 정체성 혼란 완충 역할의 하나다. 어떤 민족도 이민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교회와 신자 수 퍼센티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또, 한국 기독교에 대한 미국인의 인지도도 높으며, 존경심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여러 측면에서 신앙을 통해 2세가 가지는 민족 열등감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둘째, 3세대. 4세대가 되면 한국인 정체성으로 회귀하는 데, 그런 때에 2세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교회의 교육도 필요하다. 그래서 영어부 나름의 예배 형식을 가지고 미국문화의 개방적 수용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어 교육을 통한 한국 문화의 전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우리 교회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안수집사가 대표 기도에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혼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며 무례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내는 기준은 문화 차이가 아니라 ‘성경에의 삶 적용이 올바른가’가 돼야 한다.

1세들이 하기 쉬운 2세 교육에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한국 문화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눈빛 만으로 인사 하기도 한다. 그런데 2세대가 눈빛으로 인사한다고 해보자.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1세대라면 ‘왜 빤히 쳐다보고 인사는 하지 않느냐’고 오해하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미국에서 ‘복종. 항복’을 의미하는 ‘고개 숙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다.

문화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1세대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으며, 동시에 2세의 정체성 혼란을 심화 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문화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한국문화를 강요하는 경우 2세의 반항심을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세의 정체성 혼란을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