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통일, 안보를 주제로 6일 오후 8시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합동토론회에서 대북 문제에 대한 각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후보(무소속),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석했다.

후보자들은 대북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고는 미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큰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강경한 입장의 이회창 후보, 이명박 후보와 “미국도 햇볕정책이다”라는 정동영 후보가 대립각을 세웠다.

첫 발언을 얻은 권 후보가 먼저 “지난해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북미 관계도 변했다. 한반도 평화정책을 통해 남북평화공동체 마련하고, 비무장 지대 철책을 철거 하는 등 전면적 교류를 통해 평화협정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타 후보들이 비난이 이어졌다 .

이회창 후보는 “무지한 생각이다”며 “그 이후 북 핵 사태를 몰고 왔다. 협상해서 됐다고 했다는데 제대로 판단했던 건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후보는 “너무 쉽게 안일하게 생각한다”며 “말 한마디로 된다면 좋겠다. 핵문제를 비무장철책 없애는 것 같은 통상적 남북관계문제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 역시 “지나친 낙관론이다. 핵실험 이전과 핵 보유 이후 상황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순서를 이어받아 모두발언을 한 이회창 후보는 대북정책의 더욱 강력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돈 주고 지원하면 핵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은 정신 나간 생각”이라며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협조하되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분명하게 결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 역시 “남북 협상만으로는 안된다. 6자회담의 공조를 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도적 지원도 계속 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북의 반응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두 후보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다. 미국도 대북 무시정책에서 햇볕정책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동영이의 정책이 미국 정책과 가장 닮았다. 대화를 통해 접촉해 단시일 내에 (한반도 위기상황을)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정 후보의 말을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 후보는 “평화로 가니 긴장을 완화시키자는 말은 남북의 모순구조를 무시하는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햇볕정책으로 갔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에 핵 불능화가 전제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역시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폐기되어야만 한반도 경제 교류를 할 수 있다. 인도적 지원과 협력이 계속 되어야겠지만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의 북한의 반응도 있어야 한다”며 “핵 포기가 북한을 위하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강력히 설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친미, 반미라는 이분법적인 용어는 맞지 않다. 안보 등 여러 면에서 국익이 도움이 된다면 가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후보는 “외교는 상대를 화나지 않게 인내로 원하는 것을 얻어 내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개성 공단 개발,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통해 이뤄낸 6자회담, 미국과 북한과의 주선을 통한 919 성명 등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곧이어 타 후보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문국현 후보는 “개성공단은 2000년도부터 진행됐는데 정 후보는 개성 프로젝트의 나중인 생산단계에서야 들어서지 않았느냐”며 “그러면서 유럽으로 가는 열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낭만적인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인제 후보 역시 “919 공동 의장 성명으로 북핵이 타결 됐다고 대서특필 됐었는데 타결 됐는가?”라며 “정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 북 핵 실험은 어마어마한 변화인데 (북한과) 잘 통한다는 말씀은 답답하다”고 질책했다.

한편 이날은 토론회 주제와는 무관하게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된 타 후보들의 가시돋힌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탈세와 위장취업, BBK 등 각종 의혹이 있는 후보와 나란히 앉아서 토론하는 것이 창피스럽다”며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정 후보는 전쟁하러 나온 것 같다. 평화주의자 같지 않은 것 같다”며 “노무현, 정동영 정권이 세운 검찰은 믿지 않고 범죄자의 말을 믿는 건가. 북조선 검찰이 와서 수사하면 믿겠냐”고 여유롭게 받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