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디비아니 여성전문 심리상담 클리닉에 종사하는 공인 임상소셜워커 전지영씨의 칼럼이다. 이를 통해 현 한인사회 내에 존재하는 가정문제와 여성문제 등의 심각성을 한 소셜워커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어른들의 무절제한 언행과 행동으로 아이들의 건전한 정서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상황들을 나열해 보겠다.

(1) 아이들이 딸려있는 이혼 시엔 전 배우자와 마주칠 경우가 자주 생긴다. 아무리 화가 치민다 하여도 어린아이들 앞에선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폄하나 모욕적인 표현을 삼가 하여야 한다. 위협적인 말투나 행동, 집요한 책임추궁, 심지어는 몸으로 밀거나 때리는 등의 가혹행위들을 자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반복 학습효과로 공격적이 되거나 정반대의 무기력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 쉽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6-10살) 두 손으로 귀를 막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심한 울음과 떼를 쓰기도하며 두려움에 몸과 마음이 굳은 듯 멍하니 다투고 있는 어른들의 얼굴을 바라 보기도 한다. 특히 부모의 다툼이 자식들과 관련된 일 때문이라면(예: 양육 문제 등에 관한), 아이들은 더 더욱 심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부모들간의 심한 말다툼과 몸싸움을 지켜 보아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엔 두려움과 분노의 싹이 자라기 시작하는데, 장래의 인격과 정서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성인이 되어서라도 원만하고 순탄한 이성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2) 설사 전 배우자와 떨어져 있더라도 아이들 앞에서 전 배우자에 대한 험담이나 모욕적인 말은 삼가 하여야 한다. 이곳 캘리포니아 주에선 아이엄마한테 아동학대나 심한 알콜, 약물중독, 중한 정신병경력이 없는 한 아이의 양육권은 엄마에게 주어진다. 아빠들에겐 각자의 이혼합의서에 따라 주로 1, 2주에 한번씩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서로를 향한 비난과 책임 공방 등으로 혹독한 과정을 거친 이혼일수록, 이혼 서에 사인을 한 후에도 깊은 앙금이 오랫동안 남게 마련이다. 이러한 격한 감정에 못 이겨, 아이들 앞에서 전 배우자에 대한 약점과 비난을 일삼으며, 때로는 자신이 연약한 피해자라는 점을 은연중 들어 냄으로써 아이들에게서 감정적 동정과 위로를 받으려는 의도야말로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입히게 된다. 불행하게도 자기 마음의 고통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며 어린아이들을 어른들의 세계로 끌어 들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의건 타의건 어린아이의 마음에 약자로 비추어지는 엄마한테는 (폭력가정 대부분의 경우) 동정심을 가해자인 아버지에겐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장시간 계속된다면 부모와 자식간에 친구 같은 동지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즉 엄마는 무의식적으로나마 아이들의 심적 동조로부터(주로 딸들한테서) 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 받기 원하고,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위로와 보살핌으로 아빠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키우게 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모녀관계에서 성장한 여자아이들은 남자들, 특히 남편의 위치에 있는 남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증오심이 마음 깊이 자리잡게 됨으로써, 훗날 정작 본인들의 결혼생활에서 너무나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현실에서의 이혼이란 양쪽 배우자들에겐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결심인 동시에 스트레스 연속인 삶을 동반한다. 견디기 힘든 마음의 고통은 전문가 앞에서 표현 되어야지만, 진정한 회복을 기대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