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세계사
모토무라 료지 | 서수지 역 | 사람과나무사이 | 324쪽

'관용의 제국' 로마는 넓고 강해졌지만
'탄압의 제국' 아시리아는 금세 멸망해
받아들이려면, 주어진 것들에 감사해야

받아들이면 넓어진다. 외국 격언 중 '강물은 바다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바다는 강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물도 받아들인다. 바다가 넓을 수 있는 이유는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로마가 오랜 시간 제국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잘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로마는 잘 받아들이는 나라였다. 로마인은 독창성이 부족한 민족이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것은 뛰어났다.

로마가 자랑하는 도로와 수도는 그리스인들의 기술을 흉내낸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속국에 관용 정책을 펼쳤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까지 받아들였다. 로마는 넓어졌고 강해졌다. 로마는 무려 1,500년 동안이나 방대한 제국을 유지했다.

반면 아시리아는 받아들일 줄 몰랐다. 아시리아는 '탄압의 제국'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음 패배한 나라의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대규모 강제이주 정책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강압적인 정책은 머지않아 대규모 반란으로 이어졌고 기원전 612년 적국의 공격에, 아시리아 제국은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받아들이면 넓어지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좁아지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 힘들다. 비교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가지면 감사할 수 없다. 노력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흙수저나 금수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주어진 것 때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세계의 여러 나라도 주어진 것이 공평하지 않았다.

풍부한 자원과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가 있다. 반면 척박한 환경에 처한 나라도 있다. 역사는 좋은 환경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이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달라진 역사와 문명
풍요로운 환경보다는 척박함에서 열매가
주어진 것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중요

<천하무적 세계사>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역사와 문명이 어떻게 달라지는 이야기한다.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역사는 달라졌다.

문명은 큰 강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큰 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것이다.

"4대 문명이란 기원전 5,000년-2,000년경 큰 강 유역에서 태동한 네 개의 고대 문명을 일컫는 용어다. 서아시아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생겨난 '메소포타미아 문명',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를 흐르는 나일강 유역에서 발생한 '이집트 문명', 인도 인더스강 유역에서 태동한 '인더스 문명', 동아시아 황허강 유역에서 번성한 '황허 문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물이 있다고 모두 큰 문명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고대 문명이 탄생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물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고대 문명이 탄생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과 달리, 일본은 물이 풍부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문명의 씨앗은 풍요로운 환경이 아닌 척박한 환경에서 더 잘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문명이 태동하기 위해선 물과 함께 '건조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건조화는 물이 부족하여 건조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규모 건조화가 진행되면, 사람들은 물가로 몰려들었다. 물가에 모인 사람들이 도시를 만들고 문명을 탄생시켰다.

"'건조화'와 '물 부족'이라는 위기 속에 인간들은 좀 더 영리해지고 유능해졌다.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마침내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물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크고 작은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 마을들이 통합되며 차츰 도시라고 부를 만한 규모로 성장했다."

고대 로마 시대 시리아 아파메아 유적. ⓒ픽사베이
고대 로마 시대 시리아 아파메아 유적. ⓒ픽사베이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주어진 것 이상으로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문명의 시작은 풍요로움이 아니라 척박한 환경이었다.

저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문명이 태동하지 못한 이유를 말에서 찾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은 말이 없었기 때문에 문명이 시작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문명이 태동하지 못한 이유는 말이 멸종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인간이 지나치게 잡아먹는 바람에 어느 시점에 말이 멸종했다."

말(馬) 없어 문명 못 낳았던 아메리카가
지금은 세계의 중심... 받아들였기 때문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고 현재는 미래로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자와 사람, 정보가 활발히 이동하고 흘러야 하는데 말이 사라지면 그것들이 더디게 흐르고 제대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만약 말이 없었다면 21세기는 아직 고대를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 없었다. 그 결과 문명이 탄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은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주어진 것은 척박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이후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역사가 현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멈추지 않는 영화와 같다.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고 현재는 미래로 나아간다.

"역사는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내일이 있다. 뿌리 없이 줄기도 잎도 꽃도 열매도 꿈꿀 수 없듯 지나간 시간, 과거라는 뿌리 없이 현재라는 줄기도 내일이라는 꽃도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는 실용적인 학문 정도가 아니라 삶의 '무기'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주어진 것에 따라 역사의 시작이 달랐다. 그러나 세계사는 주어진 것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다. 주어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역사의 방향이 달라졌다.

잘 받아들이는 사람, 있는 것에 감사한다
하나님, 척박한 땅 선택 아브라함에 약속
보고싶은 것만 보면, 역사에서 못 배운다

우리도 가진 것은 다르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은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있는 것에 감사한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아브라함과 롯은 늘어나는 재산 때문에 서로 다투었다. 헤어져야 할 시기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눈에 보기 좋은 땅을 선택한다. 아브라함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척박한 땅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브라함이 받아들인 척박한 땅에서 하나님의 약속은 시작되었다.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자가 항상 승리하지 않았다. 역사는 적게 가져도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인 사람에게 주인공의 자릴 넘겨주었다.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마 25:21)". 적게 가졌다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 받아들이면 더 많이 주신다. 잘 받아들이면 넓어진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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