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7일 오후 3시 10분경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이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했는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2명의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이들이 살인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강제북송'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때 눈을 가리고 재갈까지 준비했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 있는 탈북자들의 눈과 귀가 이 사건으로 향하고 있다. 강제북송이라면, 북한과의 휴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14일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를 만나 인터뷰 했다. 기독교인으로 국내 탈북자들의 리더 격인 그는 미국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북한자유연합 및 디펜스포럼재단 대표와 함께 '북한자유주간'을 이끌고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국제형사재판소에 관련자 고소할 것
송환된 2명, 허약해 北군대 못갔을 것
이들이 16명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그는 이번 정부의 ‘강제북송’ 논란에 대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에 대한 분명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그는 이번 정부의 ‘강제북송’ 논란에 대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에 대한 분명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이번 사건을 접한 심경이 어떤가?

"우선 나를 비롯한 많은 탈북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탈북자 송환을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가 그에 응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는 사태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앞으로 북한과 범죄인 인도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국방 장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에 대한 분명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 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도 이번 사건을 알릴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명의 북한 주민이 정말 16명을 살해했다고 보나?

"정부는 20대 남성이라고 했는데, 20대 초반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이 둘은 군대에 가지 못한 이들이다. 북한에선 중학교를 졸업하고 17~18살이 되면 군대에 가서 10년을 복무하기 때문이다. 입대를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신체가 허약하거나 토대(출신 성분)가 나쁜 경우다. 그런데 토대가 나쁜 이들은 배를 타지 못한다. 탈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북한은 외국에 보낼 노동자를 뽑을 때도, 웬만한 간부보다 그 기준을 더 엄격히 한다. 그만큼 탈북을 경계한다. 그러니 북한 주민 2명이 군대를 못 갔다면, 그건 신체가 허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들이 배에서 신체가 건장한 16명을 죽일 수 있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문자 노출 안 됐으면 끝까지 숨겼을 수도
살인자 탈북 전에도 있어, 왜 이번엔 추방?
3일 조사... 정략적 판단 따른 기획 아닌가?"

-진짜 16명을 죽인 게 맞다면?

"'대한민국이 북한에서 살인을 저지른 탈북자도 받아주어야 하는지'는 우리가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번 사건엔 이런 본질적인 물음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일단 나는 이들이 살인하지 않았다고 보지만, 설사 그랬다 해도 정부는 추방 전에 그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 만약 언론에 청와대 관계자가 받은 문자가 노출되지 않았다면, 끝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런 일이 이전에 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북한에서 사람을 죽인 자가 탈북해 우리나라로 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도 북한 군인이 상관을 사살하고 귀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를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번엔 추방했을까? 게다가 이들을 3일밖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조사에 보통 5일은 걸린다. 뭔가 서둘렀다는 인상이 짙다. 이런 점들이 이번 북송이 정략적 판단에 따라 기획된 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품게 만든다."

-2명의 북한 주민에게 귀순 의사가 있었다고 보나?

"합동조사에서 그런 뜻을 자필로 썼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사실일 것이다. 아니라면 이미 정부가 부정했을텐데 아직 아무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순 의사가 없었다면 우리 군이 경고했을 때 북한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中서 강제북송된 경험... 2명의 심정 알듯
北서 총살 되거나 선전 도구로 쓰일 수도
文 대통령 몰랐을 것, 알았다면 용서 못해"

김 대표는 “만약 언론에 청와대 관계자가 받은 문자가 노출되지 않았다면, 끝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때문에 이런 일이 이전에 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김 대표는 “만약 언론에 청와대 관계자가 받은 문자가 노출되지 않았다면, 끝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때문에 이런 일이 이전에 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북한 인계 과정에서 이들의 눈을 가리고 포박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말이라면 너무도 잔인하다. 나도 중국에서 강제북송 됐었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다. 중국에선 내가 혀라도 깨물어 자결할까봐 절대 북송하지 않겠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나도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팔을 뒤로 꺾고는 강제로 차에 태운 채 북한에 넘겼다. 내가 다시 북한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만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 두 명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건 당해보지 않으면 그 기막힌 상황을 절대로 알 수 없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북한으로 추방된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공개총살 되거나 선전 도구가 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이들을 그냥 죽이기보다 체제를 선전하는 데 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아마 당분간 북한에서 직접 한국에 오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강제북송될지도 모르는데 누가 오려고 하겠나. 그런데 북한에서 선전 도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다. 북한 사람들이 그런 자들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추방 결정을 미리 알았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몰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인권 변호사였는데, 이런 반인권적인 일을 알고도 모른척 했을 리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알았다면, 나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나를 떠나서 훗날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주민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일어난 탈북민 모자의 아사(餓死)는 국내 탈북자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무관심에 그야말로 분기탱천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급기야 탈북자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 정부는 국민적 항거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탈북자들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