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평화주의로 인종차별에 맞서 흑인들의 권익을 수호하려 했던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의 막내딸 버니스 킹 목사(Bernice Albertine King, 56)가 방한해 3.1절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버니스 킹 목사는 '마틴 루터 킹 비폭력 사회변화센터(The King Center, 이하 킹 센터)' 대표를 맡고 있으며, '비폭력 365' 캠페인을 벌이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이번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비폭력과 평화, 부친 마틴 루터 킹의 방법
세계 평화 역시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부터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버니스 킹 목사는 "제 아버지 마틴 루터 킹 목사께서 주창하신 비폭력 평화주의 철학과 방법론은 한국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 문제부터 시작해 각종 문제를 놓고 서로 대화와 소통을 많이 하면서 함께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킹 목사는 "그러다 보면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비폭력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미국 흑인이 직면한 문제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고, 이를 사명이라 생각했다"며 "그것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세계 평화 역시 외교와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긴밀히 협력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전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사역에 대해서는 "아버지께서 주창하신 '비폭력 365 운동'을 소개하고 훈련한다. '비폭력 365'가 전 세계를 좀 더 평화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세미나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같이 모색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정의 구현과 인간 공존을 위해서는 '비폭력'이 중요하다. 이는 실용적인 방법"이라며 "비폭력적 방법론은 많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사람들 간의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서로를 죽이고 살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윈-윈'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킹 목사는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러므로 공존해야 한다. 지난해 노르웨이를 방문했는데, 킹 센터가 주창하는 프로그램에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봤다"며 "이를 통해 부모님 '비폭력'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어 기쁘다"고도 했다.

버니스 킹
▲지난 3일 설교하는 버니스 킹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아직 남은 인종차별,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국, 경찰이 총기 안 갖고 있어 놀라워

흑백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혼란과 공동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며 "거기서 말씀한 것이 어떤 환경에 있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킹 목사는 "인종주의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저희 아버지께서 인종주의에 반대하셨다는 것"이라며 "인종차별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흑인들의 삶의 중요성을 가르침으로써,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는 아직 백인우월주의가 있고 아직도 차별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렇듯 흑인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종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정책과 관습보다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는 "매우 편안함을 준다. 미국에 비해 평화롭다"며 "놀란 것은 한국 경찰이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찰도 총기를 소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총기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

킹 목사는 "한국에 기독교인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조용기 목사님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한국 방문을 통해 제 꿈이 실현됐다"고 기뻐했다. 버니스 킹 목사는 어린 시절 조 목사 설교를 들은 후 그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방한에서도 조 목사의 영성을 배우고 싶어 파주 오산리기도원 내 조용기 목사 개인 기도굴에 들어가 2시간 정도 기도했다.

동성결혼과 차별금지법, 북한 억류자 등
민감한 주제의 질문에 대해선 대답 아껴

버니스 킹 목사는 한국 내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오바마·트럼프 정부의 인권정책 비교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는 발언은 할 수 없다"며 답변을 아꼈다.

그는 "동성결혼과 차별금지법은 어려운 문제라 자세히 답하기 어렵다. 단 동성결혼에 대해 미국 교회는 다양한 견해를 갖고 있다"며 "서로 존중하고 차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긴장감이 있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더불어 "성소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은 반대하기도 한다"며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인 선교사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제 아버지는 사전에 많은 정보를 찾고 연구하셨다. 이 문제에 제가 답하는 것 역시 많은 리서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그 접근 방법은 모두 다를 수 있다. 제가 강력하게 믿고 있는 것은,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버니스 킹
▲버니스 킹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선한 영향력, 서로 이해와 존중으로 회복
분노, 다른 사람 아닌 자신에게 독 되는 것

버니스 킹 목사는 주일이었던 지난 3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청년들을 대상으로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토크쇼에서 받은 두 가지 질문도 소개했다. 먼저 '선한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이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에 대해 "교회는 단순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 연결이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서 잃어버린 선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데 대한 분노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선 "이는 오랫동안 제가 염려하고 노력했던 것"이라며 "분노를 관리하기 위해 어머니를 보면서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킹 목사는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독이 된다. 그러므로 분노를 갖고 있으면 안 된다"며 "저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때마다 다른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한다. 그렇게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울할 때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긍휼함을 느낄 수도 있다"며 "분노는 갖고 있으면 점점 심해져 자신을 좌절시키고 파괴한다. 어머니께서 다른 이들을 용서하고 성령을 통해 분노를 관리하시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청년들을 향해서는 "우리 자신이 희망이다. 청소년들이 가진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국가적 문제가 있는가? 우리 자신이 변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청년들 자신이 해결책이 돼야 한다. 할 수 있음을 믿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DMZ, 오산리기도원 방문, 명예시민증도
대화와 비폭력 365 프로그램 운영 활동

버니스 킹 목사는 주일 설교와 청년 대상 토크쇼 외에도 서울시 명예시민 위촉과 DMZ 방문, 파주 오산리기도원 방문, 현대자동차 임원들과의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으며, 6일 출국한다.

버니스 킹 목사는 미국 스펠만 대학에서 심리학 학사를, 에모리 대학에서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또한 웨슬리 대학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머니 코레타 스콧 킹을 기리기 위해 모교인 스펠만 대학으로 돌아가 'Be A King' 장학기금을 설립했다. 현재 킹 목사는 조지아 주 변호사이고, 국제여성포럼과 전국흑인여성협의회 회원이며, '마틴 루터 킹 비폭력사회변화센터' 글로벌 사상 지도자, 웅변가, 평화 옹호자, 최고경영자이다.

킹 목사는 2014년 9월 거리를 지나던 비무장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시신이 도로에 방치된 모습이 SNS를 통해 유포돼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산 사건이 발생하자, 킹 센터 팀을 이끌고 교육자, 법 집행자, 시민 지도자들, 운동가, 갱 단원들, 그리고 퍼거슨 커뮤니티 운영자들을 '대화와 비폭력 365' 훈련에 참여시켰다.

킹 센터는 버니스 킹 목사의 지도 아래 100명의 전과자들에게 비폭력 365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틀랜타 도시연맹과 협력하고,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인종 화해 계획을 포함하도록 지역사회 활동을 확대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