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活命水활명수 교회가 되자!’,‘수면제 설교’,‘계산은 식당에서나 먼저 하십시오!’,‘이거 실화입니까? 하나님!’,‘현장조사 보고서’,‘대놓고 예수’,‘오답노트’····
이 제목들은 방송국 콘티도, 방송 프로그램 제목도 아니다. 벧엘교회 웹사이트(funchurch.net)에서 발견한 설교 제목과 주제들이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본 표현들이나 설교 제목으로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교회 웹사이트 주소도 심상치 않다.
설교는 어떨까? 설교 영상 하나를 재생해 보았다. 설교자가 지난 설교 이후 ‘하나님도 사람을 시험하시나’라는 성도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강단 위로 한 사람이 올라오더니 그의 이름을 부른다. “박 목사”, 그가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하나님. 잘 오셨어요. 마침 성도들의 질문에 답을 하려던 참이었 거든요. 하나님도 시험을 하시나요?"
"그럼, 시험을 하지. 나는 너희를 넘어지게 하려는 게 아니라 너희 믿음이 더욱 더 성장하길 원해서 시험을 하는 거지. 사실 너를 시험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예배였다.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면 정작 그 안에 담아야 하는 복음에 소홀해 지지 않을까’ 라는 기우는 그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모두 불식됐다. 그는 전혀 가볍지 않은, ‘예수를 살아내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였다.
21일부터 24일 ‘사랑의빛선교교회’에서 열린 ‘제2회 미주 목회자 ·선교자 자녀 컨퍼런스’ 참석차 LA를 방문한 박태남 목사(정릉 벧엘교회)를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 평범한 인터뷰가 되지 않을 거란 직감과 함께 기자가 지닌 평범한 질문들이 그 독특한 표현들 속에 담겨 있는 그의 신앙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섰다.사랑의빛선교교회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거침없는 답변으로 그런 우려를 모두 씻어냈다.
신앙의 여정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설동욱 목사님과 목회자 자녀 세미나를 참가하게 된 이유는 저도 목회자 자녀였기 때문이다. 다른 목사님 자녀들처럼 행복하게 자라다가 청소년기에 혼란의 시기를 겪고 아버지 목회가 어려워지면서 방황하는 시기를 밟다가 미국에 도피성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하나님을 떠날 수 없었지만 내 나름대로의 삶을 찾고 싶었다. 매형이 사우스 엘에이에서 철공소를 했는데 거기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하시엔다 연합교회에서 전도사도 하고 나중에는 랜초쿠카몽가 장로교회에서 사역하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 아버지가 교역하시는 교회에서 사역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30년 목회하신 교회였다. 요즘 목회자 세습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지구상에 있는 교회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고 싶은 교회였다. 하지만 담임 목사님이 쓰러지고 그 일로 성도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약간의 책임감도 느꼈고 내 모교회니까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사역을 시작하고 3년 동안은 눈물로 목회했다. 그때 ‘내 힘으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미국 유학 시절 미주복음방송(GBC)에서 ‘찬양의 심포니’, ‘성경퀴즈’ 등의 프로그램을 4년 반 정도 진행하고 기획, 제작했고 동부쪽에서 찬양팀도 진행하고 청소년 목회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갈 때 ‘이제 교회를 뒤집어 엎어야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가서 깨달았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처음 3년 동안 하나님이 나 자신을 많이 보게 하시고 ‘내가 뭘 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26년째 그 교회를 섬기고 있는 행복한 목사이다.
사역들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교회 모토는 “FUNchurch”이다. F(Fotified Faith) U(Unlimited Love) N(Neverending Hope) 즉, 흔들림 없는 믿음위에, 다함이 없는 사랑으로, 끝없는 소망을 주는 교회가 되자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목회사역과 함께 ‘온갓네트워크(On God Network)’를 통해 여러 기독교 단체를 네트워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잘 해왔는데 네트워크가 안됐다. 그 결과, 교회들이 똑같은 것들을 너무 많이 하고 사역이 중첩된다. 이들을 연결시키면 각자 자기 교회의 특징과 목회자의 특성을 살리는 사역을 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가 난다. 지금 그런 사역을 하고 있다.
제가 하는 사역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안에는 영적인 의미를 담고 외부적으로는 친근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FUNchurch’도 그렇고 ‘온갓네트워크’도 내적으로는 ‘On God’이라는 영적인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온갖’ 즉 여러 교회의 필요를 채운다는 의미를 지닌다. 저는 실물 설교(object sermon)를 많이 하는데 주로 문화적인 콘텐츠를 활용한다.
예배 때 새롭고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습니까?
팀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내가 혼자 할 수 없다. 매주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관해서 5명의 목사들이 함께 논의한다. 제가 말씀의 뼈대를 만들면, 그 분들이 논의에서 나온 것들을 갖고 유스 그룹, 청년 그룹, 장년 그룹 등 각 그룹에 맞게, 같은 주제로 다른 설교를 한다.
중요한 것은 목표다. 그것을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일어나고 있는 질문은, ‘우리가 정말 복음을 지향하고 있는가’이다.이 동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냥 사교 모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복음적으로 가고 있는지 항상 돌아보고 점검하고 확인한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팀을 이뤄 사역한다.
기독교의 핵심은 사실은 ‘관계’에 있다. 종교는 ‘우리가 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종교의 주된 가르침이었고 한국 교회도 이렇게 가르쳐 온 면이 있다. 그러나 사실 관계가 핵심 열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와 교인, 목회자와 교회 스텝들, 교인과 교인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올해 우리 교회의 표어가 ‘끝자리에 서는 교회’다. 다섯 명의 목사가 모여서 누가복음 14장에서 혼인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 예수께서 “높은 자리에 앉지 말고 맨 끝자리에 앉으라” 하신 말씀 처럼, “맨 끝자리에 앉자”고 얘기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비유가 이야기 하는 바는, 교회와 크리스천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주님이 우리 자리를 정해주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단에서 기도할 때마다 요청하는 것은 ‘세상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은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 선배 목사님들이 ‘성도들에게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하지만 내 성격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는 존경받는 목사보다는 사랑받는 목사가 되고 싶다. 성도들과 삶을 나누고 예배 자체를 현장화하려 한다. 성도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문화들을 메시지 안에 담는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세상에서 사용할 수 없는 말은 교회에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교회가 이원론에 젖어 있다고 느꼈다. 교회에서의 모습과 실제 삶속에서의 모습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것을 하나님이 원치 않는다고 느꼈다. 제가 생각하는 예배는 세상에서 치열하게 예배의 삶을 살다가 내 자신을 복음의 은혜로 충전하고 회복하는 현장이다.
바이블벨트에 있는 교회 12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에게 없는 것을 봤다. 구령에 대한 열정, 삶과 신앙을 일치하려는 노력. 그러나 당시에 한국교회에는 있지만 그곳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기도가 부족하고, 개인적인 하나님과의 관계에 소홀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그 두개가 합쳐진 교회가 요즘 눈에 많이 띄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이다. 결국 하나님께서 계속 답을 찾아가게 만드신다.
이번에 제가 전하는 메시지 중에 ‘예배에 속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예배만 잘 드리면 좋은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하나님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포도나무의 비유(요15)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열매를 맺으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내 안에 거하라’고만 하셨다. 그게 영성이다. 모든 교회들이 선교. 미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정말 중요한 선교는 성도한 사람 한 사람이 직장, 가정, 사회 등 삶의 현장 속에서 선교를 하는 것, 선교자적 삶을 사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나요?
방법은 다른 게 없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님을 많이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하나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하나님 말씀을 계속 묵상하고 기도 속에서 내 안에 계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다른 종교적 행위들 보다 앞서야 하는 게 말씀과 기도다. 에스겔서 37장에서 마른 뼈를 살리실 때 내 말씀을 대언해 내 영을 그 안에 불어넣으라고 하신다.
에녹은 교회를 세우지 않았고 헌금을 제일 많이 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과 동행했기에 하나님이 데려가셨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저를 거의 죽게 만들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내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님인 듯 행동했다. 그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사역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어려움이 있으면 일단은 당장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미뤄둔다. 거기에 너무 몰입되지 않으려고 하고 말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찬양을 통해 은혜를 회복하기도 한다. 요즘 아내와 함께 ‘주의 옷자락 만지며’라는 찬양에 꽂혀서 운전하면서 듣고 있는데 옛날 미국에서 사역하던 일이 떠올라 눈물을 닦으며 운전했다.
미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방송을 마치고 6명의 청년들과 제 옆에 아내와 돌아가는 길이었다. 술 냄새가 아주 진하게 풍기는 두 괴한이 저희를 따라오더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가진 걸 모두 내놓으라며 땅에 엎드리게 했다. 누구든 고개를 들면 총을 쏘겠다고 협박했고 단 5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에 그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 차에 싣고 떠났다. 그들이 다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어났을 때 여기 있는 청년들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함께 모여 앉아서 기도하자.’ 그러자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제 아내가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찬송이 찬송가 391장 ‘오 놀라운 구세주’였다.
신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유교적인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국 교회는 신학생들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라고 가르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예수를 살아내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신학생들은 목회를 어떻게 하느냐를 배우려고 하지 예수를 살아 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신앙은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목회하시면서 감동적인 기억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눠주신다면,
순간 순간이 감동이라... 목회자 자녀인데 야구경기를 좋아해서 교회에 안 나오는 형제가 있었다. 저희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린 다음 ‘야구 경기보다 더 재미 있는 예배가 있다는 것 처음 알게 됐다’며 매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됐다.
목회자 자녀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목회자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말씀 묵상을 생활화 하라’는 것이다. 목회자 자녀들은 말씀과 교회라는 환경에 익숙해서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의외로 ‘말씀 안에서 사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을 수 있다. 나와 하나님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게 인생의 가장 큰 힘이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