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덕천교회 김경년 목사의 학력위조 의혹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허위 이력서로 교회 청빙을 받아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김경년 목사는 영남신학대학교에서 정규 신학과(4년) 과정이 아닌, 영남신학교 신학교육원(총회위탁 2년 과정)을 지난 1991년 2월 졸업했다.

그러나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김 목사는 청빙 당시 이력서에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 졸업 학위란에 '신학사'라고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김 목사는 청빙 1년 후 위임목사가 될 때 노회에 재차 제출한 이력서에는 '신학사'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미 청빙이 완료됐기에 굳이 쓰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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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정년 연장으로 촉발된 덕천교회 사태는 당회 측의 일방적인 행정과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김경년 목사의 이력서 허위 기재 문제로까지 옮겨붙었다.

김경년 목사는 2015년 2월 청빙돼 3년째 사역 중이나, 해당 이력서는 청빙 결정 이전인 2015년 1월 30일 제출본이다. 이 이력서 내용은 청빙위원들과 교회 성도들, 노회원들로 하여금 김 목사가 학부 시절 정규 과정을 이수한 것처럼 보이게 해 청빙 결정에 도움을 줬을 수 있다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를 제기한 성도들은 "김경년 목사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총회위탁 신학교육원 과정을 이수했으나, 영남신대에서 발급한 졸업증명서를 근거로 대학 학력이 인정되는 신학사인 것처럼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해 담임목사로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년 목사와 당회 측은 논란이 커지자, 영남신대로부터 '신학과 졸업'으로 돼 있는 졸업증명서를 발부받아 성도들에게 공개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목사는 취임예배 당시에도 '영남신대 신학과 졸업'이라고 약력을 기재하는 등, 신학교육원(신교원) 출신임을 교묘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교회 성도들이 질의하자, 영남신대 측은 "본교는 1989년 3월 신입생부터 대학 졸업 학력을 인정하는 학교가 됐고, 김경O 씨는 1987년 3월 신학과에 편입했으므로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4년 정규 학부 과정인 신학사가 아닌, 2년 과정의 신학교육원만 나왔음을 인정했다.

'신학과 졸업'이라고 적힌 졸업증명서에 대해서는 "본교 신학교육원 과정은 대학 졸업 학력 인정교가 된 1989년 이후 설치됐기 때문에, 그 이전 1학년 입학생이나 3학년 편입생은 모두 학력이 인정되지 않고 신학과로 졸업장을 수여하되 신학사 학위는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덕천교회 영남신대
▲영남신대 총동문회 기수별 명단. 왼쪽 5월 21일자에는 신학과와 신교원 명단이 분리돼 있으나, 덕천교회 성도들이 영남신대 측에 문의 후인 6월 말경부터 김경년 목사가 속했던 37기만 하나로 합쳐져 있다.

영남신대 측은 "김경O 씨의 경우 신학과로 졸업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신학교육원 과정 설치 이전인 1987년 3월 편입했기 때문에, 당연히 학위 없는 신학과로 졸업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처리"라며 "참고로 김경O 씨는 비학력인정 각종 학교였던 당시 신학과(현 신학교육원)를 이수했지만, 신학사 학위 과정을 이수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김 목사의 허위학력 문제를 제기한 성도들은,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영남신대 정규 신학과를 졸업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졸업증명서를 발급한 처사에 대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남신대 동문회 홈페이지 관련 내용의 급격한 변화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목사 문제가 불거지기 전 기수별 명단에는 '신학과'와 '신교원' 명단이 분리돼 있었으나, 덕천교회 일부 성도들이 영남신대 측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후 김 목사가 졸업한 37기 명단만 둘을 통합시켜 '신학과'로 표기, 구분이 가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성도들은 영남신대의 해명을 놓고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신학교육원 이수자에게 왜 신학사를 졸업한 것처럼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총동문회 기수별 명단 역시 문제가 발생하니 의도적으로 졸업증명서 발급 내용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꾼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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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남신대 총동문회 홈페이지 내 동문 기수별 명단. 37기만 다른 기수와 비교해 색깔이 확연히 달라, 수정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총동문회 측은 37기 명단만 '신학과'로 통합된 것에 대해 "지금 홈페이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서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관리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37기 명단만 바뀌었나'고 묻자, 답변을 회피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본지는 김경년 목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와 함께 김경년 목사는 장신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도 제기되어, 현재 장신대에서 예비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로 3인 은퇴 미루려다... 교회를 삼킨 분쟁

예장 통합 소속인 부산 덕천교회는 후진 양성을 위해 지난 2009년 당회에서 항존직(목사와 장로) 65세 조기은퇴를 결의했다. 조기은퇴 결의는 통상 '모범적인 교회'의 표지로 알려져 있다. 당시 담임목사와 장로 13인은 자필로 서명했으며, 서명한 장로 13인 중 10인이 이미 조기은퇴를 끝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5월 한 집사가 당회의 만류에도 총회 측에 '조기은퇴의 총회법 위반 여부'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이 집사는 당회에서 조기은퇴를 준수하기로 하자, 노회나 당회가 서류 접수를 거부할 시 바로 상회로 올리는 절차인 '부전지'를 첨부해 질의했고, 노회를 거쳐 총회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총회법 준수'였다.

이에 질의 한 달만인 2017년 6월 17일, 덕천교회 당회는 총회의 헌법해석 통보를 이유로 은퇴 연령을 70세로 다시 상향 조정했다. 조기은퇴 결의에 서명했으나 아직 남아있던 장로 3인의 은퇴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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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0일 교회 게시판에 나붙은 청년부 폐지 공고문.

이후 반대하는 장로 2인을 내보낸 후 당회재판국을 열어 치리하고 즉시 노회에 위탁재판을 의뢰했다. 뿐만 아니라 장로 2인이 맡고 있던 위원장 등 교회 직분들을 해임시키고, 대표기도 순서에서도 일방적으로 제외했다.

이에 반대하는 성도들 역시 무차별 해임하고, 청년부 찬양단과 중창단 역시 해산했다. 특히 2017년 연말에는 청년들 몇몇이 교회 결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27세 이상 청년들 모임인 '제1청년회'를 아예 없애고, 저녁예배 시간을 오후로 옮겨 청년예배와 통폐합시켰다.

현재 부산 덕천교회 당회 측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성도들의 교회 출입을 쇠사슬로 막아버리고, 이들에게는 '각서'를 써야 출입 가능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또 청년 3인과 성도 2인에 대해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양측은 상호간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예장 통합 측에서 부산 5대 교회 중 하나로 불리던 덕천교회는 일련의 분쟁 과정에서 성도 300-400명이 빠져나갔고, 청년들은 100여명에서 30여명으로 감소했다. 분쟁 규모 역시 조기은퇴에 대한 몇몇 성도들의 반대에서 김경년 목사의 학력 위조와 박사논문 표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