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자로, 대형교회 총괄수석목사로, 그리고 이민교회 담임목회자로 나름 화려한 길을 걷던 목회자가 '개척은 안 된다'는 대한민국 서울, 지척에 대형교회들이 즐비한 강동에서 새롭게 교회 문을 열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이라는 시구(詩句)가 왠지 떠오르는 그는, 뭔가 초탈한 듯 느껴졌으나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10여년만에 펴낸 책 제목도 <친밀함>이다. '사람 살리는 교회, 세상 살리는 사람'을 모토로 예배드리고 있는 사람살리는교회 라준석 목사를 만났다.

-시드니에 계신 줄 알았습니다. 5년만의 귀국이셨네요.

"시드니에서도 재미있게 잘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시드니로 갈 때도 그랬지만, 거기서 올 때도 계획을 잡고 움직이기보다 어느 정도 때가 돼 옮기게 됐습니다. 거창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사역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나이도 있고 청빙을 받기는 그래서 개척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57세입니다. 주변에서 '지금 왜 개척하느냐'고들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척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 그저 '예배드리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하나 품었던 것은, '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었고, 그 답으로 '사람 살리는 교회, 세상 살리는 사람'이라는 모토를 갖게 됐습니다. 살아난 그 사람이 세상을 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토로 예배드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곧 개척이었습니다. 멤버를 따로 모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개척 멤버'도 없습니다. 모을 시간도 없었지만, 개척 자금도 없이 누군가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개척했나'고 물으시면 정말로 '은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웃음)."

-'개척교회 목회자로 살아보니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개척이라고 일반화시켜서 말씀드리기엔 부담이 있습니다. 지금도 틀이 다 잡힌 건 아닙니다. 일부러 거의 안 잡고 있지만, 단 한 가지만 놓고 기도했습니다. '동역할 사람들,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주시면 협력해서 하나님 나라 전하며 살겠습니다.' 그래서 한 분씩 오실 때마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주님께서 보내주신 분들로 여깁니다. 이 역시 은혜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겠지요."

-목사님 하면 카리스마가 떠올랐는데, 직접 만나뵈니 책 제목처럼 <친밀함>이 느껴집니다.

"원래 사람들과 격의 없이 친밀하게 지내는 스타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단 위에서 메시지를 선포할 때는 권위를 내세우려던 건 아니지만, 그런 이미지가 따라붙었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접하지 못하면 또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요. 가까이 있는 분들과는 편하게 지내고, 그러다 보니 동역자들과도 15년 넘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있었던 목회지와는 다르실텐데요.

"상황에 맞게 하는 편입니다. 잘 짜여진 대형교회의 조직을 만들기도 했고 운영도 할 만큼 했습니다. 온누리교회에도 있었고, 시드니 이민교회 사역도 했습니다. 각각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한 사람씩 조직을 갖춰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대형교회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지 않으면서 올라가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습니다.

온누리교회에서부터, 청년들이 많이 와도 한 사람씩 교제하고 이름을 알고자 했습니다. 그때 만났던 청년들은 지금 만나도 이름을 기억합니다. '목회란 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어디든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역지에서 목회해 봤기 때문에, 대형교회에 대한 부러움도 없고, 지금 모습에 주눅이 드는 것도 없습니다. 각자 좋은 점들이 있으니까요."

-책도 많이 쓰신 줄 알았는데, 이번 책 <친밀함>을 10여년만에 내셨습니다.

"사역을 하고 사람을 만나보니, 하나님 앞에 행복한 사역자도 있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역자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 시드니에서 이를 놓고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잡힌 것이 '친밀함'이었습니다.

전에는 관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자료를 모아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관계라는 말이 좀 식상하기도 했고, 성경에 '친밀함'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여러 책을 뒤져봤는데,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각자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래서 새벽기도 때 이 주제로 특별새벽기도회를 열고 설교했습니다.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회복도 일어났습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에서 원고를 보고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라준석 친밀함
▲라준석 목사는 "생각만 하면 문제가 크게 보이지만, 기도하면 하나님이 크게 보인다"며 "생각만 하면 닫힌 문이 보이지만, 기도하면 열린 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책을 읽어보니, '행복'을 강조하고 계시던데요.

"사람은 가진 게 많아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못하면 일 자체가 힘듭니다. 반면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역자들이나 크리스천들을 향해 원하시는 것은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심을 느낍니다.

짜증내고 힘들어하기보다, 어떤 위치에서든 주님과 친밀하게 지내고 사람과도 친밀하게 지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바람이자 자식을 향한 부모의 바람이 아닐까요. 그렇게 하다 보니, 거꾸로 일도 더 잘 됐습니다. 하나님과 친하니까 일도 되고, 하고 싶은 일도 하게 됐습니다. 사람과도 그렇고요.

일하기 위해 친해진 건 아니지만, 친밀함이 참 중요합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했던 경험이 사람에게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경험한 사람만이, 사람과도 친밀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하나님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목회자도 태도가 바뀝니다. 죄를 싫어하시고 거룩하신 하나님도 있지만, 그럼에도 친밀하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인생에서 여러 결정을 앞두고 그런 부분을 경험하다 보니, 이번에 나누게 됐습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하다 해도, 이를 말로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친밀함을 많이 경험한 것은 성경입니다. 그 동안 성경을 많이 배우고 가르쳤지만, 최근에 읽으면서 마치 하나님께서 제 곁에 계시다는 느낌이 듭니다. 성경 전체를 읽으면서 한 차례 녹음했는데. 또 한 번 친밀함을 느꼈습니다.

기도를 통해서도 느낍니다. 큰 소리로 기도하지만, 멀리 있다고 느껴지지 않고 제 곁에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 기자님과 대화를 나누는데도 하나님께서 함께하고 계신다는 느낌입니다. 삶 속에서 그렇게 친밀함을 느낍니다.

말씀드렸듯 개척 멤버가 있었던 것도, 큰 공간이 마련된 것도 아니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딱딱 모든 걸 허락하시니 참 세심하신 분이라는 감사가 생깁니다. 말씀과 기도라는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사실 그 부분을 통해 가장 많이 경험합니다.

정말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다 친밀함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좋은 의미에서 인간적이고 친밀합니다. 제가 경험한 좋은 멘토 같은 사역자들은 다 그랬습니다."

-멘토 하니 '그 분'이 떠오릅니다.

"하용조 목사님과 가까이서 오래 지냈는데, 참 친밀하신 분이셨습니다. 각자의 판단과 느낌과 경험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사리가 분명하지만 굉장히 다정하고 많이 챙겨주시고 늘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근엄하지 않으셨고, 식사할 때도 아주 편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김명용 장신대 전 총장님도 멘토이십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었는데, 참 다정하고 친밀하셨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나님의 사람들은 친밀함이 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총장님은 매주 저희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십니다. 스승님이 오셔서 설교를 듣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저는 좋은 마음입니다. 하 목사님이 앉아계실 때도 기분 좋게 설교했습니다. 멘토 앞에서 설교하는 것도 그렇고, 하나님의 메시지이니까 더 좋고 재미있었습니다."

라준석 목사는
라준석 목사는 "하나님은 쌀쌀맞지 않으시다. 친밀하시다"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청년 사역을 오래 하셨는데, 요새 청년 사역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5년만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가기 전에도 집회를 많이 했지만, 지금도 설교 요청을 받으면 무조건 하는 편입니다. 일단 모인 청년들의 분위기는 동일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이는 숫자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착합니다. 죄가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순수하고 열정적입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는 그래도 소망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청년들을 만나보면 진지하고 뜻과 비전을 가진 청년들이 많습니다. 둘째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입니다. 이전에 사역할 때는 수적이든 영향력 면에서든 '부흥'이라는 큰 모토가 있었고, 거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메시지를 전하면서는 '단단하면서도 대답을 줄 수 있는 청년운동'에 대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이나 가치 체계, 전망과 관점, 일상의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대답 등에 대해 굉장히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가슴에 불을 줘야겠다는 것입니다. 메시지 방향도 그렇게 나아갑니다. 자존감과 친밀함 등에 대한 메시지도 전합니다.

청년의 때, 그들 안에는 다 '불'이 있습니다. 뭔가에 미치고 싶어하고 누군가 나를 붙들어주길 원합니다. 그 나이대에 하나님을 바로 알고 나를 바로 알고 삶에 대해 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하지만, 요즘에는 주눅들고 의기소침해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그렇습니다. 이는 요즘 기독교 자체의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대답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많이 줘야 합니다.

요즘 성경에 근거한 실생활 속 메시지를 많이 전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일에 대한 문제들입니다. 요즘 <팀 켈러의 일과 영성> 같은, 일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이 죄의 대가로 주어졌는가, 아니면 창조될 때부터 인간을 향한 복으로 주어졌는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에 대한 관점은 상당히 달라질 것입니다. 일이 창조의 질서 가운데 있다는 것만 알아도 일에 대한 자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자기계발서보다 성경에 더 많이 나와 있습니다. 창조적으로 일하고 주어진 은사를 계발해서 각자 달란트대로, 비교하지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것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동료와의 협력과 동역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우리는 자꾸 그 일을 포기하려 하는데, 그러지 말고 버티면서 더 열심히 하다 보면 슬럼프는 결과 없는 시간이 아니라 힘이 축적되는 시간이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선을 다해 버티면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전에는 '열심히 일합시다' 하고 외쳤다면, 지금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람살리는교회만의 무언가가 있나요.

"먼저 예배입니다. 순서는 단순합니다. 처음엔 사람이 없어서 성가대도, 대표기도도 없었는데, 하다 보니 좋아서 지금도 없습니다. 묵상기도도 없이 찬양과 기도, 설교와 교제, 그리고 기도뿐입니다. 가끔 특송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도들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하고, 설교는 철저히 강해 중심입니다. 예배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바이블 스터디'입니다. '더 바이블'이라는 이름으로 교회 시작부터 계속 했습니다. 성도들이 1주일간 읽을 성경 말씀을 간략하게 설명해 줍니다. 직장별 등 30-50명씩 모인 곳에 제가 직접 가서 가르칩니다. 개척 멤버 교육은 없었지만, 여기서 자연스럽게 비전을 나눴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신구약을 모두 끝냈습니다. 교재도 직접 썼고, 그래서 성경 전체를 한 번 녹음한 것입니다. 담임목사 목소리로 성경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 저도 읽었다는 게 증명되고요(웃음). 하루 20분씩만 읽어도 9개월이면 1독이 됩니다.

또 하나는 청년들뿐 아니라 장년들에게도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하고, 비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는 변증론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독교 세계관과 변증론을 6과목씩 세미나 형태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진화-창조, 신정론 등 복음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교육을 김명용 총장님을 모시고 했는데, 성도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앞으로는 한 절 한 절 읽어가면서 해석해 주는 성경 강독을 하고 싶습니다. 성도들이 다른 게 아니라 성경을 배우고 싶어합니다. 말씀을 배우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성경이 뭐라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합니다.

목회를 해 보니, 복잡한 걸 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예배와 말씀 속에서 실생활에 대한 메시지를 듣고, 열심히 살다 또 와서 예배드리고요. 다른 교회들에서 하는 선교 등도 하지만, 예배와 말씀에서 그 모든 능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에는 편안하게 올 수 있는 '날개그늘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책 <친밀함(라준석, 두란노, 180쪽, 10,000원)>.
책 <친밀함(라준석, 두란노, 180쪽, 10,000원)>.

-상당히 개혁적인 것 같습니다.

"개혁을 위해 개혁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의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개혁인 것 같습니다. 개혁을 부르짖고 강하게 나가다 보면 거기서 또 개혁할 거리가 생기는데, 주님 인도하심 아래 예배와 기도, 말씀과 사랑을 나누다 보면 이전에 비뚤어지고 사선으로 가던 것들이 해결됩니다. 이것이 진짜 개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교회에서 할 일을 찾아서 하다 보면 성도들이 좋아하고, 그 자체가 심하게 개혁적인 것 같습니다."

-비전이 있으시다면.

"교회는 사람을 살리고, 살아난 그 사람이 세상을 살리는 것, 딱 그것입니다. 교회 슬로건처럼 '사람 살리는 교회, 세상을 살리는 사람'입니다. 처음 4주간 예배드리고 나서, 성도들에게 '무엇이 궁금하냐'고 물었습니다. '선교는 어떻게 하는가, 교회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가, 목회 중점은 무엇인가' 등 몇 가지를 물으셨습니다.

질문하신 7가지 정도를 말씀드린 후 정리해서 나눠 드렸더니 좋아하셨습니다. 일방적으로 비전 선언문을 쓴 게 아니었지요. 성도님들이 궁금한 것이 정말 중요한 것들이었습니다(웃음). 몇 달 뒤에 또 모아서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다 보니 비전 선언문이 됐습니다. '우리의 꿈, 우리의 힘, 우리의 삶'으로 정리해서 새롭게 등록하시는 분들께 드립니다.

목회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성도님들도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모를 뿐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 <친밀함>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말씀과 삶을 통해 제가 경험한 하나님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썼습니다. 책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제가 깨달은 것을 나누고자 글로 표현했기 때문에, 글로 끝나지 않고 경험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책 앞에 '그 행복한 경험'이라고 했는데, 경험이 다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친밀하신 하나님'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깨어지고 포기하고 싶고 그만 사랑하고 싶고 그만 기다리고 싶은 분들이 다시 한 번 사랑하고 기다리고 품어줄 수 있고, 관계가 깨어진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노력하는 행동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니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웃음). 그만큼 말하듯 썼기 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생각하면서 읽도록 했기 때문에 2-3회 차근차근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가설처럼 쓴 게 아니라 실제 경험한 부분들 중 말씀으로 입증한 것들이기 때문에, 말씀을 풀어주는 대로 따라가시면 '친밀함'이라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엄청난 책은 아니지만, 사역하고 살면서 중요하다고 깨달은 부분입니다. 요즘 설교하러 가면 자존감과 친밀함에 대해 많이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인생책 3권'을 꼽아 주신다면.

"먼저 엘리자베스 엘리엇 여사님이 순교자인 선교사 남편의 이야기를 쓴 <전능자의 그늘>입니다. 편지와 일기로 돼 있는데, 한 구절 한 구절에 감동이 있습니다. 제 인생 가운데 첫 번째 책입니다. '영원한 것을 얻고자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는 말이 들어있지요. 굉장한 감동이 있는 책입니다.

두 번째는 딱딱할 수 있지만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입니다. 초기작뿐 아니라 후기작까지 다 읽어야 합니다. 칼 바르트가 한국에서 오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후기작은 눈물을 흘리면서 읽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의 사상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번역본이 없어 영어와 독일어판을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칼빈의 <기독교 강요>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도들과 이러한 클래식 고전 강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거스틴의 <참회록>, 안셀무스의 <신은 왜 인간이 되었나>, 그리고 마르틴 루터의 저서들.... 그 중 첫째가 <기독교 강요>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우리가 믿는 신앙에 대해 잘 썼습니다.

1권 1장 1절에 보면,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지식은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야 나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적으로 궁금한 부분들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놓았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책들이 있지만, 3권을 꼽으라면 이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