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제15차 정기세미나가 '성령과 설교'라는 주제로 4월 30일 고양 풍동 현산교회(담임 최덕수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후 시간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가 '도피성도들에게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를 발표했다. 신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교회 밖 성도들'을 일컫는 '가나안 성도' 대신 '도피성도'라는 용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가나안 성도'를 비롯해 교회 안 나가는 사람을 '교회 쇼핑족, 교회 난민, 영적 엘리트, 영성 소비자, 잃어버린 양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들은 교회로부터 '도피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며 "교회를 통해 삶의 회복을 꿈꿨는데, 교회가 너무 힘들게 해 더 이상 교회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교회로부터 도피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피난처로 삼은 도피성이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영적 광야의 삶을 살아간다"며 "이들을 '도피성도'라 부르는 것은 신앙을 버린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한다. 오히려 동시에 교회를 찾고 있다. 당장 찾지는 못하겠지만 계속 찾고 있는 이들을 의미하는데, 이는 하늘 시민으로 돌아오게 하는 간절한 기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목사는 "수치상으로 보면 교회의 위기가 틀린 말도 아니지만,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지금의 위기는 '지금껏 누렸던 영화와 권력의 위기'이다. 그래서 기득권 집단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실제적 관점에서 한국교회 위기설을 부정하고 싶지 않고, 영적 측면에서는 더더욱 동의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교회가 파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누렸던 기득권이 상실되고 견고한 성읍과 같았던 교회가 황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다시 부르실 것이고 예배하게 하실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한국교회의 위기는 종교개혁의 가르침에서 너무나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엉뚱하고 괴인한(꾀를 쓰거나 유혹하여 남을 어느 곳으로 나오게 하다) 신학과 신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동식 목사는 "도피성도의 현실을 보면 한국교회의 모습이 보인다. 도피성도의 시작은 떠돌이에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은 성도들이 다니던 교회를 떠나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교회도 세상과 똑같다'는 생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는 교회가 구원의 방주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교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절망하고 있다. 고향이 있는데 갈 수 없고, 집이 있는데 들어갈 수 없어 실망과 낙담, 원망과 분노만 남았다"고 했다.
신 목사는 "교회를 떠난 사람들은 강요받는 신앙의 부담, 일방적 기도와 설교와 나눔 등 소통의 단절, 성도들의 이원론적 사고에서 오는 신앙과 삶의 불일치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며 "도피성도를 유발한 교회의 질병은 예수님만 좋다는 '언행 불일치', 정체성 부실에서 오는 '직무 유기', 표지를 잃어버린 '의무 상실', 세상과 타협한 '소명 변질', 권력과 탐욕의 도구가 된 '탐심 비대', 정직한 공동체를 향한 실망, 건물이 크면 사람이 채워진다는 '건물 환상' 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도피성도를 만든 목사와 목회의 모습은 빈약한 소명의식, 설교자의 희미한 정체성, 천국을 소망하지 않는 설교, 책이 사라진 목회, 설교와 삶의 균열, 외형적 경건에만 힘씀, 오장육부와 쓸개가 살아있음, 성화를 위한 게으름, 자발적 불편을 감당하지 못함, 맘몬의 종이 된 은퇴 등이 있다"며 "결국 이러한 모습은 교회를 무시하고, 신앙공동체를 상실하며, 목회자를 향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자기 입맛대로 비이성적 신앙에 자신을 맡기며, 열광과 식어짐이 반복하고, 지상명령은 위축되며, 교회의 영향력이 빈약해지게 한다"고 했다.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 고경태 목사, 발제한 김준범 목사와 서문강 목사, 질문한 이경섭 목사와 황갑수 목사. ⓒ이대웅 기자 |
신동식 목사는 "그러므로 도피성도들을 회복시키는 핵심도 목사와 설교에 있다. 이것이 무너져가는 교회를 다시 세우는 길"이라며 "설교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면 도피성도는 나올 수 없다. 도피성도들에게는 설교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러므로 도피성도가 존재한다면 그 원인을 1차적으로 설교자와 설교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피성도 회복을 위한 설교 내용은 첫째로 '교리 설교'이다. 그는 "현대 복음주의 신학이 교회의 지배자가가 되면서 설교가 빈약해지기 시작했다. 성경이 말씀하는 것을 전한다면서 교리를 포기했고, 특히 예언자적 설교를 통해 공공의 죄는 설교하지만 동시에 개인적·내면적·공동체적 죄에 대한 설교는 왜소하다"며 "교리 설교는 중구난방인 성경 이해에 질서를 잡아주고, 신앙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하며,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구원의 확신 가운데 살게 하며, 믿음을 분명하게 나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둘째는 '연속 강해 설교'이다. 신 목사는 "연속 강해 설교는 시작이 힘들지만, 성도들이 성경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연속 강해 설교는 도피성도들이 분노하는 '표적 설교'라는 필요 없는 오해를 주지도 않는다"며 "연속 강해 설교는 목사를 강하게 훈련시키고, 알곡과 가라지를 분별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설교자가 지쳐버릴 수 있기에 처음부터 너무 긴 말씀을 선택하지 말고 복음서 중 짧은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셋째는 '균형 잡힌 설교'이다. 그는 "설교는 자신의 목적 달성이나 이념을 전파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도피성도들은 정직한 답을 얻고 싶어하므로, 이러한 균형이 설교에 있어야 한다"며 "균형 잡힌 설교는 신약과 구약을 균형 있게, 회심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원색적인 복음전도 설교, 창조-타락-구속-완성이라는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설교"라고 설명했다.
▲김준범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또 "설교만큼 설교자의 자세도 중요하다. 도피성도들은 목사에 대한 실망이 있기에, 아무리 좋은 설교에도 감동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설교자는 설교에 대한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설교에 대해 은혜 받을 자세가 있어야 하며, 아는 것과 믿는 것에 하나 됨을 보여주고, 독서를 통해 신뢰를 받으며,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기도하고, 거룩한 삶을 위한 자발적 불편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동식 목사는 "교회를 떠난 도피성도들이 갈 곳이 없어 TV에서 설교를 듣거나 카페에서 성경을 읽고, 이리저리 떠돌면서 자기 소견에 옳은 사람들을 만나 개인 제사장과 같은 목사를 사고 있다"며 "설교자들은 말씀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따스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별히 맘몬과의 싸움에서 이김으로써 교회에서 도피해 아파하고 있는 우리의 가족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이 외에도 오전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현대 교회와 교리 설교의 회복', 서문강 목사(중심교회)가 '성령과 설교', 오후 김준범 목사(양의문교회)가 '성령은사론'를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