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차원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위기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청년 몇 명이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청년부 예배 자체를 없애버린 교회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예배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청년들 중 3인을 대상으로 교회 대표 장로 2인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부 참석 연령까지 일방적으로 조정했다. 덕천교회는 20세 이상 '미혼' 성도들을 청년부로 구분해 왔는데, 돌연 만 27세 이상 청년들을 장년부 남·여 선교회로 돌리면서 청년부를 축소시켰다.
덕천교회는 군대를 다녀온 남성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인 27세 이상을 '제1청년회', 27세 미만을 '제2청년회'로 구분해 왔는데, 사실상 '제1청년회'를 없애버린 것이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27세 이상의 청년이 늘고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 10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줄어
부산 덕천교회(담임 김경년 목사)는 지난 12월 10일 '당회 결의 사항'라며 공고를 내걸었다. 그 내용은 △저녁찬양예배(오후 7시 30분)를 오후찬양예배(오후 2시 30분)로 4부 예배와 통합하기로 하다 △청년부를 만 27세(1991년생) 미만은 청년부로, 만 27세 이상은 남·여 선교회로 편성시킨다 등이다.
덕천교회는 주일예배를 1-4부로 나눠 드리고 있었다. 1부(오전 7시 30분)와 2부(오전 9시 30분)와 3부(오전 11시 30분)는 장년 성도들이 참석했고, 4부(오후 2시 30분)는 청년부 목회자가 설교하는 '청년예배'였다. 그러나 2018년부터 오후 2시 30분에는 '저녁찬양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설교자는 담임목사 또는 초청강사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저녁찬양예배(오후 7시 30분)와 주일 4부예배를 통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청년부 예배를 없앤 것과 같다. 더구나 덕천교회는 일부 성도들이 "저녁예배를 오후에 드리자"는 요구를 해 왔음에도 이제까지 꿈쩍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에는 의문이 남는다.
청년들은 별다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흩어지고 있다. 특히 갑작스레 갈 곳이 없어진 27세 이상 청년들은 1-3부 예배를 드리거나, 근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100여명이던 덕천교회 청년들은 30여명으로 줄었다.
◈"기존 회장이 당선됐으면 없애지 않았을 수도"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덕천교회 내부 분쟁과 관련이 있다. 당회의 부당한 교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몇몇 청년들은 자체적으로 교회 내·외부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해 왔는데, 이들은 이번 '4부예배 통폐합 조치'가 이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청년부 총회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청년 A씨가 제1청년회 회장에 당선되자, 아예 청년회 자체를 없애버렸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덕천교회 청년들은 "A씨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고 나서 2주 후 토요일에 임원 모임을 했는데, 평소 참석하지 않던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 오셔서 '4부예배와 저녁예배가 합쳐져 청년들은 그 예배에 참석하면 되고, 26세까지만 청년부로 인정하고 27세부터는 남여전도회로 가야 한다'고 하셨다"며 "그 이유나 논의 과정에 대해 들은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교회 측 입장을 잘 따르고 있던 기존 제1청년회 회장이 A씨와의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고, 신임원들 대부분이 A씨와 뜻을 함께하던 이들이다 보니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존 회장이 당선됐으면 예배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덕천교회 당회의 이러한 조치 때문에, 피켓시위 등으로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청년들은 잇따른 교회 분쟁과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교회를 옮기고 있다.
이에 대해 덕천교회 한 성도는 "목사와 당회 측은 '건물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담임목사도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적 탐욕이 교회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인가"라며 "말로는 '청년들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교회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
◈교회 측 "저녁예배 당겼을 뿐, 예배 후 청년모임 그대로 있어"
교회 측은"저녁예배를 당겼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회 교육위원장 B 장로는 "저녁예배를 계속 늦게 드리다 보니 오후찬양예배로 당겼을 뿐이고, 청년부 모임은 따로 있다"며 "당회 일이니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27세 이상 청년들을 청년부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 B 장로는 "40대도 청년이고 50대도 결혼 안 하면 다 청년인 것은 맞지 않고, 그런 분들이 조직 안에 들어와서 봉사를 해야 하는데 청년이라고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를 수 있고, 저는 (교육위원장이지만) 당회 전체 의견에 따랐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청년부 부장인 C 집사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덕천교회 담임인 김경년 목사는 "예배가 없어졌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청년부 예배가 예배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한 여러 사례들이 발생했고, 예배를 예배답게 활성화하고 살려서 온전히 하나님 앞에 드리지 못하면 기존 쳥년들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다는 판단에서, 당회 차원에서 저녁예배 시간을 변경해 청년부와 오후예배로 연합하기로 한 것"이라며 "예배를 같이 드린 후에 청년들은 소그룹 모임을 하게 하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1청년회에 대한 부분은 기존 청년들 가운데 나이가 40세에 가까우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아 청년부에서 예배드리는 이들에 대해 논의하는 가운데, 지금 당장 교회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당분간 문제가 해결되고 수습될 때까지 기존 1·2청년 조직을 없애고 26세 이하로 청년부만 모이도록 하고 나머지는 남·여 선교회로 편성시키는 방안을 강구했다"며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교회 문제가 수습되고 나면 아마 우리가 좋은 청년부 예배를 다시 회복시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년 목사 "1청년회 없앤 것 아냐... 궁여지책"
'그럼 교회 문제 때문에 1청년회를 없앴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교회 상황을 상세히 모르실텐데, 예배를 예배되지 못하게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목사님이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고 설교를 하는데도 전혀 예배에 같이 참여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했다"며 "2·3부 예배 마치고 교회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등 온전치 않은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궁여지책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년들과 대화를 해 봤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대화를 할 여지를 줘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피켓을 들면서 자기들 주장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니 어떻게 대화를 하겠나. '목사님 좀 만나주세요' 이런 게 아니라 '목사님 왜 거짓말하세요? 진실을 말하세요' 이렇게 하니 대화라는 게 의미가 없다"며 "저도 안타깝습니다만, 대화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서로 마음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경년 목사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청년부 예배를 해산시켰다거나 없앴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교회는 정책당회를 통해 얼마든지 기구 개편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정을 한 것이므로, '청년부 예배를 없앴다'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 3인에 대한 가처분 제기에 관해선 "피켓시위만 중단하면 당장에라도 가처분을 취하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피켓시위를 계속 하니,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가만히 있는데 가처분을 제기한 건 아니지 않나"며 "부득이한 상황 속에서 교회와 교인들을 지키기 위해 가처분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애초 당회 정책안에는 '4부예배 통합안' 없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2018년 주요 사안을 논의한 덕천교회 정책당회에는 관련 사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덕천교회는 지난 11월 14일 열린 정책당회에서 '목회정책안'을 배포했다. 이 문건 속 '예배를 위한 구상'을 보면 ①주일 낮 예배는 현행대로 진행하되 부분적으로 새롭게 시행한다 ②예닮 청년부 예배를 4부예배로 하고, 더욱 활성화시킨다 ③주일저녁 찬양예배는 기존대로 시행하되 더욱 은혜로운 예배가 되도록 연구한다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자치기관 현황'에서도 10남선교회는 '74년-기혼자', 20여전도회는 '75년-기혼자'로 기재돼 있다. 애초에 나이 많은 미혼 청년들을 남·여 선교회로 편성시킬 계획이 없었던 것. 당시 정책당회는 30분만에 "유인물대로 받기로 하고" 동의·제청 후 서둘러 마무리됐다. 일단 '현행대로' 통과시킨 셈.
그러나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면, 청년회 임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한 12월 9일, 다시 정책당회를 개최해 '4부예배 통합안'과 '제1청년회 폐지' 등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당회는 장로 2인에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아, 총회법상 소집절차 위반으로 원천무효에 해당한다.
한편 교회 측의 제기로 '예배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당한 청년 3인은 지난 17일 심문에 참석했는데, 담당 판사는 피켓시위 대신 '항존직 65세 은퇴 연령을 70세로 다시 변경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자발적으로 65세에 조기은퇴하기로 했던 장로 13인의 자필서명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 해당 가처분을 제기한 채권자 2인도 당시 장로였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청년 가처분 제기 문제를 계기로, 덕천교회와 이를 관할하는 부산남노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집중 보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