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에서도 북미에서 일어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운동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의 실체와 개념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교회성장 방법론 또는 개척교회와 젊은 목회자들이 주로 시도하는 '특수사역'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에 이상훈 교수(풀러신학교, SOMA University)를 만나 그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훈 교수는 2년 전 <리폼 처치(Re_form Church)>와 최근 <리뉴 처치(ReNew Church, 이상 교회성장연구소)>를 통해 '선교적 교회' 운동을 앞장서 펼치고 있는 북미 여러 교회들을 리서치하여, 그 특징과 공통점, 시사점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선교적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시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무엇인가요. 이는 곧 성도들이 '선교적 교회'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일텐데요.
"처음에는 '컨셉'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겠지요. 이슈가 되고 중요한 것 같은데 개념이 모호하고, '선교와 교회'는 많이 해온 용어이기에 알듯 말듯 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선교적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 번역서들이 많이 나오고 나름 붐이 일어나다 보니, 어느 정도 개념은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사역하는 교회가 많이 생겨났고, '선교적 교회' 개척 운동도 일어나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선교적 교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선교적 교회' 사역을 하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이중적 상황입니다. 남들이 많이 이야기하니 이해는 하는 것 같지만, 깊은 이해에 이른 분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선교적 교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모델에 대한 요청이 많습니다. 개념은 친숙해졌고 한 번 시도하고 싶은데, 모델을 알고 싶으신 것이지요. 지난 2015년 <리폼 처치>를 쓴 것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선교'란 무엇인가요.
"이제까지 우리가 알았던 '선교'는 우리 삶과 밀접하지 않은 측면이 강했습니다. 특별한 소명을 받았거나, 해외로 선교를 나가는 것이었지요. 교회는 그 선교를 지원하고, 성도 대부분은 선교사들의 해외 사역에 관심을 가지면서 물질과 시간으로 헌신하고 돕는 '서포터' 개념이었습니다.
'선교적 교회'는 그러한 개념을 무너뜨립니다. '지리적 선교, 나와 관계없는 선교'가 아니라, 선교적 사명이 온 교회, 전체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교적 사명'을 위임받은 선교적 주체 됨에 대해 재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교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게 됩니다. 일터와 지역사회, 가정 등 모든 곳이 선교지가 됩니다. 그곳에서 '선교사로서 살 수 있느냐'는 선교적 삶으로의 부르심을 통해 기존 교회에 큰 도전을 하기도 합니다."
▲<리뉴 처치>에서 '도시를 끌어안은 메가처치' 모델로 소개된 센트럴크리스천교회 모습. ⓒ연구소 제공 |
-기존 교회에서 하던 지역사회 봉사나 복음전도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저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지역교회에서 전도 중심적 사역을 많이 했지만, 전도는 '교회 성장의 한 방편'으로 쓰임받았던 측면이 큽니다. 그게 아니라 성도들이 '정말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내 삶의 최종 목적을 맞춰서 살고 있는가'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는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개교회 성장'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 회복을 꿈꾸면서 하나님의 선교에 진정으로 동참하는 개념입니다. 성도들이 그러한 사명을 인식한다면, 한국교회가 직면한 개교회주의나 성장주의, 물질주의나 소비주의 등 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극복해야 합니다. 이는 사실 '하나님 나라' 개념을 갖고 선교에 대한 소명의식을 분명히 가질 때 가능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예수님의 대위임령을 받은 제자들이 이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삶의 가장 중요한 본질로 인식하게 됐을 때 삶의 태도나 내용, 라이프 스타일 등이 완전히 바뀌어 생명을 바쳤다는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는 이를 추구합니다. 열심히 전도해 성도가 늘어나는 것보다,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기 위해 소명을 받은 제자이자 성도로서의 삶을 추구합니다. 그러면 삶이 굉장히 진지해집니다. 거기까지 나아가야 선교적 교회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폼 처치>에서는 미국의 주요 선교적 교회를 탐방하셨는데요.
"탐방보다는 '리서치(research)'가 맞겠습니다. 처음 리서치할 때는 '그런 교회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회들을 방문해 연구하다 보니, 그런 교회들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점점 보편화되는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음을 바견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고백으로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행하시는 어떤 중요한 역사하심이라고 봅니다. 시대마다 하나님께서 독특한 모델이나 흐름을 통해 운동을 주도해 가시는데, 이 시대에는 '선교적 교회'라는 컨셉과 신학 위에서 교회들이 새롭게 갱신되는 큰 흐름이 있습니다. 이는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것입니다.
▲'교회개척 운동과 갱신모델' Tapestry LA 사역 모습. ⓒ연구소 제공 |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은 곧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저서 <리뉴 처치>에서 쓰셨듯 이러한 흐름은 예수운동부터 교회성장, 구도자교회, 이머징교회를 거쳐 지금 선교적 교회 운동까지 10년 단위로 바뀌고 있는데요.
"'선교적 교회 운동' 자체가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선교적 교회'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고민하던 중 가장 중요한 본질인 '예수 그리스도가 주신 대위임령을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실 '선교적 교회'라는 말 자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예수님 사역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비본질적인 것은 본질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깨우치는 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만약 교회들이 이것을 다시 본질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실천한다면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 자체도 차츰 사라질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가 그냥 '교회'인 것이지요. 선교적 교회 운동은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할 사명이기에, 이 용어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때 논의가 무성했던 '이머징 교회 운동'도 요즘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머징 교회'라는 용어가 이제 정리되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회 운동을 다 커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최근 신학적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단'이라고까지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머징 교회' 리더들을 만나보면 아주 순수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신학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전통 교회에 반발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교회의 한계들을 이 시대에 맞게 극복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이머징 교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던 풀러신학교 교수에게 '이머징 교회가 약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Nes Expression in the Church, 즉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직접 용어를 정정했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다'는 의미로, 저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체험적 예배를 통한 갱신 모델' 지저스 컬처 새크라멘토 예배 모습. ⓒ연구소 제공 |
-결국 그렇다면 선교적 교회 운동도 '시대의 산물'로 볼 수 있는지요.
"저는 '선교적 교회'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타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갱신운동들도 흐름들이 유사합니다. 기존 교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 있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구도자 운동이나 예수 운동, 최근의 이머징 교회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이 다른 점은, 단순히 교회 현장에서 적용하면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한 것이 아니라, 신학자들이 여기에 가세해 자성 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무엇인가'를 다시 보고 선교학적으로 물으면서, 선교적 교회 운동은 신학적 기초가 공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교회를 추구하는 사역자들과 만나 시너지 효과가 생겼습니다.
신학자와 목회자 두 진영 모두, '교회가 왜 이렇게 약화되고 무기력한가? 교회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20세기 선교학자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선교적 교회'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신학자로 볼 수 있는데, 그가 첫 번째로 한 이야기도 그것이었습니다. '다원화된 시대 상황 가운데, 복음과 문화 사이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였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선교적 교회 운동 역시 문화현상 가운데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체험적 예배를 통한 갱신 모델' 지저스 컬처 새크라멘토 예배 모습. ⓒ연구소 제공 |
-선교적 교회는 '젊은이와 문화'라는 특정 부류 중심인가요.
"선교적 교회는 하나의 폼(form)이 아닙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몇몇 케이스 때문에 선교적 교회를 '젊은 세대, 문화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는 말 그대로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본질이 선교이고, 성도들이 모두 선교적 사명을 가진 제자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 많은 분들이라면 같은 세대들에게 맞는 소명을 발견하고 실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선교학적으로는 '상황화'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교의 대상과 상황에 맞도록 복음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위해 젊은 세대들이나 문화 중심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성육신적 사역이 중요합니다. 이는 모든 세대들에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선교적 교회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전통 교회나 대형 교회에서도 이런 운동이 일어나는 예가 있는지요.
"미국에서는 '메인라인 처치'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자유주의적 신학이 이어져 온 성공회, PCUSA, UMC, 루터회, 침례회(남침례회 제외) 등 7개 교단은 교회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메인라인 처치들도 요즘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국교가 성공회인데, 교회 컨셉을 다 파괴시켜 가면서까지 새로운 교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장로교회들도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좀 더 선교 중심적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무학교회에서 열린 '선교적 교회 컨퍼런스'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연구소 제공 |
-한국에도 '선교적 교회 운동'이 시작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잘 알지 못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분명 몇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기존 전통적 교회에서 건강한 사역을 추구하고 있는 많은 목회자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본질적인 회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선교적 교회 운동을 그 일환으로 붙잡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리더들을 많이 만나는데, 선교적 교회 운동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한 목사님은 은퇴한 신학교수 한 분이 '선교적 교회를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지만, 이 시대에 선교적 교회를 모르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면 목회자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트렌드가 아니라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40-50대 젊은 목회자들이 특별히 그렇습니다.
실제로 '선교적 교회'를 실험해 보는 곳들도 아직 많지는 않지만 생겨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활동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회들은 그런 사역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이들 대부분은 새롭게 개척하는 교회들이 대부분 선교적 교회 컨셉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개척으로는 안 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선교적 교회'들이 보완할 점은 없을까요.
"교회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스토리가 있을 것입니다.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제가 다른 교회에 보완할 점을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단점을 굳이 책에 쓰지 않은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원리들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교회들이 그 원리를 발견하고 교회에 적용시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실험들이 지금 가장 절실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대안들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리폼 처치>에서 제가 소개한 교회들이 완벽한 교회도 아니고, 한국교회보다 탁월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선교적 교회'와 이를 소개한 제 책을 통해 긍정적인 부분들을 발견하고,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비롯한 리더들이 자기 사역을 비춰보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시키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책을 쓴 첫째 이유입니다."
▲가정교회 'The Mission' 주일 모임. ⓒ연구소 제공 |
-선교적 교회 운동을 고려하고 있는 교회들이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유행이나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장 수단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매뉴얼을 달라'고 요청하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순간, 선교적 교회의 핵심가치는 사라집니다.
물론 가이드라인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선교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DNA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은 필요하지만, '스텝 1, 2, 3' 식으로는 위험합니다.
목회자나 리더 그룹 등이 선교적 DNA를 회복해서 선교적 삶을 살려는 성도들이 많아질수록, 교회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창의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리서치했던 교회 대부분이 그러했습니다. 창의적인 사례가 어찌 이렇게 많을까 할 정도였는데, 하나같이 목회자가 '핸들링'하지 않은 곳들이었습니다.
목회자들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장만 열어 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자기 돈을 써서 사역을 하는데, 열매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비효과처럼 자극을 받은 다른 그룹들이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변화가 마치 전염되듯 촉진됩니다. 오늘날 '2.0' 시대의 핵심은 참여와 협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오픈'입니다. 지금 세상은 '3.0'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1.0'에 머물러 있습니다. 리더십도 다시 고려해야 하고, 사역의 흐름이나 내용 또는 방식에 있어서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공동체로 교회가 변모한다면 어마어마한 혁신이 일어날 것입니다. 교회가 짜놓은 프로그램을 할당받은 재정으로 그저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한 후, 피드백을 나누면서 책임감을 갖고 기쁨으로 행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연구하면서 놀란 점은, 길게 보면 선교 역사의 흐름이고 짧게 보면 갱신 운동이 하나 같이 사회 변화와 맞물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조직의 변화가 일어나면 교회 안에서도 조직 변화가 생겼고, 사회에서 인적 자원을 강조하면 교회도 다시 사람을 중시한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사회와 교회는 변화를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와 문화의 변화를 교회가 무시한 채 예전 것만 고수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협소한 시각이고, 역사에 무지한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은 '특이한 사역', '별동부대'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요.
"선교적 교회를 특수사역으로 이해하려 해선 안 됩니다. 전통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특수한 사역에 있어서도 선교적 교회 운동이 필요하겠지만, 특수사역으로만 치부해 버리면 선교적 교회에 대해 오해하는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이기 때문에, 이런 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교회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이해입니다. 소명에 의해 하나의 사역이 형성되고, 소명에 동의하고 이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 멤버십이 되어 교회나 기관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선교적 교회가 발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데, 특수사역에 '선교적 교회'라는 라벨을 붙여놓고 이외의 것은 선교적 교회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 자체가 선교적 교회 운동에서 어긋납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선교적 교회 운동을 여전히 목사만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도들은 여전히 소비주의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르기에 한 번 와 봤다'는 성도들이 대부분이라면, 선교적 교회가 아닙니다. 선교적 교회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아니라, 각자 사역에 있어 리더십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 교회의 예를 들어보면, 선교적 교회는 홈페이지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담임목사가 맨 위에 있거나 따로 소개되고 있는데, 미국 교회는 모든 목회자들이 수평적으로 나열됩니다. 담임목사가 '1번'이 아니고, '시니어 패스터(Senior Pastor)'라는 표현도 쓰지 않습니다. 역할에 따라 직책을 붙이고 수평적으로 운영합니다. 스탭으로는 평신도들이 들어가 있는, 사역 중심적 구조입니다."
▲<리뉴 처치>를 출간한 이상훈 교수. ⓒ이대웅 기자 |
-말씀하신 대로라면, 한국 상황에서 선교적 교회를 시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지혜롭게 해야 합니다(웃음). 교회 상황에 맞아야 합니다. 제안드리고 싶은 점은,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셨으면 합니다. 교회 본질로서의 '선교적 사명'을 다시 한 번 목회자 스스로 인식하고, 교회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비전 등을 주요 리더십들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목회자와 리더십이 소통하다 보면, 목회자 홀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제안들이 나올 것이고, 교회가 어느 만큼 오픈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 그 한계와 가능성도 보일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그것이 조금씩 선교적 교회로서의 여정을 가는 것입니다.
선교적 교회는 끝이 아니고 목적인 동시에 여정입니다. '여정'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선교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 조금씩 수정하고 변화시키면서 방향성을 가진 교회로 차분히 순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통 교회일수록 급하게 혁신을 일으키는 식의 접근은 좋지 않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가진 특유의 관성이 있기에, 너무 급하면 무리가 가게 됩니다."
-신학교육에 있어서도 SOMA University를 세워 '선교적 교회 운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소마 말 그대로 기존의 전통 신학교육이 가진 한계를 절감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장 중심, 학생 중심, 사역 중심적인 실제적 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 가운데 시작했습니다.
기존 학교들은 제도적이고 학교에 와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선교적 교회'는 찾아가는 것이기에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교육도 찾아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본부는 미국에 있지만, 학생들이 형성되고 모이면 가서 교육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공유됩니다.
기존 강의 중심의 교육은 지식적인 면을 빼면 더 이상 효과가 많지 않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계속 사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한 장소에 모여 3일 수업하고, 나머지 3일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거나 사역에 단계별로 적용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교육을 마치면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실용적으로 교육합니다.
강의 방식에서도 교수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합니다.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교수가 이를 돕습니다.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와 미국의 현장 사역자, 한인 목회자 멘토 그룹 등 3개 그룹이 연결돼 학생들을 돕습니다. 아직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완전하지 않지만, 이런 그림들을 구상하고 졸업까지 거치도록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전작 <리폼 처치>에 등장하는 Quest Church의 예배 모습. ⓒ연구소 제공 |
-개인적 질문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연구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한국에서 목회하려다 '뭔가 더 알아야겠다. 이 상태로 목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공부하던 중 교회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교회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생겼습니다. 대안을 고민하게 됐고,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미국교회를 들여다보면 대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방문하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4-5년 쌓이다 보니 선교학적 관점으로 여러 사역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글로 쓰고 강의도 하게 됐지요. 하나님께서 이끄셨습니다."
-교수님의 비전은 무엇인지요.
"이렇게 표현하면 그럴지 모르지만, 교회와 목회자들을 깨우는 사역에 쓰임받고 싶습니다. 교회를 깨운다는 것은 곧 성도들을 깨우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 좀 더 실제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누군가 연구해서 같이 고민하게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 한 모퉁이를 담당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