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립학교에서의 트랜스젠더(성전환) 학생들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과 라커룸 이용 권리를 보장하는 연방정부의 시행법을 지난 22일 폐기했다.

남자 아이가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 성 정체성에 따라서 여자 아이의 화장실이나 라커룸에 들어갈 수 없게 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결정이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이용 권리를 영구히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공립학교들에게 보낸 <동료들에게(Dear Colleague)>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성소수자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과 라커룸 권리 지침 폐기 결정을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전국 공립학교들에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침을 무시하라는 내용의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대법원에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13일 성 정체성이 아닌 생물학적 성, 태어날 때의 성에 따라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하도록 학교가 강요할 경우, 연방 정부 기금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에는 성전환자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유명한 성전환자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게이틀린 제너에게 트럼프 타워에서 자신이 원하는 화장실을 사용해도 좋다고도 말했지만, 이것은 주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동료 공화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은 후에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 후보 시절 "화장실법은 주별로 자율 결정할 문제이지, 연방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2페이지 분량의 편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행 지침은 광범위한 법적 분석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Title IX)과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관련 법안을 더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들은 LGBT(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번창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실 권리 지침을 폐기한 트럼프 행정부는 성전환 학생들을 둘러싼 새로운 지침이나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편지에는 각 학교와 주정부 차원에서 학교정책을 마련하는 데 "마땅한 권리(Due Regard)"가 있다며 교별·주별 결정을 격려했다.

이는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1일 "주(州)의 자치적 권한에 대한 확고한 신봉자"라며, 화장실 권리를 주 정부의 결정에 맡기는 방안을 시사한 것에 부합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성애자 화장실 권리가 학교, 부모, 학생들이 법률적 문제와 관련해서 다양한 관점을 표현하고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고도 했었다.

앞서 백악관은 1월 말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는) 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며 "법안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이슈에 대해 주 단위의 정부와 의회, 입법부는 적절한 정책과 법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주별 결정을 강조했다.

이번 폐지 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진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도 "이번 안건에 대해 각 주와 학교, 지역사회, 가정 단위에서 모든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디보스 교육장관이 이번 동성애자 화장실 권리법 폐지에 서명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세션스 법무장관의 반대로 인해 좌절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