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12일 필그림교회에서 열렸다. ⓒ 이화영 기자

▲50여년전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을 회상하며 공연에 심취한 성도들. ⓒ 이화영 기자

▲합창단의 화음은 듣는이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였다. ⓒ 이화영 기자

▲박수로 화답하는 성도들. ⓒ 이화영 기자

▲아동결연 후원서 작성하는 성도들. ⓒ 이화영 기자

▲공연이 끝난 뒤 합창단원들이 필그림교회 손형식목사로부터 축복기도를 받고 있다. ⓒ 이화영 기자

▲(오른쪽부터)김희철 원장, 손형식 목사, 배인덕 운영위원장, 박준서 본부장. ⓒ 이화영 기자
6.25전쟁 전후세대들의 슬픔과 애환의 대변자로서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 이들이 50여년의 세월을 넘어 워싱턴지역 한인들의 가슴을 또 한번 울렸다. 비록 전쟁도 가난도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었지만 이들의 노래는 그 당시 우리 민족이 흘려야만 했던 슬픔의 눈물을 기쁨과 감격, 그리고 사랑이 담긴 눈물로 승화시켰다.

지난달 31일 미국에 도착해 중부와 동부의 미국교회들을 오가며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는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이하 선명회합창단)이 12일 필그림교회(담임 손형식 목사)를 찾아 한인성도들을 위한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필그림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합창단을 보기 위해 모여든 타교회 성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전쟁의 비극 그리고 그보다 더 참혹했던 가난과 굶주림속에서 부모를 잃고 남겨진 동생을 보살펴야만 했던 한 소녀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스크린에 비쳐졌다. 희망도 내일도 없었던 영상 속 주인공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 그것은 바로 선명회(월드비전의 초창기 명칭)를 통해 아동결연을 맺은 한 미국인 후원자의 사랑이었다. 소녀는 그 사랑에 보답할 길을 찾다 선명회합창단원이 되어 미국순회공연을 시작한다. 소녀는 후원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한국고아들을 도와달라 목청껏 노래불렀다.

5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소녀는 어느덧 중년의 여성이 되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딸. 그녀가 그랬던것처럼 그녀의 딸은 이제 더이상 한국을 위해 노래하지 않는다.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아동들을 돕기 위해 노래하는 자신의 딸이 자랑스럽다는 그녀의 말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전후시대를 살았던 성도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들의 눈물은 50여년전 흘렸던 슬픔의 눈물만은 아니었다. 그 눈물에는 하나님의 축복속에 성장한 조국에 대한 감격과 고통받는 아동들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영상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합창단의 첫곡이 시작됐다. 첫 마디 화음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전율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합창단의 노래속에 깊은 감동이 있었던 진짜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안에 있는 사랑 때문일 것이다.

시차적응과 긴 여행으로 인한 피로속에서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 공연에 임한다는 합창단원들. 그들의 화음에는 희생과 사랑이 묻어 있었다. 공연 시작전 고사리 같은 두손을 꼭 붙잡고 기도하던 어린이 단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철없어 보이기만했던 아이들의 진지함에 오히려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첫곡이 끝난 후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박준서 본부장이 나와 합창단을 소개했다. 박 본부장은 “1961년 당시 선명회를 통해 후원받는 고아들중 재능있는 아이들을 선발해 합창단이 시작됐다. 1962년 첫 미주 순회공연이 시작됐고 합창단은 4개월여동안 미 전역을 돌며 후원자에 대한 감사와 한국고아들을 도와 달라는 호소를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또 “세월이 지났지만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미주순회공연은 끝나지 않았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고아로 구성된 단원이 아니라는 것과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위해 노래하지 않는 것”이라며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이 노래하는 이유는 전 세계에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기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1달러, 한달에 30달러로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아동결연을 통해 50여년전 우리민족이 졌던 사랑의 빚을 갚자”고 말했다.

합창단의 두번째곡이 이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아동결연서약서를 작성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합창단은 이날 2곡의 앵콜곡을 더 불렀다. ‘주는 나의 힘이요’, 그리고 ‘아리랑’. 아리랑은 그야말로 이날 공연의 절정이였다. 아이들의 천상의 화음속에 50여년전 선명회합창단이 다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성도들의 아쉬움이 담긴 박수갈채속에 이날 공연은 모두 마무리됐다.

김종길 집사(필그림교회)는“한국 전쟁고아들을 도와달라고 미전역 순회했던 선명회합창단이 이제는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다른 나라 아이들을 돕기 위해 미국을 순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원정 양(월드비전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비록 몸은 많이 힘들지만 내가 가진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과 듣는 성도들의 얼굴을 볼때 너무 기쁘다. 특히 오늘 공연은 미국교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끈끈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배인덕 위원장은(월드비전 워싱턴 운영위원회) “맑고 순수한 어린이합창단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느낄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워싱턴지역 한인들이 이러한 사랑을 나눌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실제로 합창단측과 구두상으로 합의를 봤다”며 “내년 이맘때쯤 3회정도의 어린이합창단 공연이 워싱턴 지역에서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어린이합창단 공연중에 아동결연을 약정한 성도들로 인해 60여 명의 아동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월드비전 워싱턴 운영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2천8십명의 후원자 목표에 이미 2천여명에 육박하는 후원자수를 확보, 목표달성이 문안할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