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지형은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9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들을 점검하고 제안하며'라는 주제로 9일 오전 서울 역삼동 화평교회(담임 이광태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김명혁 목사 사회로 오정호 목사(예장 합동 대전새로남교회), 최이우 목사(종교감리교회),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한진환 목사(예장 고신 서문교회), 여주봉 목사(기침 용인포도나무교회) 등 각 교단별 목회자들이 발표에 나섰다.

◈한국교회 개혁의 1순위, '영적 지도자'

'현대판 바리새주의를 물리치게 하소서(목회자의 개혁이 급선무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오정호 목사는 최근 총회정책연구위원회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사람에게 있고, 그 사람은 바로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에게 귀결된다"며 "목회자의 권위주의는 목회자의 인격적 뒷받침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갑작스런 일정으로 불참해 김명혁 목사가 대신 낭독한 발표문에서 오 목사는 "진정한 권위를 상실한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목회자는 불신의 대상일 뿐 아니라 성도들에게 삶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며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신대로 시각장애인이 또 다른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형국이고, 중세 로마교회의 변질은 사제들의 부패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말 과 행동에 대한 신뢰도는 19.8%, 목회자의 설교와 행동에 관한 신뢰도는 23.6%, 한국교회 활동의 사회 도움 여부 평가는 28.5%로 기독교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부정적인 편"이라며 "그러므로 한국교회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기독교인 또는 목회자를 내세우기보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활동(봉사·구제)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에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저를 비롯한 영적 지도자들의 반열에 세워진 목회자들이 영적 환골탈태를 갈망하면서 주님께 발견돼 쓰임받는 한 사람이 되길 소원해 본다"며 "한국교회 개혁의 일순위가 두렵건대 영적 지도자로 지칭되는 목회자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경으로, 하나님 중심으로, 거룩한 성직으로

최이우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 개혁 과제들을 점검하고 제안한다'는 주제로 △성경으로 돌아가자 △하나님 중심으로 회귀하자 △성직의 거룩성 등을 주장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본래 취지는 본래적·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처음 의도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본래적인 데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교회와 성직자들은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한 도전 앞에 서게 됐다"고 했다.

최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권위는 큰 교회를 일궈낸 실력 있는 목회자나 남다르게 경건하게 사는 신령한 어떤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인 '성경'에 있다"며 "그럼에도 지난 수 세기 동안 개혁교회들은 개혁자들이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겼던 성경을 따르기보다, 루터와 칼빈과 웨슬리의 사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서로 다투면서 교파 우월주의에 집착해 왔다"고 밝혔다.

'하나님 중심'에 대해선 "1980년대 이후 소위 교회성장 운동이 세계 교회를 휩쓸면서 지도자들이 '교회성장 목회성공주의'에 매료돼 '어떻게 하면 교회가 성장하느냐'를 목회 중심에 두게 됐다"며 "교회가 '성경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오늘날 적지 않은 교회들이 드리고 있는 소위 열린예배도 교회성장주의의 영향"이라며 " 이는 예배가 사람 중심으로 전락하고 하나님보다 '예배 참석자'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성직의 거룩성'에 관해선 "성직자들이 입는 자주 색깔의 옷은 아마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기 전, 빌라도가 채찍질하기 위해 예수님에게 입히고 채찍질하고 모욕하고 조롱하던 때 입었던 옷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그러나 오늘은 이것이 성직의 권위를 상징하듯 자랑스러운 옷으로 바뀌었는데, 성직은 고난과 겸손과 헌신이 상징이 될 때 거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10년, 잠잠하게 중심으로 들어가야

'무섭게, 중심으로, 그리고 외연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지형은 목사는 '제도의 개혁'과 '심령의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개혁은 창조, 타락, 구원의 흐름에 내재된 하나님의 섭리"라며 "개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계속돼야 하는 주님의 명령이자,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근본 과제"라고 말했다.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교회연합 기구들이 하나의 조직이 되도록, 또 더 넓은 범위에서 한 지붕을 씌우도록 해야 한다 △각 교단 신학교육 기관 입학생과 졸업생 수를 교단 내 일자리와 연관해 조절해야 한다 △총회장을 중심한 개 교단의 선거 및 치리 구조가 세속 정치와 다를 바 없이 돈과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현실을 어떻게든 개혁해야 한다 △평신도 지도력의 계급과 권력 의식을 없애야 한다 △지역 교회부터 교단 총회, 기독교 관련 모든 기구에서 돈의 사용이 적어도 '우리 사회의 현실적 관례'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일반적 용어로는 '의식의 개혁'으로, 특히 이 점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 본질과 연결돼 있다"는 '심령의 개혁'과 관련해선 "창세 이래 하나님 신앙을 잇는 기독교 신앙은 언제나 말씀으로 본질을 유지했다"며 "말씀이 삶에서 작동함으로써 발생하고 진행되는 개혁은 기독교 수도원 운동의 시작인 사막교부들부터 중세 초기 베네딕트 수도원, 14-15세기 존 위클리프와 얀 후스, 마르틴 루터와 울리히 츠빙글리, 존 칼빈 등 16세기 종교개혁, 한국의 초기 선교까지 역사적으로도 아주 분명하게 언제나 하나님 말씀이 그 심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지형은 목사는 "제도적 개혁이 현실적으로는 먼저일 수 있겠으나, 기독교 개혁에서 중심은 곧 속사람(심령)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회의 터를 바꾸는 일"이라며 "현재 한국교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종류의 말씀 운동들보다 순도와 강도가 말할 수 없이 높아야 하고, 이 무서운 중심으로부터 비로소 외연의 힘이 생길 것이다. 한 10년은 잠잠하게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 하나님이 내려 주시는 '하향적 행위'

한진환 목사는 △설교 △성례 △입례와 축도 등 '예배, 어떻게 개혁할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종교개혁은 무지와 오류로 왜곡된 중세의 예배를 참된 성경적 예배로 회복시키기 위한 '예배 개혁'으로부터 촉발됐다"며 "예배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만남이며 교통으로 하나님은 예배의 자리에 임재하시고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시고 더욱 견고하게 하는 것인데, 한국교회는 예배를 하나님께만 영광을 올려 드리는 응답의 행위로 보면서 인간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설교'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인간 설교자는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이면에서 말씀하시는 참된 설교자(The Preacher)는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의 입으로 세움 받은 설교자는 자신이 먼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엎드려야 한다. 한국교회 강단의 회복은 설교자들이 설교 사역의 고귀함과 영광에 대해 얼마나 자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교회는 성례를 신적인 '표와 인침'으로 이해하기보다 인간이 주도적으로 행하는 인간 중심의 행위로 이해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며 "엄밀히 말해 세례는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믿음 외에 어떤 자격도 필요로 하지 않으나, 한국교회는 세례 받을 수 있는 자격 여부가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수세자를 교육시키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자신 없는 교인들은 세례 받기를 주저하는 현상마저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설교 전의 여러 입례의식은 단편적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을 가진 연결된 순서가 돼야 하고, 축도는 우리 편에서 올려드리는 기도나 기원이 아닌 말씀을 받고 그 말씀대로 살 것을 작정하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신적 행위"라며 "예배는 하나님과 회중 간의 교통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내려 주시는 하향적 행위들이라는 예배의 진정한 본질을 인식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영한 박사가 응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영한 박사가 응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는 진리' 회복을

'하나님 자신을 찾는 자리로 돌아가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내용을 이야기한 여주봉 목사는 "마틴 로이드존스 목사가 <부흥>에서 말했듯, 오늘날 상태눈 정확하게 '진수적인 진리가 가려져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며 "교회의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 진리들, 그 중에서도 핵심적 진리 중 하나인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는 진리만 하더라도 그 진정한 의미가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 목사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삶은 우리 구원의 처음 순간부터 우리 구원이 완성되는 재림의 날까지 순간 순간 살아야 할 삶"이라며 "외부적 행동이기에 앞서 가치관인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의지하려면, 자기 의(self-righteousness) 혹은 육신을 의지하는 것을 철저하게 내려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의지하는 것은 단순히 교리도, 교리적 고백도 아닌 성령의 조명이 필수"라며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의지하는 삶과 예수님을 아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가 되는 삶은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와 목적인 삶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자 됨,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가야 할 길

발표 후 '한국교회의 개혁은 종교개혁자들의 코람데오 신앙과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주제로 응답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는 "성직의 거룩성을 회복하기 위해 거룩한 자기포기와 절제의 삶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 개혁은 그 대상이 목회자이고,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십자가는 단지 인간관계와 재물에 있어 얼마간의 희생과 고통분담이 아니라 '완전하고 철저한 자기부인'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 기쁨과 방식 등 삶 자체의 전적 방향전환을 의미한다"며 "'나 중심에서 주님 중심'으로의 전환, 곧 예수님의 제자 됨이 바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가야 할 길"이라고 정리했다.

앞선 기도회에서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 제자도의 회복(눅 14:25-35)'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이수영 목사(예장 통합 새문안교회)도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스스로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할 문제점들에 대해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는 것, 믿음에 따르는 고통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 '하나님 중심, 주님 우선'으로 삶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것, 전적인 자기 포기와 자기 부인이 없는 것, 진정 주님의 뜻을 찾고 오직 그의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는 데로 돌아서지 않는 것, 남들이 나를 위한 소금이 돼 주길 바랄 뿐 내가 남의 소금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 등이라고 열거했다.

이 목사는 "그래서 우리가 맛 잃은 소금이 되고 길에 버려져 세상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있다. 제자도의 회복, 이것이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서고 사회로부터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과 존경을 회복하며 나라와 국민 가운데 제 자리를 찾는 일"이라며 "십자가는 다시 살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도회에서는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가 '한국교회 영적 각성과 회개운동을 위하여', 이광태 목사(화평교회)가 '한국교회의 윤리적 각성과 사랑운동을 위하여', 이영상 목사(명륜선교교회)가 '한국교회의 교회적 각성과 연합운동을 위하여' 각각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