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어에서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이며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경험하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하루가 가듯이, 나무에 잎사귀가 맺히고 다시금 떨어져 한 해가 가듯이 지금 경험한 현재의 시간이 과거로 흘러가고 미래가 다시금 현재로 흘러오는 일상의 반복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시간, 특정한 시간을 말한다. 특별히 하나님께서 인간의 삶에 개입하셔서 인간에게 하나님의 생명 역사를 부과하신 시간들을 통틀어서 카이로스라 한다. 이 카이로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도 그 과거의 시간이 죽은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생명의 역사가 개입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현재의 시간에 부여하신 생명의 역사가 과거에도 미치고 있고, 앞으로 올 미래에도 미치고 있다. 그 카이로스의 최정상에 있는 사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그 이전의 모든 인간, 그 이후의 모든 인간에게 이루어진 구원의 능력이다. 구약의 백성들이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가? 앞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 신약의 백성들은 어떻게 구원을 받는가? 이미 2천 년 전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생명의 능력은 그 이전의 모든 사람에게, 그 이후의 모든 사람에게 늘 현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십자가는 과거의 흘러간 한 시간에 있지만, 결코 죽은 시간이 아니라 카이로스, 곧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와 개입 속에서 그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2천 년 전에 이루어진 십자가와 부활 때문에 구원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분명히 확신한다. 십자가와 부활은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그 생명의 능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 때문에 세상의 모든 역사는 B.C와 A.D로 구분된다. B.C는 Before Chirst 의 약자이다. A.D는 Anno Domini라는 라틴어의 약자로, in the year of our Lord(우리 주님의 시대에)라는 뜻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역사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역사의 의미가 풀리고, 시대의 의미들을 해석할 수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이길 길이 없다. 살인과 폭력, 전쟁과 기근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뒤덮고 있다. 가장 잘산다는 미국과 서방에는 테러와 차별, 동성연애와 세속주의가 판을 친다. 어느 곳 하나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곳이 없고, 역차별을 당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한 가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무리 이 시대가 패역하고 완악해도, 그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주관하심을 믿는 자에게는 그 순간이 생명의 능력을 부여받는 카이로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살면서도 늘 눈물로 기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신냉전 시대의 격랑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정치적인 어려움과 위기 상황을 위해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우리에게 있다. 역사의 주인공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맡기는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시간 속에 개입하실 때, 분명 우리의 삶의 현장은 의미 있는 생명의 현장 곧 카이로스의 현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분별력 있는 자의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