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단체로부터 피랍자 8명과 죄수 8명을 맞교환 하자는 제의가 들어온 사실이 전해지자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은 일순간 희망의 분위기로 가득 찼다. 먼저는 피랍자들의 안전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고 전원이 무사히 석방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예상 때문이었다.

협상 마감시간이 30여분 지나면서 또 한번 협상이 연장된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아직 정부의 확인이 없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도 조금은 긴장을 놓은 모습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랍 6일째가 되는 24일 오후 11시 반, 어제와 마찬가지로 협상 마감시간이 넘어가면서 초조한 마음이 더해가고 있던 중 각 방송사를 통해 탈레반 죄수와 피랍자 간의 맞교환 제의 소식은 그야말로 단비 같았다.

협상이 24시간씩 3번째 연장되면서 가족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오후에 들어서면서 협상에 급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때 피랍자의 일부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탈레반이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들은 가족들로 하여금 한층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했다.

하지만 정부 측이 이 제의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한 만큼 피랍자 가족들도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피랍자가족대표 차승민 씨(30)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잘 될 거라 믿고 있다. 확인 절차를 거친 후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후 별다른 기자회견 없이 새벽 12시 10여분쯤 한꺼번에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피랍된 서명화(29) 씨와 경석(27)씨의 아버지 서정배 씨는 “늘 11시 30분이 고비였다. 급박한 상황은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랍자 일부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걸렸다. 한국보다 20도 정도 기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기같은 작은 병에라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 사람이라도 나쁜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소식에는 “정부가 열심을 다하고 있는 만큼 믿고 기다릴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