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교인들 사이의 분쟁은 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횟수와 정도, 양상 등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더 많아지거나 커졌고 또 과격해졌다. 게다가 주로 대형교회에서 벌어지던 것이 지금은 중형교회 등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원인도 재정, 목회자 자질, 건축, 청빙 등 다양하다.

문제는 교회 분쟁이 좀처럼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단 내 '재판국' 등이 따로 설치돼 있지만, 많은 분쟁들이 교회를 넘어 사회 법정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헌제 교수는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사회 법정에 수많은 교회 관련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정법 체계 내에 '교회법'이라는 독자적 영역이 형설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판례가 축적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면 사회 법정에서 누가 승소하든 교회엔 깊은 상처만 남는다. 교인들은 흩어지고, 교회는 '분열'의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교회 분쟁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론 극심한 충돌로 공권력이 투입되기도 한다. ⓒ김진영 기자
교회 분쟁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론 극심한 충돌로 공권력이 투입되기도 한다. ⓒ김진영 기자

'성장 일변도'가 갈등 야기

그렇다면 '이 땅에서의 천국'인 교회에 왜 이토록 분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 분쟁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그렇지만, 그 정도가 비신자들의 그것에 비해 심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철 목사(한국피스메이커 이사장)는 과거 한 세미나에서 "한국교회는 그 동안 너무 성장 일변도로 달려 왔다. 그런 성장 일변도는 많은 갈등을 야기했고 분쟁을 낳았다"며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 갈등에 회피적으로, 때로는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그 결과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썩는 현상들이 나타내게 되었고, 그것이 극에 달하면 서로 물고 뜯는 것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교회 분쟁을 경험한 한 교회 관계자는 "대개 갈등의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성경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성경의 같은 구절을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린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저마다 자신들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과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에, 타협점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주의 안경으로 교역자 또는 교회 평가"

교회에서의 갈등을 보는 독특한 시각도 있다.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故 옥한흠 목사는 그의 책 「평신도를 깨운다」(국제제자훈련원)에서 교회가 제자훈련 등을 통해 '성숙'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평신도가 영적으로 깨어나면 지도자한테 바라는 기대치가 그 만큼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리스도를 닮고자 성숙을 추구하는 자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모범을 지도자에게서 찾는 경향이 높다. ...(중략)... 순진한 사람들은 좀 더 가시적인 무엇을 보기를 원한다. 이것은 엄청난 중압감으로 지도자를 누르는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또 "제자훈련의 목표가 예수님이라는 표준을 지향하고 있어서 잘못하면 모든 사고와 표준이 이상론으로 치우칠 여지가 참 많은 것 같다. 교회를 보는 시각도 자연히 이상론으로 흐르는 편"이라며 "지상교회는 절대로 완전하지 않다. 아무리 예수님 제자가 되라고 외치는 지도자라도 그 개인으로는 불완전의 대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평신도가 무의식 중에 이상주의의 안경을 쓰고 교역자를 보고 또 교회를 평가한다. 이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론은 부족한 것, 약한 것, 어떤 경우에는 조금 악하게 보이는 것들을 포용하려는 관용 대신 완벽할 것을 항상 요구한다"며 "이상론은 우리가 달려가야 할 목표로 남아야지 우리를 중독시키는 마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최근에는 국내 많은 대형교회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에 휘말리면서 "교회를 위기에 빠뜨리려는 어떤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일종의 '음모론'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는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교회 분쟁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교회, 내·외적으로 더욱 성숙해야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보다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는 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거듭난 신자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실제의 삶 속에서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우리는 양심을 통해 주어지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민감히 따르기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 날마다 우리를 통해 나타날 수 있도록, 순간마다 주님의 발 앞에 엎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이철 목사는 '교육'을 제안하기도 했다 . 그는 "그 동안 한국교회가 힘써 왔던 대부분의 경건 훈련과 성숙 프로그램이 대부분 하나님과의 화평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그 초점을 다른 사람과의 화평에도 맞추어 구체적인 교육과 훈련을 해야 한다"며 "특별히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이런 화평케 하는 삶을 훈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시스템'을 잘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는 최근 세미나에서 "시스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규정된 규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법은 정해 놓았으면 지킴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그 법이 부족하다면 합의에 의해 그 법을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면 될 것"이라며 "그럼으로 사단의 전략을 분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지키며, 이 위기의 한국교회가 다시 힘을 얻어 이 세상과 사회 속에서 당당히 복음을 전하며, 사단의 머리를 밟아 승리하는 영적 전투의 승리자로 이 세상에 복음의 능력을 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