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순 대만 선교사
(Photo : 기독일보) 김효순 대만 선교사

우리 마음 속에는 누구나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아련한 기억과 함께 남아있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은 '입'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다시 그 밥상을 대할 때 세상 속에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하는 치유의 능력을 담고 있다.

대만의 부산이라 불리는 '까우슝'에서 문화선교센터를 통해 상한 영혼들을 치유하고, 세우는 일을 하고 있는 김효순 선교사(사진).

서른 한 살에 예수를 영접하고, 회심한 이후 '늦은 나이에 예수님을 알게 됐으니 모세처럼 120세가 될 때까지 눈도 흐려지지 않고 하나님 일을 하게 해달라'는 서원을 올렸던 김효순 선교사(60)는 요리연구가이자 고전무용가, 그리고 교회합창단 지도자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당나라와 청나라 요리 연구를 위해 중국을 종주한 경험이 있던 그녀는 원래 중국으로 선교를 갈 계획이었지만, 자녀들의 결혼으로 맺어진 '사돈'인 일심장로교회 담임 김기문 목사의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김기문 목사와 거의 동시에 '성령의 스파크(불꽃)'를 경험하고 대만 선교사로 헌신하게 됐다.

"대만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어보는 일이 드물어요. 부모가 다 일하기 때문에 거의 세 끼를 밖에서 사먹거든요. 조상신을 비롯해 수 많은 신을 섬기는 대만에서는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복음을 전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음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무료로 요리를 가르치고, 배불리 먹은 뒤 커피 브레이크를 하면서 기분이 가장 좋을 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고 있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일본에 단기선교를 갔다, 동행했던 목사님의 급한 연락을 받고 찾아 간 곳은 한국 선교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녀에게 떨어진 특명은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이라'는 것.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쇠고기를 산더미만큼 사서 맛있게 재운 불고기와 샐러드를 내 놓았고, 몇몇 선교사들은 눈물과 함께 한 접시를 맛있게 비웠다고 한다. 영적으로 눌리고, 지쳐버린 선교사들에게 김효순 선교사의 음식은 단지 육을 채우는 음식이 아닌 영혼을 치유하는 손길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 60세 생일을 맞았다는 김효순 선교사는 제자들이 준비한 생일 케잌에서 '0'을 하나 빼버렸다. 자신의 나이를 잊고 살만큼 젊고 건강하게 사역을 하고 있는 그녀는 대만 선교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대만 선교는 저에게 큰 축복입니다. 대만 선교사로 있으면서 두 자녀 모두 결혼했고, 곧 태어날 아이까지 다섯 명의 손주들을 얻게 됐으니 말이죠. 자녀들보다 어린 대학생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대화하고, 복음도 전하고 있어서 제 나이를 잊고 살고 있어요"라고 즐거움을 나눴다.

집마다 조상신을 모셔 놓고 수많은 우상을 섬기는 대만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병 환자가 4명 중 1명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악한 영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김효순 선교사가 가르치는 무용이나 찬양은 단순히 기교를 배우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성경 속 사울이 악신에 시달릴 때 다윗이 타는 수금 소리에 악신이 떠나갔듯이 찬양을 통해 그런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는 김 선교사는 찬양을 부를 때 그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면서, 치유(힐링)이 일어나고 있다고 감사를 돌렸다.

음식도 하고, 무용도 가르치고, 찬양단도 이끌고 있는 김효순 선교사에게 많은 사역이 버겁지는 않을까? 그녀는 오히려 하나님께서 믿는 이들에게 주신 수 많은 은사들 중 10분의 1도 다 사용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신학교 다닐 때 한 교수님이 하나님께서 은사를 주셨는데 거의 쓰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개발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한 말이 큰 충격이었어요. 그때부터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배우고 익혔죠. 교회 안에서 문화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이 있어 사역을 할 때 난관에 부딪히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제게 허락하신 은사들을 개발해서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사용할 수록 더 많은 '접촉점'을 갖게 됩니다. 망설이지 말고 자신에게 있는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해 나가세요."

7년의 쉼 없는 사역을 잠시 내려 놓고 3개월 안식월을 맞아 미국을 방문한 김효순 선교사는 앞으로 주실 비전과 방향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젊은 시절 서원했던 '성전을 짓는 일'에 대한 기도를 다시금 기억하게 하시고, '재헌신'을 원하심을 강력하게 느껴 잠잠히 그분의 인도하심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르지 않고 정확한 하나님의 사인을 듣고자 귀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심장로교회에서 동역하고 있는 글로벌리폼드세미나리(GRS, 원장 김은수 목사)에서 펼치고 있는 '교회 재활성화 운동'에 마음이 뜨거워져 기도로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은퇴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늦게 예수님을 믿게 되면서 조금 과장하면 '눈물로 보도블럭을 깰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간절히 서원했어요. 요즘도 수영과 함께 120세까지 건강하게 사역해 달라고 줄넘기 120개를 뛰어요(웃음).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하나님 주신 은사를 통해 기쁘게 섬기고, 그 능력을 최대한 누리는 선교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