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죽거든 내 고향 평안도에서 제일 가까운 서해 바닷가에다 유골 분을 뿌려 주구려, 그래야 대동강을 거쳐서 청천강을 만나고 압록강까지 올라 갈수 있을 테니 말이오”

망향의 한을 품고 긴 60년의 세월을 살아온 너무나도 인간적인 애절함이 아니고서야 어찌 부활이나 휴거 같은 고차원적 교리를 설파하는 목사가 기독교 신앙과는 동 떨어진 뼈가루 타령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눈 감으면 떠오르는 게 님의 모습이라는데, 눈을 뜨고도 소박한 고향풍경 들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 속으로 닥아 오는걸 보면, 더구나 세모의 계절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안 그래도 우리 민족을 갈라놓은 원한의 38선! 그게 머지않아 무너질 거라는 기대치가 어느 때 보다 높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나선 것도 그렇지만 지금 세계정세의 흐름이나 남북 간의 대치국면에서 뭔가 급히 다가오는 느낌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그 후다. 이래가지고야 어찌 헐벗고 굶주린 3천여만 이북동포들을 제대로 맞이할까 싶은 매우 비관적인 전망들을, 특히나 종교계 일각에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금번 연평도 사건에서 드러난 인천의 모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의 배타성과 이기심의 발동이다. 연평도에서 쫓겨 온 학생들을 몇 개 학교로 분산, 임시 편입교육을 시키려던 계획이 그만 학교 정문 앞을 가로 막고 나선 그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런 섬 무지렁이들 때문에 우리아이들 까지,....” 뒷말은 들어보나 마나. 이게 한 피를 나눈 동족이고 조국의 현 주소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또 있다. 장애인 학교가 세워지면 우리아이들도 장애인 취급받는다며 결사반대하고, 노인아파트가 들어서면 지팡이 짚고 어슬렁대는 노인들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데모하고,..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런 이기성이나 몰 인정의 극치들을 목격하면서도 과연 우리네 민족성이 고작 이것인가? 부끄러운 생각이나 서글픈 감정 같은 거 못 느꼈다면 인간된 자격을 한번쯤 의심해 볼 일이다.

헌데 지금 이런 사람들이 남북통일을 외쳐 대고 있으니 천하에 이보다 더 웃기는 특급 코미디 가 또 있겠는가. 입으로도 안 되고 싸워서도 안되는 게 바로 평화적 통일이고, 그 해법은 오직 한국인이면 연령계층 없이 애창하는 “우리의 소원"이란 노랫말 속에 있다. ”이 목숨 바쳐서 통일,...“ 이게 답이다.

이를테면 이북동포들을 감싸 안기 위해 목숨 버릴 만큼의 손해와 희생의 투자 없이 통일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요 꿈은 절대 현실로 바뀌지 않을 거란 의미다.

지금 5백만 실향민 가족들과 2만도 넘는 탈북자들에게 통일 문제만큼 절실하고 야속한 건 없다. 하지만 그게 경인년과 함께 다시 저물어 가고 있으니, 고향 가는 길이 또 한해 늦어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