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시간과 세월은 누구나가 모두 다 같은데도 불구하고 시간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사뭇 다릅니다. 한 해가 너무 빠르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가 너무 길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는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것은 사람마다 그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세월이라도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느끼는 세월의 속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듯 합니다.

삶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시간이 지나는 속도에 대한 반응에 따라서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고 사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즉, 같은 세월이라도 그 세월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도 달라집니다. 아니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가는 목적에 따라 세월을 구분하는 기준을 다르게 정하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월도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를 기준으로 정하고 살고 있는데 그와 같은 세월의 기준이 바로 교회력입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1년이란 시간 주기로 구분하여 정하고 그분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오래전부터 지키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교회력(Church Calendar)을 그리스도력(Christ Calendar)이라도 부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오늘부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르는 새로운 시간의 주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시간의 기준인 교회력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새롭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의 여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 지키는 절기(Season)를 교회력에 따라 구분하며 아래와 같습니다.

대강절(Advent) : 대강절은 교회력의 시작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성탄절전 4주간동안 계속되는 대강절은 대림절이나 강림절로도 불리는데 메시야로 이 세상이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初臨)을 준비하고, 아울러 이 세상을 심판하시기 위하여 다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再臨)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성탄절(Christmas) : 대강절에 이어지는 절기는 성탄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심을 축하하는 성탄절은 12월 25일 하루 절기가 아니라 12일 동안 계속됩니다.

주현절(Epiphany) : 예수께서 그리스도, 즉 메시야이심이 선포되고 고백하는 주현절은 성탄절 마지막 날(1월 6일)로 정하여 지키며 주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기념하는 주세례일(Baptism of the Lord)이 이어지고 주님께서 산에서 모습이 변형되심을 기념하는 주변형일(Transfiguration Day)로 절기가 마무리 됩니다.

사순절(Lent) : 사순절은 절기 이름 그대로 부활전 40일(주일제외)동안 지키는 절기로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대신 받으신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이 사순절은 우리가 죄인임을 고백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부터 시작하며, 절기의 마지막 주간은 고난주간(Passion Week) 또는 성주간(Holy Week)이라고 부르는데 교회력의 절정을 이루는 주간입니다. 고난주간에는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유월절 식사하심을 기념하는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을 기억하는 성금요일(Good Friday)이 있습니다.

부활절(Easter) : 성탄절과 함께 교회력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은 우리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부활을 축하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모든 이들이 부활하여 영생을 얻거나 영벌에 처할 것이라는 주님의 약속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부활절도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하루 축일이 아니라 절기(season)로서 50일 동안 계속되며, 이 절기의 기념일로는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주님승천일(Ascension Day)이 있습니다.

성령강림절(Pentecost) :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약속하신대로 성령께서 강림하심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부활절후 50일이 되는 오순절부터 시작하며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고백하는 삼위일체주일(Trinity Sunday)이 이어지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의 왕이심을 선포하는 Christ the King Sunday로 절기를 마치며, 그렇게 주님을 왕으로 고백하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한해를 사는 교회력도 마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