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해 동안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이를 감사하는 추수감사주일(Thanksgiving Sunday)입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감사절(Thanksgiving Day)은 원래 주일로 정하여 지키는 기념주일가 아니라 11월 4째 목요일로 정하여 지키는 기념일로서 올해는 11월 25일이며, 그래서 미국 교회력(Church Calendar)에는 추수감사주일이라는 주일은 없습니다.

교회력은 크게 두 가지가 구성되어 있는데 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일 년 주기로 정하여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절기(Seasons of Christ)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기다리는 강림절기(Season of Advent)로부터 시작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성탄절기(Season of Christmas), 그리고 예수께서 메시아이심을 알리는 주현절기(Season of Epiphany)로 이어지며, 그리스도이신 예수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고난당하심을 기억하는 사순절기(Season of Lent)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고난주간(Holy Week),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부활절기(Season of Easter), 그리고 승천하시기 전에 약속하신 대로 성령께서 강림하신 성령강림절(Season of Pentecost)이 바로 그런 절기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기억하는 절기(season)외에도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일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기념일(Designated Day)들이 있는데 주님께서 태어나신 성탄일(Christmas Day)과 주께서 세례 받으신 날(Baptism of the Lord), 산에서 변화되심을 기념하는 날( Transfiguration of the Lord), 제자들의 발을 씻으심을 기억하는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십자가에서 죽으신 성금요일(Good Friday), 죽음에서 부활하신 부활일(Easter Sunday)과 하늘로 오르신 주님승천일(Ascension Day), 성령께서 강림하신 성령강림일(Day of Pentecost)들이 바로 그런 기념일입니다. 그 외에도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과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고백하는 삼위일체주일(Trinity Sunday), 그리고 오늘같이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심을 선포하는 Christ the King Sunday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연관된 절기와 함께 교회력에는 한해가 시작되는 주일을 신년주일로 지키고, 한해의 마지막 주일을 송년주일로 지키는 것과 같이 일상 달력에 의해 정한 기념주일 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 교회처럼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민족 명절과 연관된 기념주일을 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념주일은 교회가 있는 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달라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 교회의 경우 삼일절기념주일이나 광복절기념주일을 지키듯이, St. Valentine’s Day나 All Saints’ Day와 같은 교회 역사에 기념할만한 성인들을 기념하는 성인축일(聖人祝日)을 교회력으로 정하여 지키는 교회나 교단들이 있습니다.

교회력으로 추수감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기념하는 절기나 기념일이 아니고, 미국 역사에서 기념일로 정하여 지키는 절기로서 세계 모든 교회가 다 지키는 교회력이 아니라 다만 미국교회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나라에 세워진 교회들만이 지키는 절기입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어지고 교회가 세워짐으로 시작된 교회이기에 미국교회의 절기인 추수감사절 전통을 선교 초기부터 지켜오고 있는데 본래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을 기념일(Designated Day)에서 주일(Sunday)개념으로 바꾸어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의 교회력에는 우리가 살아온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서 유래된 절기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비롯된 절기들이 함께 공존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추수감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감사절인 ‘추석’과 함께 ‘추수감사주일’도 지키고, 거기에 ‘추수감사일’도 함께 지키고 있습니다. 마치 한해의 시작을 양력으로 하는 신정(新正)과 음력으로 하는 구정(舊正)사이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지키는 것을 이중과세(二重過歲)라고 한 적이 있는데, 우리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은 감사절을 이중과세가 아니라 삼중과세로 지키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추수감사절을 추석이나, 추수감사주일, 아니면 추수감사일중 어느 것 하나로 정하여 감사절을 지키자고 하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추수감사절 대신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지켜온 우리 고유의 감사절인 추석을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로 절기를 토착화하여 지켜보자는 제안과 함께 이를 시도하는 교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감사절인 추석도 감사절로 지키고 추수감사주일도 감사절로 지키고, 추수감사일도 감사절로 지켰으면 합니다.

감사하는 절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에 삼중과세로 지키는 우리의 감사절 전통이 그래도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