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추수감사절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는 기간입니다. 대학생들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린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아이들을 안고 업고 아이들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나갑니다. 멀리 떨어진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갑니다. 일 년에 한번 보는 손주들을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를 꼽으면서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감사절 저녁 만찬 준비를 시작합니다. 메뉴를 짭니다. 장을 봅니다. 집안을 장식합니다. 집안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는 삼촌과 사촌들이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산업이 재편성되고 전통적인 직업들이 해외로 아웃소싱되면서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 더 많이 늘었습니다. 집에서 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대학을 다니고 다시 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직장을 얻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약혼자와 결혼을 할 때도 천 마일 떨어진 신부의 고향에서 결혼식을 가집니다. 때로는 신혼부부가 태평양 건너 또는 대서양 건너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거나 활동하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족들이 더 넓은 곳에 흩어지고 더 먼 곳에서 살게 되지만 추수감사절이 되면 한 군데 모여서 만찬을 나누는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홈, 가정은 단순한 혈연 이상이고, 관계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흩어진 자손들이 한 집에 모여서 만찬을 나누고 금요일고 토요일을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 같이 일요일 정장을 하고 교회에 나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니던 교회에 나갑니다. 한적한 시골의 고즈넉한 작은 마을에 세워진 오래된 작은 교회당에 온 가족이 도착하면 어릴 때 모습을 기억하는 동네 어른들이 인사하고 맞아 줍니다. 이웃이 아니라 일가 친척처럼 아이들을 안아 주고 안부를 묻습니다. 최근에 돌아가신 동네 어른들의 소식을 전하고, 멀리 떨어진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미국에서 이민교회 목회를 하면서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내고 나니 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처음에 주일학교 교실에서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어른 예배에 참석합니다. 이제 버젓이 어른이 된 틴에이저들이 부모님과 함께 어울려 음식을 배식하고 청소를 합니다. 앞으로 또 10년이 가고 또 한번 10년이 가면 저 청년들의 자녀들이 그들이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 생활을 하겠다는 그림이 그려 집니다.

요즈음은 한 주도 빼지 않고 한인교회의 미래를 그려 봅니다. 자녀의 자녀들이 다니는 교회. 비록 멀리 떨어져 살아서 가보지는 못해도 절기를 맞아 부모님을 찾아 볼 때마다 함께 가서 예배드리는 홈 처치. 일년에 한번, 2년에 한번 들르는 교회지만 어릴 적에 뛰어 다니던 그 교회 복도와 마당을 그려보는 날들을 떠 올립니다.

오고 오는 세대에 홈 처치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다져야겠습니다. 앞으로 교회의 방향과 목표가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고향이 될 수 있는 교회, 그들의 자녀를 낳아서 데리고 올 수 있는 교회, 비록 가지 못하고 보지 못해도 마음의 고향, 영혼의 고향을 여길 수 있는 홈 처치를 남겨야겠습니다.

추수감사절에 모일 많은 가족들과 자녀들을 떠 올리면서 가정마다 펼쳐질 감사절 만찬과 함께 홈 처치에 드리는 하나님 나라의 만찬을 함께 떠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