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부설 패밀리센터 주최 ‘행복한 이민가정 만들기 세미나’가 화요일(29일) 한인회관에서 열렸다. 5명의 상담전문가를 초청해 부모와 자녀 문제, 여성상담, 노년상담, 청소년기 약물중독 등의 문제를 다룬 이번 세미나는 질적인 면에서는 손색이 없었지만, 일반인의 참석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김재홍 목사
김재홍 상담소장(연합장로교회 교구목사) 사회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은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론과 실제를 경험해온 전문가들로 짧은 시간에 실제적인 내용을 농축적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며, 참가자들의 질의응답과 요청이 자유롭게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특별히 엘에이 청소년 약물중독 재활기관인 나눔의집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김영일 목사가 함께했다. 김 목사는 시작단계에 있는 패밀리센터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약물중독 치료에 앞서 예방에 힘쓰자고 제안했다.

▲유희동 교수
유희동 목사(애틀랜타성서신학대학 목회상담학 교수)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변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의 모든 행복과 불행의 씨앗이 가정에서 시작된다. 언어와 문화 장벽, 활동과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이민사회에서 가정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한국보다 더욱 지대하다. 부모는 자녀들을 좋은 미국학교 또는 교회에 보내면 자녀들이 알아서 잘 따라갈 것이고 좋은 신앙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좋은 학교와 교회 개념이 중요하다.

부모가 미국에 와서 미국 문화와 언어, 생활에 적응을 못해 한국에 갈까 말까 갈등하는 동안 아이들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부모가 아무리 힘들어도 미국에 살겠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자녀들 역시 학교생활에 안정을 가져온다. 향수병에 빠져, 피곤하다는 핑계로 한국 TV와 비디오만 보는 부모들이 자녀들이 영어를 빨리 배워 미국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길 기대하면 안 된다. 미국에 왔지만 너무나 한국적인 아버지와 어머니 아래서 아이들은 정체성 혼란 또는 정체성 위기를 경험한다.

1세 부모가 미국 방송을 보고 영어를 공부하고 미국 문화를 배우고 미국의 것을 즐기고자 할 때, 아이들도 적응을 잘 할 수 있다. 이런 개방적이고 열린 모습을 보며 자녀들은 한국인으로서 진정한 자부심을 갖고 더 넓고 열린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가정으로 돌아가자. 가정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잠자며 이야기하고 놀고 싸우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대체로 한국인은 감정적이라고 하지만 감정적이지 않다. 아버지의 분노와 어머니의 히스테리컬한 신경질이 맞불을 튕길 때 자녀들은 갈 바를 알지 못한다. 여기서 역기능 가정이 생긴다.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이 탈출구를 찾지 못할 때 구타, 욕설, 반목, 몰이해, 무시, 업신여김 등으로 급격하게 발전될 수 있다.

우리 자녀들은 가정이라는 밭에 심겨진 씨앗이다. 아버지 농부와 어머니 농부가 농사짓다 말고 팔 걷어 부치고 수시로 싸우면 그 해 농작은 어떻게 되는가? 고귀한 가정이 깨지는 일을 발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정을 공부하고 훈련하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부모의 의식이 바뀌어야 자녀의 행동이 바뀐다.

▲시몬 김 박사
시몬 김 박사(에모리대학교 목회상담학 조교수)
“가족치료와 여성상담”

70년대 미국에 이민 와서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 공부를 했지만 세상학문에서 한계를 느껴 신학공부를 하게 됐다. 오늘은 ‘Family Systems Theory’에 대해 보려고 한다. Systems라는 말은 개인들이 모인 유기적 장소라는 의미로 쓰였다. 모든 가족은 가족 나름대로의 유일하고 독특한 규칙과 성격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가정에 적용시켜보자. 한국 문화 속에는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이 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 내려온 성격은 심지어 이민 2세들 안에도 내재된 것을 본다. 이로 인해 여성은 가족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바꾸어 희생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엔 ‘거짓 자아’가 형성되고 타인들을 교묘하게 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낮은 자존감, 우울증, 분노, 고부갈등 등으로 상담을 요청해온다. 한국 기독교 여성들의 딜레마는 기독교에서 ‘희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 속에 있다 할지라도 주님을 따라 희생해야 한다고 무언중에 강요당하는 것이다.

한가지 오해는 여성상담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상담은 남성상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Kelly H. Chong 이라는 사회학자는 한국에서 2년간 대형교회 두 곳에 출석하며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본 한국 기독교 여성들의 회심과 교회생활’을 연구한 바 있다. 왜 한국 여성은 유독 교회생활에 열심이고 집착할 정도인가 연구했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가정의 문제와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라고 밝혀냈다. 가령, 심한 부부갈등, 시집과의 갈등, 과다한 집안일,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 등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교회가 여성들을 가정의 억압과 갈등에서 자유케했지만, 결국은 그 억압하는 가정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으로 순종과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해결방법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치료받는 가족치료, 이야기 심리치료, 비슷한 문제를 가진 이들이 모인 그룹치료 등이며 교회에서 적용해볼 만한 것으로 성경공부 등이다.

▲정소영 박사
정소영 박사(연합장로교회 기쁨의 샘터 원장, 서울신대 상담학교수 은퇴)
“웰 다잉과 노년 상담”

노년기는 계절로 보면 늦가을 또는 초겨울로 볼 수 있다. 노년이란 여생이 살아온 세월보다 짧기 때문에 우울하고 기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 풍습에서는 죽음을 멀리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죽음은 삶과 분리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따라 개인의 삶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의식, 즉 웰 다잉에 대한관심이 현실적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죽음이 두렵기 때문에 죽음을 피하고 터부시 하기 보다는 언젠가 직면할 것이라면 지금 직면해서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는 주체가 되야 한다. 특별히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노년층에게 현재보다 의미 있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죽음교육이 필요하다.

죽음교육이 모든 연령대에 다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행복한 이민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를 모시는 여부에 관계없이 가족 구성원 전부에게 죽음교육이 필요하다. 한국 공식교육에서는 죽음을 가르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죽음이 생명의 한 부분임을 가르치고 죽음의 의미를 가르치면, 현재가 얼마나 귀한가 알게 될 것이다.

죽음교육은 상담의 중요한 분야가 되야 한다. 각 교회에서 경조부를 만들어 활발하게 사역하는 것을 알지만, 사별로 인한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전문적인 팀을 조직해 치유과정을 돕고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사별로 인한 슬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실수하고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유달석 전문 연구원
유달석 전문 연구원(에모리대학교 목회상담학 박사과정)
“청소년기의 약물중독”

청소년기 약물중독은 가정 내부의 문제가 표면화됨으로 가정 내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처소년 약물 중독자가 잘못됐다는 생각보다 그 과정을 봐야 한다. 자존감과 자아상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릴 정도로 사회적, 신체적, 내면적 변화가 크다. 청소년들이 약물중독에 약한 것은 시기 자체가 약물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민가정은 일반 청소년기 변화에 더해 이중문화권 속에서 더 큰 변화를 지나야 한다. 또한 또래집단에게 강한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은 약물중독 또한 또래집단의 파워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와 친밀감이 없을 때 가정 먼저 찾는 곳이 또래집단이며 실제적 문제를 나눈다.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끼리 찾아낸 자가치료 가운데 하나가 약물이다.

약물중독의 단계는 네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시험복용 단계로 재미 삼아, 호기심에 접하게 된다. 대중매체를 통해 약물이나 술을 하는 장면을 과다하게 접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둘째는 수시복용 단계로 시험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3/4이 여기로 넘어가는데, 친구들과 교재하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스스로 ‘중독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중독 전단계라 할 수 있으며, 알코올성 치매 전단계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문화는 마약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지만, 술은 허용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된다. 셋째는 상시복용 단계로 적극적으로 약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미국에서는 부모님들의 생각보다 코카인과 히로뽕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상담을 하며 마약 판매상이 도처에 있으며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 단계에서는 거의 매일 습관적으로 복용하게 되며, 주변에서 알아차리게 된다. 넷째는 완전중독 단계로 선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Inability’상태 즉,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상태라는 것이다. 10대는 뇌와 신경계통이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독으로 빠지는 속도가 성인에 비해 10배 이상 빠르다. 이미 중독에 빠졌다면 부모와 목사님, 주변의 관심이 절실하다. 청소년기에 중독되면 자아기능이 손상되고 자기보호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가면 자기파괴를 가져온다.

약물중독 또한 하나의 질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당뇨가 걸리면 전문 치료를 받듯이 약물중독도 스스로 고칠 수 없는 상태임을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그룹치료로 알코올 중독 치료인 AA나 12 스텝 등이 있다. 교회적 차원에서는 인간 스스로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위에서 오는 능력, 하나님 성령의 역사를 기도하며 가야 한다.

▲김영일 목사
김영일 목사(나눔센터 원장)
“가정불화가 청소년 약물 중독의 원인”

나눔센터는 중독당사자들이 숙식하며 상담받고 치료하는 재활기관이다. 청소년 중독자들의 근본적 문제를 살펴보면 ‘가족’이 원인이다. 특히, 가정불화가 시험복용 단계를 유도한다. 또래문화의 하나로 약물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얼바인 공립학교에서는 70-80% 학생들이 한 두번은 마리화나를 복용해본 적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가정이 가장 중요하며, 원인과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주 부모세미나를 열어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약물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근본적으로 중독은 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적인 싸움이며, 실제 약물에 중독되면 100% 정신병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십자가의 보혈과 능력이 있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 받을 수 있다. 애틀랜타는 미국 최대의 마약거래 허브라는 것을 알고 있나? 갱조직도 심각하다. 경각심을 갖고 자녀들을 살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재홍 패밀리센터 원장은 “패밀리센터에서는 상담지원, 생활지원, 의료지원을 해왔다.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전문가를 초청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지만, 일반인들의 참여가 적어 아쉽다. 앞으로는 요청이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갈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상담을 요청해오면 전문가들에게 연결해주겠다. 상담이 무슨 필요가 있나 하지만 전문가들은 접근법이 다르고, 정말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며, 모든 세미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