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 등이 교파를 초월해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18일(한국시각)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는 약 2천여명의 기독교인이 모여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를 가졌다.

이날 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교회한국대교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교단 및 단체가 참여했고, 김삼환 NCCK 회장을 비롯해 정진석 추기경(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관구장),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함께 자리했다.

김삼환 목사 “하나님 뜻 실현 위해 먼저 하나됨 필요”
정진석 추기경 “방식은 다르지만 복음은 다를 수 없다”

설교를 전한 김삼환 목사는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가 한 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라고 말문을 연 뒤 “남북대립과 경제위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의 위기 상황을 직면하며 엄숙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오염과 청년실업, 종교편향, 파행을 일삼는 국내 정치 현실을 언급하며 위기 상황을 강조한 김 목사는 “그러나 그리스도인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타 종교를 이해하지 못해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켰고, 진정한 이해와 연합 없이 무지와 오해, 갈등 속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실현되기 위해 먼저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됨이 필요하고, 섬김과 낮아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목사는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이념과 사상과 문화와 계층, 그리고 세대간 갈등을 겪는 이 세상에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전해야 한다”는 말로 설교를 맺었다.

정진석 추기경도 평화의 메시지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갈라져 함께 주님을 찬양하지 못했으나, 오늘은 같은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형제 자매로 한 자리에 모였다”며 “기도의 형태와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님과 복음은 다를 수 없다”고 했다.

정 추기경은 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면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평화”라며 “그리스도인들만의 구원과 해방을 위해 주님께서 평화를 주신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폭력과 증오로 물든 사회와 이기심과 교만으로 편향된 종교적 현실 속에서 참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삼환 목사, 김희중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 나창규 대신부(정교회 한국대교구 교무국장) 등 각 교파의 대표자들이 무대 위에서 분리된 십자가를 하나로 잇는 퍼포먼스를 펼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으며, 2천여 참석자들도 손에 나무십자가를 들고 일치를 향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했다.

또한 기도회는 판소리로 성경 구절을 낭독하고 ‘사도신경’ 대신 ‘니케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등 각 교파의 교리와 예배 방식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치뤄졌다.

한국서 만든 공동기도문 전세계서 사용

특히 올해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정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의 해’로,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일치기도주간’에 한국 기독교계가 준비한 공동 기도문이 전 세계에서 사용된다.

지난해 9월 WCC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각각 승인받은 이 공동 기도문은 ‘네 손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여라’는 에스겔 예언자의 말씀을 주제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국가간 분쟁과 분열의 극복, 경제 위기의 타개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치기도 주간’은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 등으로 분열된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매년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기간으로, 가톨릭의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중 교회 일치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이 반포된 후 로마 교황청과 WCC가 1968년부터 공식적으로 기도주간 자료를 함께 준비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