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이 해결되자 갑자기 돌변하더군요. 어디를 얼마나 맞았는지 의사 선생님이 이제 실수로 몸이라도 삐걱하는 날이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지요.”

의외로 시작은 담담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다른 이의 얘기를 들려주는 듯 시간을 되뇌이며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사연들로 보였는데... 이내 구구절절 눈물을 머금기 시작한다. 교회 권사로, 그래도 개척교회를 섬기자는 마음으로 오랜 세월 숨어서 봉사를 한다고 해왔지만 그의 아픔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혹여 안다 해도 마땅히 도울 방법도 없었고 도움을 받을 생각도 하질 못했다. 어디에 어떻게 하소연 할 지도 막막했지만 사실 교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두려웠다. 도박중독에 깡패라고 동네에서 알아주는 남편이었지만 처음에는 살갑게 대해줘 재혼을 결심한 것이었다.

살갑게 대해줘 믿고 재혼한 남편, 영주권 해결되자 돌변
나와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랄 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주권이 해결되자 남편은 돌변한다. 그래도 참고 또 참고 세월이 약이지 하며 기도할 뿐이었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리포트를 와도 차마 남편이 연행되는 걸 두 눈으로는 볼 용기는 없어 그냥 돌려보내길 여러 번이다. 한순간 몸과 마음이 병들어 몸무게는 80파운드까지 떨어지고 살 소망이 없던 어느 날, 마지막 줄을 잡는 심정으로 기도원을 찾았다. 주님 살려주세요, 원망스럽습니다, 왜 저를 버리십니까... 그리고 내려와서는 여느 날과 같이 집에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어 근처 빵집 앞을 서성였다. 그때 오다가다 얼굴만 알던 동네 사람이 말을 붙이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지금 쉘터에서 섬기는 봉사자였다. 그날 내 속내를 나도 모르게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과 법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음을 알게 됐고, 어렵게 모든 걸 결심하고 이곳을 찾아왔다.

‘굿사마리탄홈’을 찾은 A 권사의 절절한 사연이다. 그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먹고, 하루를 정리하면서 자고, 다시 부시시 눈을 뜨는 매일의 일상이 이토록 감사할 수가 없단다. 늘 가슴을 조이며 쫓기듯 살아온 삶이었기에 일상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져 어리석게 시간을 낭비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랄 뿐이다. 옆에서 말을 거들던 봉사자는 평소 중요 서류나 자동차 키와 레지스터 등은 필히 챙겨두고 경찰이 리포트를 왔을 때 남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가 조사 받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A 권사는 하나님 안에서 조금씩 새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굿사마리탄홈’은 배우자의 폭력과 중독증세로 고통받는 피해자 가족 위한 쉼터

굿사미리탄홈은 1년 전 마리아 유 전도사가 시작한 쉘터이다. 그 역시 가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자로, 실제 쉘터 신세도 지고 한동안은 교회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을 겪었지만 그래도 은혜로 가정이 조금씩 진정되자 쉘터 사역을 사명으로 알고 꽉 붙들었다.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요. 제 자신부터가 부족한데... 하지만 백 번을 생각해도 저처럼 가정폭력과 배우자의 각양 중독증세로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만큼은 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1년이 갔는 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투잡을 하면서 렌트비와 각종 재정을 확보하면서 정말 열심히 뛰었답니다.”

그랬다. 그 역시 두 자녀를 둔 엄마이자 아내로, 쉘터라는 이중살림을 감당해야 했기에, 매일 매일이 눈물과 기적의 드라마일 수 밖에. 한번은 렌트비를 내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침 친분이 있는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면서 극적으로 해결된 경우가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그 목사님이 주일설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성도가 달려오더니 ‘목사님이 꿈에 눈물로 기도를 간절히 하시더라. 혹 마음이 가시는 곳이 있냐?’고 묻더란다. 근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쉘터 사역하는 전도사님이 번뜩 생각이 나 전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성도의 헌금으로 한차례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씩 도움의 손길이 생겨 렌트비 정도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적 중 기적이다.

쉘터는 창이 많아 밝은 2층집으로 처음부터 무리를 해서 구했다. 거의 새 집으로 누구에게도 터놓고 말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살았을 피해자 가족들이 여기서 만큼은 편안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현재 두 가정이 보살핌을 받고 있으며 보통은 3개월을 기간으로 한다. 모든 숙식은 무료로 제공되며 있는 동안 영육간에 회복되어 다시 사회와 교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영적인 치유와 회복을 기본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법적으로 필요한 제반 서류나 절차 등을 쉘터와 연결된 변호사들이 수시로 상담해주고 있다.

예배와 상담 전도는 기본, 향후 원스탑 홈케어 시스템 비전

매일 새벽 큐티와 주일성수는 기본이다. 불신자도 예외는 없다. 전도의 목적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유 전도사가 피해자를 위주로 서로 경험을 나누게 하고 말씀으로 영적인 부분들이 용서되고 자유함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금요일에는 오렌지새영교회 임병철 목사가 치유집회를 갖고 있다. 임 목사는 쉘터의 숨은 일꾼이다. 솔선수범해 필요한 잡다한 일들을 챙기며 섬기는 일로 분주하다. 또한 최근 유 전도사가 새영교회 사역을 돕기로 하는 등 교회와 선교회 간 협력의 아름다운 모델도 기대된다.

유 전도사는 지난 1년 간 하나님의 큰 손길을 체험한 만큼 새해 계획이 남다르다. “가장 시급한 것이 12살 이상 남자 애들을 위한 별도의 쉘터 마련입니다. 모녀나 12살 미만 남아는 현 쉘터에서 지낼 수 있지만 나이가 넘은 경우는 별도의 쉘터에서 지내야 하기에 현재 찾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배운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가정의 자녀들은 이 형상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도 도와주고 신앙적인 상담을 해주는 그런 사역을 일궈가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교육학을 전공한 만큼 전공을 살려 위탁보호 사역도 길이 열리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강도 만난 우리 이웃 돕는 쉘터는 교회의 특수사역

유 전도사는 이어 “강도 만난 자를 도와주는 건 주님을 따르는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지만 가정폭력이나 중독의 경우 워낙 민감하고 전문적인 부분이라 쉬이 교회 자체적으로 하기 힘든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쉘터를 교회의 특수사역으로 보고 지원하는 손길이 필요함을 알림과 동시에 교회 차원에서 비슷한 경우로 어려움을 당하는 성도나 이웃이 있다면 주저말고 전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의: 213-210-4737, 714-900-1008 / witnessmaria@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