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동역자님들께,

지난 한달 동안에는 한미간의 쇠고기 협상과 이에 대한 촛불 시위가 한국인들의 가장 큰 이슈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제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서툰 국정운영과 우리나라 대표들의 협상력 부족이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성적인 대응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와 협상하려는 나라들이 한국 대표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 됩니다. 협상이라는 것이 밀고 당기고 하다가 적절히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인데 대표들이 나서서 협상을 하다가 좀 밑졌다 싶으면 국민들이 촛불 들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도대체 협상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이번 사태가 쇠고기를 소재로 사용했을 뿐 실제로 그 밑바닥에는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고...”, “국민들과의 선전 포고” 등 원색적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말투의 난무 속에서 이성적인 대화는 실종되고 우리나라에는 빨갱이 아니면 미국 사대주의자들만 사는 듯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시작되었던 촛불 시위인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쇠고기와는 별 관련도 없는 효순이, 미선이 사건 등 반미, 반정부 이슈들이 은근슬쩍 추가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촛불 시위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좌파적 반미관의 표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근래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광우병대책위 지도자들이 이전에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 평택 미군철수 시위 주동자들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염려는 기우가 아님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촛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과 중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새 반미교육이 교육 현장에까지 뿌리를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듭니다.

국내외적으로 안타깝고 염려스러운 일들만이 일어나는 듯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여전히 지구를 운행하고 계시고,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고 계시며,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자신의 구속사역을 이루어 가시고, 밴쿠버 한 구석에 있는 VIEW에서는 여전히 그 구속사역의 한 모퉁이를 섬기고 있습니다.

양승훈 박사는

경상도 문경 출생으로 경북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KAIST 물리학과에서 한반도 물성에 대해 연구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과학사(MA)를, 휘튼대학에서 신학(MA)을 수학했으며 1997년부터는 기독학자들의 모임인 DEW(기독학술교육동역회)의 파송을 받아 캐나다에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를 설립, 운영하면서 현재 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물리학과 역사』,『과학사와 과학교육』,『창조론 대강좌』,『기독교적 세계관』『과학사와 과학교육』등이 있으며 기독교적 세계관을 다룬 에세이집인『기독교 세계관으로 들여다 본 세상』,『기독교적 렌즈로 세상 읽기』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