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미얀마를 강타한 초대형 싸이클론으로 인해 수 만 명이 희생당하고 수 백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군사 정부는 피해를 수습하고 이재민을 돕는 일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보내 온 구호물자를 군부 독재자의 선심용 선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하면서 저는 구호 헌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14일에 중국 쓰촨성에 엄청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희생자 수가 점점 늘어나, 지난 주 사망자가 최소한 8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TV 뉴스를 통해 보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지구 한 편에서 이토록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더 이상 망설이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교우들 가운데도 하루하루 넘기기가 힘겨운 분들이 계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뭇거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 6월 한 달 동안 구호 및 선교 헌금을 드리겠습니다. 6월 22일은 교회적으로 ‘선교 주일’로 정해 놓은 날입니다. 여름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선교 활동을 위해 기도하고 특별 헌금을 하는 날입니다. 미얀마와 중국을 생각하며 구호 헌금을 드리는 것도 역시 선교에 속합니다. 어느 주일이라도 좋습니다. 22일 주일까지 ‘구호 및 선교 헌금’이라고 적어서 헌금을 하시면, 그것은 모두 선교와 구호를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 동안 구호 헌금을 모아서 연합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UMCOR에 보내왔습니다. UMCOR는 적십자사 혹은 World Vision과 견줄 만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구호활동을 펼치는 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더구나 접수한 구호 헌금 중 일부를 행정비로 사용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UMCOR는 거의 전부를 구호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UMCOR에 협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구호금을 접수한다고 광고하며 나서는 기관들이 많이 생깁니다. 지역 신문사도 나서고, 지역 교회 연합회에서도 나섭니다. 선교 단체가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몇 개의 조직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듯 자기 기관에 구호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합니다. 때로는 모금 결과를 신문에 발표하기도 합니다. 왜들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해합니다만, 동조할 수가 없습니다. 신문사도 그렇고, 교회 연합회도 그렇고, 선교 기관도 그렇습니다. 뜻이 있다면 “구호 헌금에 참여 하십시다”라는 캠페인과 함께 공신력 있는 구호 기관 이름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싶은데, 늘 이런 식입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이번에도 여러분이 드린 헌금을 모아서 드러나지 않게 믿을만한 구호기관에 보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통해 우리의 공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