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시 103:2>

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결혼 전 20대때 어머니께서는 여러가지 병 때문에 10여년간 병원을 제 집처럼 지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 졸업 후에 집으로 내려와서 동생들과 함께 어머니 병수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어머니를 간병할 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셔서 여자 화장실에 모시고 드리고 서는 힘 없이 소파에 몸을 기대었습니다. 그러고는 창 밖을 보는데 병원 근처에 집집마다 켜진 불빛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근데 갑자가 울컥해지더니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창 밖으로 보여지는 그 불빛들이 너무 따뜻해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 못한 저희 가정이 너무 비교되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사기 사건으로 풍비박산이 나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원래 장애를 가지셨던 아버지는 조금이나마 돈을 버시겠다고 섬유 공장에서 일을 하시다가 허리를 다치셔서 다리 한 쪽까지 장애를 가지시게 되었고, 동생들은 어린 나이에 겪지 않아야 할 많은 아픔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셔서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되셔서 몇 달에 한번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저도 직장 가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어머니 병 수발을 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웃는 얼굴로 따뜻한 식사 한 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창 밖에 보여지는 켜진 집들의 불빛 안에서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오랫동안 그러한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해서 오는 서러움이 갑자기 올라왔던 겁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도 저런 날이 오기는 올까?"

그리고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저녁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두움 속에 켜진 저희 집에 불빛이 저의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그 병원에서 창 밖을 보고 흘렀던 눈물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런 날이 벌써 나에게 왔었구나"

그리고 갑자기 또 한 번 울컥했습니다. 너무 감사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벌써 이런 날을 은혜로 주셨더라구요.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그 때 한 숨을 지며 아파했던 그 고백을 듣고 우리 가정을 회복시켜 주셨던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힘든 시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그 아픈 시간을 바꾸셔서 새 날을 주셨던 성실하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역사하시고 계심을 확신합니다. 우리의 모든 아픈 시간과 연약한 삶을 모아서 하나님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계심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자세히 삶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하나님께서 이미 여러분들에게 주신 은혜가 크실겁니다. 다만 잊고 지나쳐 왔을 뿐입니다. 그 은혜를 잊지 마십시오!! 분명 그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서 앞으로 여전히 은혜를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집에 있는 아내와 딸이 오늘따라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