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교수(월드미션대학교)
최윤정 교수(월드미션대학교)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쌩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근간에 자주 오르내리는 화두 중 하나가 아동학대이다. 보호자나 성인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성적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보호자로부터 방임 혹은 유기된 상태를 아동학대라 일컫는다. 어린이는 스스로 살아내거나 보호할 수 없는 약자이기에 반드시 성인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다.

오늘날 인권은 실정법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는 강력한 기본권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는 인권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속을 동시에 경험한다. 나의 생명과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한편 타인의 그것을 함부로 침해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외침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지 오래다.

오늘날 저마다의 인권을 내세워 성별, 외모, 출신, 인종, 하물며 성 정체성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쨌건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모두 성인이다. 여성, 장애인, 노인, 아동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지만 이들 중 아동을 제외하곤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유일하게 어린이들만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낼 줄도 모른다. 어린이 인권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지는 이유다.

역사 속에서 어린이는 늘 천대를 받아왔고 예수님 당시 유대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고 하셨고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오랜 세월 인간 사회와 어른들로부터 도외시 당했던 어린이의 가치와 존엄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셨다.

어린이는 어른이 지켜주지 않으면 스스로 지킬 방도가 없는 약자 중의 약자이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름으로마저 유린되는 어린이 인권의 사각지대를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모든 어른이 보호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로 그들을 지켜내야 한다. 지역사회와 민간단체가 협력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동원하는 등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공공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어린왕자에 나오는 또 다른 명구절이다. 우리 사회가 아동인권을 위해 공들일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