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첼 바첼레트 UN인권최고대표의 북한 인권 비판에 이어 미국 정부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무부는 11일(현지 시간)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 내 중대한 인권 문제들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은 인권 유린 행위자들을 기소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로 불법 살인과 정부에 의한 강제실종, 고문, 자의적 구금, 정치범 수용소의 열악한 상태, 사생활 간섭, 검열, 해외 강제노동 등 20여개 사항을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 '북한 정권의 임의적이고 불법적인 살인 부문'에서는 정치범과 반정부 인사, 강제송환된 망명 신청자 등이 처형됐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나왔으며, 국경경비대가 무단으로 탈북하는 주민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도 고스란히 보고서에 담겼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송환된 뒤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며 "북한 정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직까지 웜비어를 죽음으로 이끈 상황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 사건과 현주성 인민군 중장에 대한 총살 등도 북한 인권 문제의 하나로 봤으며, 북한 내 교화소와 집결소, 구류장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했다. 이외에도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한 혐의로 심문을 받거나 체포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한 예로 지난해 6월 구금된 뒤 추방된 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 씨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언론 등은 북한이 1970년대와 80년대 해외에서 다른 나라 국민들을 납치한 사실을 전했다"고 말하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납치 자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UN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을 인용해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납치하거나 억류한 한국 민간인은 516명이고,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납치한 민간인도 2만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인권보고서를 발표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보고서 발표 후 질의응답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변화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보고서가) 북한 정권이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보위사령부 등 보안 기구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보고서가 "수용소 내에 영양과 위생, 의료 상황이 처참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며 "일반 수용소보다 정치범 수용소의 내부 상황은 더 혹독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가) 수용소 내에 수감된 여성들이 수용소 간수 등에 의한 성폭력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으며, 북한 정부는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美국무부는 1977년부터 매해 각국 인권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 북한 인권 보고서는 모두 28페이지였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 외교와 경제, 전략 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