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현지 교계 매체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가 트럼프 대통령를 탄핵해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매체는 유명한 복음주의 지도자였던 故 빌리 그래함 목사가 1955년 창간한 것이다.
20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 중 한 명을 비난하고 그를 무너뜨릴 목적으로 외국 정상에 협력을 요청하는 데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사용하려고 했다"면서 "이는 위헌적일 뿐 아니라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품위를 낮추고 여성들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인정했다. 그의 트윗은 잘못된 묘사와 거짓, 비방의 연속"이라며 "그의 비도덕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누구를 섬기는지 기억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NYT)는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복음주의 비평가들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다(they remain a minority in a political movement)"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는 보수 기독교계의 힘과 분노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실제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를 비롯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크리스채너티투데이를 비판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나의 아버지가 크리스채너티투데이를 설립하신 것은 맞지만 그분은 그들의 사설에 동의하지 않으실 것이다. 사실 그분은 매우 실망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빌리 그래함 목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그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파적 공격에서 완전히 민주당 편에 섰다는 사실은 매우 불편하다"고도 했다.
또 "크리스채터니투데이는 공화당 의원 중 단 한 명만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민주당의 주장처럼 죄가 있다면, 공화당원들도 민주당의 탄핵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도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사실을 사실로 말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좌파가 정치적 의제로 크리스채너티투데이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라며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좌파로 기울었다고 꼬집었다.
과거 빌리 그래함 목사와 함께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대표해 온 故 제리 파웰 목사의 아들인 제리 주니어 파웰 목사 역시 최근 트위터에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정체를 드러냈다"는 글을 남겼다.
'신앙자유연합' 설립자인 랄프 리드 대표도 트위터에 "언론 매체가 분대와 저항군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며, 기독교인들 안에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슬프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매우 좌파적인 잡지 혹은 누군가의 말대로 매우 '진보적인' 잡지"라면서 "그래함 가문이 손을 뗀지 몇 년이나 지났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통령도 복음주의계를 위해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적이 없으며, 근접하지도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