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BS 1TV 성탄특집 2부작 스페셜(다큐멘터리) 제목은 '앎: 교회오빠'였다. '성탄절에까지 교회를 핍박하려나' 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자신과 가정에 들이닥친 절체절명의 상황 앞에서, 한 평범한 30대 남성이 어떻게 절망하지 않고 신앙으로 이겨내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것이다. 스러져가던 한 남성이 비기독교인 PD를 통해, 잠깐이지만 KBS 1TV를 '순수복음방송'으로 변모시켜 버렸다.
암 투병 중인 이들부터 낙심해 교회를 잠시 떠났던 이들까지,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이관희 집사는 결국 지난해 9월 16일, 자신이 세상으로 불려온 날 이 땅에서의 사명을 마치고 다시 천국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추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 곁에 찾아왔다. 오는 5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이관희 집사를 가장 잘 아는 아내 오은주 집사가 영화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남편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차례에 나눠 게재
투병했던 병원에서 위로하고 위로받는 자로 지내는 중
-이관희 집사님이 천국으로 이사가신 뒤, 지난 6개월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슬퍼하면서 보냈어요. 온전히 슬픔을 수용하고 느끼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다고 하셔서, 애도의 기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리해야 할 서류가 많더라고요.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바쁜 게 좀 지나가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1월부터는 직장생활도 시작했어요. 환우로 있던 예배와 찬양 반주로도 섬기면서, 병원에서 위로하고 위로받는 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교사로 있었는데, 아직 하나님께서 돌아가라는 마음을 주시진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집사님 가족에게 너무하신다는 생각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시나요.
"아멘. 하지만 저도 그런 생각을 가끔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나님이 실수하시는 거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언제나 하나님은 100% 옳으신 분입니다. 제 삶의 모든 과정마다 하나님께서 제 삶을 인도하셨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물론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기에 저를 이렇게 이끌고 계심에 대해 신뢰하고, 제게 주어진 모든 상황과 일들에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계획하심이 있다고 믿습니다."
고난이 닥쳤을 때, 하나님 더 깊게 만나는 게 사실
-우리는 왜 고난이 닥쳐야 하나님을 찾는 걸까요.
"그럴 때 더 하나님을 깊게 만나는 게 사실이더라고요(웃음). 그러지 않고 만나도 참 좋고 그러지 않고 만나는 분들도 많지만, 각자의 분량만큼 그런 환경을 허락하시지 않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욥은 병이 낫고 가족이 다시 생기고 갑절의 부를 얻는 등,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겨진 오 집사님이 오히려 욥과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질문입니다(웃음). 욥은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의인이자 믿음의 사람이지만, 저는 진정한 죄인이기 때문에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살아있는 게 물론 축복이지만, 욥기에서 나오는 축복을 받는 것만이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남편은 이 땅에서의 사명을 너무 귀하게 감당하고, 슬픔과 수고뿐인 이 땅에서의 삶을 잘 감당하고 '단명의 축복'을 받아 하나님께 부름받았기에, 이 집사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열매들의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 이렇게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아직 이관희 집사의 사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저도 투병 중에 사람들이 남편을 보고 '욥과 같은 믿음의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남편에게 '욥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오빠의 병도 다 고쳐 주시고 재산도 갑절로 부어 주시고 자식도 더 많이 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제게 진지하게 가르쳐줬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욥기의 진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고요. 고난의 과정 속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변화되고 정금같이 단련되는지가 중요하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 이 땅에서의 고단한 삶이 끝나지 않았고, 단련되는 과정 중인 사람입니다.
더불어 저희 남편이 이 시대의 욥과 같은 사람이라고 회자된다면, 돕는 배필로서 그 사람이 남긴 사명을 감당하며, 나중에 주님 앞에 갔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가장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오은주 집사의 가족. 영화 촬영팀의 시선은 이관희 집사의 이야기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때마다, 아내인 오은주 집사에게로 향했다. ⓒ커넥트픽쳐스 제공 |
하나님 앞에 울부짖고 매달리며, 온전히 신뢰하는 법 배워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하는 욥기 42장 5절의 고백에 동의하십니까.
"남편은 100% 동의했습니다. 저도 남편과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남편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지만, 고난의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한 순간도 저를 떠난 적이 없으셨음을 고백합니다. 안아주시는 것 같은 동행하심을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말로 다할 수 없었던 고통 가운데 있었고, 그 속에서 부르짖고 울부짖으며 힘든 시간들을 통과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 앞에 매달리고 회개하고 순종하는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저를 빚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꾸며 결혼하셨을텐데, 알고 보니 남편 이 집사님은 신앙인으로서 전혀 평범하지 않으신 분이시네요.
"'교회 오빠'의 표본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고난이 닥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기고 신앙생활도 잘 하는(웃음), 참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다가오는 환경들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착한 아들이 되고 싶어했고, 가족들에게 정말 잘 했습니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싶어해서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던,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잘 비춰지지 않지만, 남편에게 왜 힘들어하는 시간이 없었겠습니까. 무너지고 연약한 모습들도 옆에서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남편을 존경하는 이유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말씀을 치열하게 묵상하면서 그 모습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저는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좋다는 치료법은 다 찾아다니고 좋다는 약을 다 먹여봤습니다. 고3 때도 안 그랬는데 관련 서적을 모두 정독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약간 화를 내면서 '지금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고, 말씀 읽고 기도할 때'라고 했습니다. 좀 서운했지요. 도와주고 싶고 회복시키고 싶어서 그랬는데, 저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달랐던 것이지요. 저도 아픔을 겪으면서, '남편이 옳았구나' 하고 깨닫는 시점이 왔습니다."
▲욥과 같은 믿음으로 살다 간 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회오빠> 중 한 장면. ⓒ커넥트픽쳐스 제공 |
이관희 집사, 무너진 모습까지 주님 앞에 온전히 내어드려
-이관희 집사님이 이 땅에 남긴 것이 무엇일까요.
"신앙의 유산을 남겼지요. 가족에게는 아주 진하게 새겨놓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 수많은 절망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치유와 회복, 소망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자신의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 죽음의 모습까지도 주님 앞에 온전히 내어드리고 간 사람입니다. 우리가 처한 고난과 절망들이 아무리 크더라도, 십자가의 사랑보다 크지 않음을 끝까지 보여주고 갔습니다. 그것이 가장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기는 남편이 비록 하나님 부르심을 받아 천국에 있지만, 죽음을 통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이를 통해 많은 영혼들이 살아나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부부의 투병 중에, 그리고 이 집사님이 떠난 뒤 가장 힘이 됐던 말씀이 있다면.
"저는 아플 때 시편 말씀이 참 좋았습니다. 굳이 한 구절을 꼽기보다, 매일 주어진 말씀들을 묵상하는데 한 절 한 절이 다 회복되게 하시는 말씀이라 너무 위로가 됐습니다.
남편이 워낙 말씀 읽기를 좋아하고 묵상도 많이 했기에, 상황마다 주어진 말씀들을 잘 해석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재발하고 수술하기 전 간증할 기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예레미야 33장 3절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말씀대로 부르짖고 울부짖으면서 기도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분명 있으리라고 신뢰하면서 지내왔습니다.
남편이 떠난 후에는 에스겔 37장 말씀이 가장 힘이 됐습니다. '주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마른 뼈같이 죽어 있던 영혼을 살리시고 이스라엘 군대를 회복시키신 것처럼, 남편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고 그의 죽음을 통해 많은 영혼을 살릴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 슬픔을 이미 다 알고 계시니, 눈물을 거두고 기뻐하라고 하셨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