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조찬기도회 및 월례발표회가 사순절을 맞아 '고난과 부활절의 의미 되새기기'라는 주제로 12일 아침 한국중앙교회에서 개최됐다.
임석순 목사(한복협 부회장, 한국중앙교회 담임)의 사회로 진행된 기도회는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가 '십자가와 부활 신앙의 색깔'(고후12:10)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고, 이윤희 목사(전 한국군종목사단장), 이용호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서울영천교회 원로)가 각각 '한국교회 고난과 부활로 거듭남을 위해' '한국교회의 회복과 연합을 위해' 기도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과 핵심은 십자가와 부활"이라며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땅에 오셔서 온갖 고난과 핍박, 저주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서 죽으셨다가 죽음에서 부활하신 성자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심판과 저주를 받아 마땅한 우리 죄인들이 주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와 일꾼 되는 놀라운 은혜와 축복을 받아 누리게 됐다"고 했다.
특히 그는 바울, 베드로를 언급하며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의 길로 달려갔는데, 불평 불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고 고백했다"고 했다. 이어 손양원 목사와 성 프란시스, 한경직 목사, 닉부이치치 등을 언급하며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면서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순수하고 생생하게 전하게 되길 바라고 소망한다"고 했다.
이후 발표회에서는 정교회 성니콜라스대성당의 안토니오스 임종훈 신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인 주낙현 요셉 신부, 카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인 최호영 신부가 각각 정교회, 성공회, 천주교의 고난절과 부활절의 의미 되새기기에 대해 발표했다.
▲성니콜라스대성당의 안토니오스 임종훈 신부. ⓒ김신의 기자 |
정교회의 '대 사순절'과 부활절 의미
임종훈 신부는 "정교회에서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두 개의 사순절이 있고, 부활절을 기점으로는 '대 사순절'이란 용어를 쓴다"며 "이 가운데 행해지는 기도와 금식, 겸손과 회개의 실천 등은 정교회의 중요한 영적 자산이며 그리스도인들이 갖는 특권이다. 금욕 수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랑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임 신부는 "정교회는 대 사순절 이전에 뜨리오디온 기간을 통해 영적 순례의 길을 간다"며 "첫째 주일인 세리와 바리사이파 주일을 보내며 겸손의 마음을 갖고, 둘째 주일인 탕자 주일을 통해 회개의 삶을 산다. 이어 최후의 심판 주일이라 불리는 금육 주일에 기도와 금식의 시간을 갖고, 끝으로 용서 주일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이어 "정교회의 대 사순절 기간은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고 주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전례적인 삶을 산다"며 "첫째 주일인 정교 주일과 다음 주일인 성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 주일은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이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주일인 십자가 경배 주일을 지나 넷째 주일 성 요한 클리막스 주일에 들어서면서는 더 이상 참회와 노력을 강조하지 않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성취된 사건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집트의 성 마리아 주일과 성지 주일의 전례를 통해 죄질이 깊은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단 것을 배우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을 간다"고 했다.
또 임 신부는 "정교회에 있어 부활절의 의미는 죽음에 대한 승리, 구원을 가져다 준 승리다. 부활의 경험은 주님의 부활에 대한 기억일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쇠신시키는 인격적 경험이고 만물의 종말론적 경험이 따라온다"며 "형제를 돕고 봉사하는 등의 디아코니아야말로 정교회의 성찬예배 정신을 확장하고 표현하는 것이고,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핵심"이라고 했다. 이밖에 여러 이콘(성화상)에 대한 해석을 소개하며 "부활은 주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사랑의 완성이고 결과"라고 했다.
성공회의 부활-성삼일 전례, 구원과 부활의 삶과 영성
"존 웨슬리, C.S루이스, 톰 라이트 등의 분들이 성공회 복음주의 전통에 있는 분들인데, 오늘의 자리가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함께 나갈 길이 된 거 같다"며 발제를 시작한 주낙현 신부는 "성공회는 지역과 종교개혁, 교파와 전통을 나누는 여러 방법 중 전례적 교회와 비전례적 교회로 나눈다"며 "전례 전통의 교회가 생각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구원의 사건, 그 행동과 해석을 나누려 한다"고 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인 주낙현 요셉 신부. ⓒ김신의 기자 |
주낙현 신부는 "성공회도 개신교와 같이 인간의 유한성을 기억하는 재의수요일부터 사순절을 시작한다. 구원 사건은 전례력(교회력)의 핵심인 성삼일에 일어났다. 이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사건을 다른 말로 '파스카'(pascha) 신비라고 라는데, 구원을 축하하는 전례는 성삼일(聖三日 Triduum Sacrum) 사건에 기초하고 있다"며 "성공회는 전례 전통 안에서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또 "성공회는 성 대주간, 고난의 주간, 부활절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수난, 죽음, 부활을 기념한다"며 "이 기간은 인간의 죄악, 죄적 모습을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으로 하나님께서 펼치신 은총의 결과인 창조의 세계를 배신하고 타락한 삶, 예수 그리스도와 최후의 만찬의 자리에서 배신할 생각을 하는 갸롯 유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임을 돌아본다. 또 '원초적 성사', 즉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희생하시고 섬기시고 고난 받으시고, 부활 하심으로 창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새 창조로, '죄를 씻는다'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옛 것의 죽음을 경험하고, 새로운 희년을 노래한다"고 했다.
이밖에 주낙현 신부는 부활 찬송, 이콘(성화상)의 해석, 말씀의 전례, 세족, 세례, 성찬례 등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전통의 전례는 선조들과 우리의 경험을 이어주고, 그 만남을 더욱 풍요롭게 하려는 안전 장치"라며 "이런 점에서 전례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징은 의미만을 담지 않고 만남을 주선하는 매개체로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카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인 최호영 신부. ⓒ김신의 기자 |
사순 시기 성주간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 교회의 전례적 이해
최호영 신부는 전례 주년의 형성 과정에 대해 소개한 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 목요일 주님 만찬 전까지 총 44일로, 성지주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인 성주간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집중적으로 묵상하고, 성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대한 파스카 신비를 기념한다. 그리고 성령강림대축일(Petecostes)까지의 50일(오순절)인 부활 시기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주간의 첫 날인 주님수난성지주일은 예수님께서 벳파게부터 예루살렘까지 걸으셨던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념하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면서 공관복음의 수난기를 3년 주기를 노래한다"며 성 월요일, 성 화요일, 성 수요일 등 각 요일 별 전례를 소개했다.
또 발 씻김 예식, 성체 조배 등의 전례가 있는 주님만찬저녁미사,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으로 구성된 주님 수난 예식, 기도와 단식 등을 통해 "요한복음에 의한 수난기를 낭송하거나 노래하면서 예수님께서 잡히시고 수난 당하심을 기억하고, 주님의 수난과 죽음, 저승에 가심을 묵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말씀의 전례, 찬송, 세례식, 정찬 전례 등이 함께하는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와 부속가(Sequentia), Victimae Paschali laudes를 노래하는 '낮미사'에 대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