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와신학> 창간 30주년 기념 '한국교회 예배 톺아보기' 세미나에서 안덕원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교회 다양한 예배를 탐방한 후 평가와 함께 10가지 실천 항목을 제안했다.

안덕원 교수는 "예배는 항구적 요소를 가지면서, 형식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한국교회 예배는 창의적 재해석과 상황화가 이뤄진, 온전히 성육신된 수준의 예배인가"라며 "교회 공동체가 속한 환경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창조적인 예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성숙한 예전의 잔치를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전통과 현대, 거룩과 친밀, 형식미와 유연성은 얼마든지 공존 가능하며 무궁무진한 응용과 통합, 그리고 창조의 가능성은 우리 앞에 활짝 열려 있다"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주보고 대화하는 복된 발걸음에 더욱 많은 교회가 기쁨으로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안 교수가 소개한 10가지 실천 항목.

첫째, 예배의 불변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 혹은 본질적 요소와 비본질적 요소를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예배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나, 예배의 표현 방식은 다양성을 가지며 이러한 다양한 예배 전통에 대한 존중은 당연하다는 것.

그렇다면 예배의 본질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폰 알멘(J. J. Von Allmen)은 '성서적 충실성, 전통에 대한 존중, 하나님 나라와의 관련성, 그리고 현재'를 예배 표현의 규범으로 제시했다. 김세광 교수는 하나님의 주권적 부르심과 회중의 언약적 관계, 그에 기초한 고백과 영광의 표현이 예배의 본질적 요소로 주장했다.

예배가 니케아 신조가 내세우는 단일성(unity), 거룩성(holiness), 보편성(catholicity), 사도성(Apostolicity)을 갖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 구원사의 구현과 예배 공동체의 신학적 정체성,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 등을 더하고자 한다.

둘째, '기도(예배)가 신앙(믿음)을 형성한다(lex orandi est lex credendi)'는 전통과 예문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은 여전히 한국교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많은 교회들이 나름의 예배 신학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대개 예배의 언어가 감성적 측면에서만 이해되는 것은 아쉽다. 바람직한 예배 언어는 지성적 언어, 감성적 언어, 윤리적 언어가 적절하게 섞인 방식이며, 어떤 언어에 더 비중을 두느냐는 예배 공동체가 결정할 몫이다.

셋째, 형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일부 교회에서 발견되는 예배의 지나친 단순화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예배의 사중구조, 성찬의 회복, 교회력 사용에 있어 대다수 한국교회는 집회적 영성이 깊이 뿌리내린 까닭인지 여전히 '개척자 예배'와 유사하다.

전통적 요소들에 절대적 가치들을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신앙과 신학을 점검하는 수단으로서 전통이 기여하는 바를 분명히 인식하고 적용할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넷째, 모방과 답습을 넘어 신학이 있는 창조적 예배 공동체를 추구하라.

한국 개신교회들은 예배 형식이 대단히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비형식적인 '개척자 예배'의 틀 위에 다른 요소들과 약간 블렌디드돼 있다. 천편일률적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하겠지만, '창조성 결여'는 분명 느껴진다.

창조적 예전을 갖추기 위해 그 공동체가 잘할 수 있는 것, 보완해야 할 것들을 찾아야겠다. 예를 들어 성찬식과 관련해 예문을 그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절기와 설교 내용, 교회의 형편에 따라 변화를 준다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다섯째, 비언어적 소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적용이 필요하다.

예배에서 표정과 어투, 손과 발의 동작이 갖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비언어적 소통의 범주에는 예배에서의 동선과 지체의 시간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대중연설의 총체적 효과는 7%의 내용, 38%의 청각적 요소, 55%의 시각적 요소(얼굴 표정 등)로 이뤄진다는 '메라비안의 법칙(The Rule of Mehrabian)'은 예배에서도 유용하다.

여섯째, 예배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

개신교적 건축이라고 보기에 민망하거나 지나친 장식으로 교회다움을 상실하는 실수가 없는지 심각한 고찰이 필요하다.

<교회건축과 예배 공간>의 제임스 화이트는 바람직한 교회 건축의 조건으로 유용성, 단순성, 유연성, 친근감, 그리고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작은 공간이 갖는 장점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공간의 크기와 모양에 어울리는 적절한 장식과 상징의 활용으로 공간을 거룩하고 유용하게 사용해야겠다.

일곱째, 다양성에 마음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자.

소위 예전적 전통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한국교회가 가진 개인적 헌신과 회개의 가치도 마찬가지로 폄하되지 않아야 한다. 저마다 선호하는 예배 혹은 예배 형식과 요소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이나, 본질적 요소에 충실하다면 형식과 요소는 얼마든지 다양성을 가질 수 있고, 자율성과 창조성이야말로 개신교 예배의 정체성이다.

초대교회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 모방이나 현대 예배에 대한 추종과 답습을 넘어, 다양한 예배 전통들을 사랑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절대적인 모범을 찾기보다, 더욱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음악과 예술, 건축과 상징의 사용에서 한국교회는 좀 더 다양한 시선과 적용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이 다양한 예배를 체험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하나님의 사역과 인간의 사역(Gottesdienst)이라는 이중적이고 관계적인 예배의 정의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계시만이 강조된 설교 중심 예배나, 찬양과 같은 응답이 주를 이루는 예배는 자칫 균형을 잃기 쉽다. 예배의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예배의 이중적 의미와 목적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계시와 응답이라는 두 가지 축이 적절하게 배열된 예배가 절실하다.

아홉째, 평신도들의 예배 참여가 더욱 다각적이며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배 순서에 평신도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100주년기념교회와 지구촌교회가 대표적이다. 소통, 평등, 배려 같은 가치들이 예배 속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열째, 예배를 일상과 연결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배는 모임인 동시에 파송이기에, 성도의 일상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성도들의 개인적인 삶, 지역사회의 필요, 세상을 향한 성도의 소명이 예배와 만날 때, 예배자들은 변화산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청파교회의 사순절 달력처럼, 실천 가능한 목록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점검하는 기회를 통해 예배가 삶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신앙생활에서 생활신앙으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