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선 목사님의 회개와 은혜사모와 기도와 전도의 영성을 염원하며'를 주제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복협 명예회장)와 최복규 목사(한국중앙교회 원로)가 20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대담을 나눴다. 발표에 이어, 두 목회자는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최 목사님은 김치선 목사님에게서 2년간 직접 신학을 배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최복규 목사: 네, 그렇습니다. 그 분 하면 기억에 남는 것은, 분필을 들고 강의를 하시다가도 12시 정각만 되면 일어나서 나라와 민족을 구원시켜 주시고, 2만 8천 동네에 우물을 파게 해 주시고, 3천만의 십일조인 3백만을 드릴 수 있게 해 달라며 민족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저도 거기에 은혜를 받아서, 남이 파놓은 우물에 기웃거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신학교 졸업 후 이 교회 저 교회에서 초청을 받았지만, '새 우물을 파기 위해'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지금의 한국중앙교회입니다. 저는 한 교회에서 시작하고 마쳤습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개척하면서 김치선 목사님처럼 인재 양성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계절 성경 신학교(시즌 바이블 스쿨)'를 시작했습니다. 가난했던 동네에서 다른 것 없이 학생들 모아놓고 밤낮으로 성경 본문을 읽어가면서 함께 공부했습니다.

6·25 직후였던 당시 빈민촌이던 금호동에는 어린아이들이 맨발로 다니고 걸레를 걸치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손수건과 실바늘을 준비시켰습니다. 오는 아이들 양말이나 신발을 꼬매주고, 코흘리는 아이들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도록 말입니다. 헌금이 조금 나오면 그들에게 양말이나 신발을 사 줬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난해서 학교를 못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타락을 막기 위해 소위 '재건학교'를 열어, 교회 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가르치게 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치르게 해 중·고교로 보내줬습니다. 그때 재건학교 출신 중 한 여성분은 지금도 저희 교회에서 전도사로 시무하고 있습니다. 재건학교는 후에 신학교로 발전했습니다.

1958년부터 한국교회에 분열이 시작됐는데, 저라도 통합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 학생 97명을 데리고 김치선 목사님이 세운 대한신학교와 합쳤습니다. 학교가 뜻하지 않게 부흥하니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부학장 직함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로 김치선 목사님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분은 굉장히 청빈하셨고, 설교와 강의, 기도와 부흥운동에 열정이 있었습니다. 12시만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기도하셨습니다. 기도만 하면 그렇게 우셨고, 그래서 '예레미야'라고 불렸습니다. 12시 정각이면 기도하시고 기도만 하면 우시는 것만큼은 아직까지 닮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치선 목사님은 '한국의 예레미야'로 불리셨습니다.

김명혁 목사: 선지자 예레미야가 늘 울지 않았습니까? 김치선 목사님도 새벽기도 때마다 우셨습니다.

사실 길선주 목사님이 시작한 것은 부흥 운동이 아니라, 회개 운동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중 첫 번째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회개입니다.

바울 사도처럼 회개를 많이 한 사람이 없습니다. 3백만명 십일조 운동은 잘 모르지만, 매일 울면서 복음전도를 하신 모습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조용기 목사님이 전도사 시절 김치선 목사님 집회에 자주 참석하셔서 은혜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지난달 주제였던 이성봉 목사님도 그렇지만, 김치선 목사님도 늘 회개를 강조했습니다. '죄 지은 사람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은 사람이 지옥 간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사는 법은 있어도 신자가 은혜 없이 사는 법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김치선 목사님도 산기도를 그렇게 사모하셨는데, 요새 저도 그런 걸 못하고 게을러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목사님에게 제가 좋아하는 한경직 목사님을 만나게 해 교제하도록 한 일도 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은 온유하고 겸손하고 화해를 추구하시고, 김치선 목사님은 은혜를 사모하고 사모하는 분이셨습니다.

김치선
▲김치선 목사. ⓒ대한신학원대학교

-워낙 분주하고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오늘날, 후배 목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명혁 목사: 신앙의 선배님들을 바라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목회자들이 현대 유행과 지식을 너무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수님을 바라보겠지만, 예수님이 너무 높은 곳에 계시니 바울을 비롯해 길선주, 이기풍, 주기철, 손양원 목사님 같은 신앙의 선배님들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이 왜 있습니까? 믿음의 선배들을 열거한 뒤 12장에서 '그러므로 예수를 바라보자'고 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안타까운 것은, 요즘 신앙의 선배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선임 목사도 무시하고, 선배들도 무시합니다. 그 분들도 완전한 분들은 아니지만, 나 자신을 부인하고 귀한 분들을 바라보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최선을 다해 사역했으면 합니다.

너무 유명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우리의 약함이 오히려 유익할 수 있습니다. 실패가 성공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완전해지려고 하지 말고, 약함을 지니면서 최선만 다하면 좋겠습니다.

최복규 목사: 제 자식도 목사이고 신학교 교수입니다. 만나면 '큰 교회 하려고 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키우는 건 하나님이 다 하실테니, 우리는 씨를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줄 뿐입니다. 억지로 큰 교회를 만들려고 신경쓰지 마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교수, 유명한 목사 되려고 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잘못 하면 주님의 양을 기르는 게 아니라 '내 양'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공부도 제자훈련도 많이들 하지만, 가만 보면 예수님 제자가 아니라 '자기 제자'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교회가 아니라 내 교회가 되고, 내 구멍가게, 내 회사처럼 내 자식에게 또는 아는 사람에게 물려주고 전수하려 합니다. 부디 큰 교회 만들려고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