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교와 분당 갈보리교회(담임 이웅조 목사) 주최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위한 세미나가 10월 29일 '위기, 변화, 리더십'을 주제로 갈보리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오전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Mark Labberton) 총장은 다니엘서 1-3장을 본문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리더십(Leadership in a World of Change)'을 주제로 강연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많은 역사학자들은 '사람들은 당대의 위기가 역사상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 역시 역사학자로서 이러한 사고 경향에 도전하는 글을 써 왔지만, 지금 이 상황이 역사 속에서 유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오늘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위기, 우리가 대면한 도전은 어떤 것들인가"라고 질문했다.
래버튼 총장은 "한국교회가 대면하고 있는 많은 위기와 그로 인한 변화들은 실로 독특하고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여러분들은 그 물 가운데 헤엄치고 있기에 그것을 명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급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전 세대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던 경제적·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고, 우리 모든 영역은 그에 의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그가 말하는 첫 번째 도전은 '기술 발전에 의한 변화'이다. 이에 대해 "기술 발전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굳이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됐다. 더구나 미국 서부보다 한국 문화는 몇 배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걷는 속도도 빠르더라. 한국 사람들의 모든 노력은 효율성에 입각해 판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변화는 '힘(권력)'이다. 그는 "18세기 이후 전 세계는 끊임없이 민주화를 위해 전진해 왔지만, 지금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이를 거스르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선거가 대표적"이라며 "브라질 국민들은 '독재 정부(dictatorship)'를 원했다. 권력이 재정의되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판단하던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음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교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목사의 힘과 권력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지만, 교회 안에서 옛날처럼 한 사람에게 권위와 권력을 집중시키는 모습이 목격된다"며 "우리는 종교개혁을 통해 중앙집권적 로마가톨릭 교회보다 민주화됐다고 할 수 있지만, 교회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 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됐고, 힘과 권력에 대한 정의와 형태도 다양해진 것"이라고 했다.
래버튼 총장은 "한국교회에 와 보니 교회 내 권위와 권력의 형태가 다양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간섭하고 있는 것이 '기술'임을 알게 됐다"며 "누구나 원하는 순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생겼다. 정보의 힘이 권력과 함께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설교자가 단상 위에서 이야기하면, 회중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갈보리교회에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그는 "이렇듯 모든 것을 확인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목사의 말에 대한 권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목사의 말은 사람들의 '주머니 속 기계'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된다"며 "이처럼 지금은 기술과 힘과 시간이 충돌하고 있는 시대가 됐다. 돈과 가정, 관계마저도 이 세 가지의 충돌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래버튼 총장은 "그러나 동시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기술과 힘과 시간이 아무것도 변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하나님께서 각자 독특하게 지은 사람들로서, 우리의 소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교회는 오랫동안 결코 변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돼 왔지만, 지금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성장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퇴락하고 있다. 흥망성쇠의 모든 것이 바로 이웃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미 북반구의 많은 교회들이 영향을 미친 남반구 교회가 오히려 북반구 교회들을 돌보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모든 것이 다시 쓰여지고 있는 오늘날과 비교할 수 있는 성경 속 배경은 '포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가 명령하신 것들을 신실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언자는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며 "예언자(선지자)는 이스라엘을 향한 이러한 변화를 경고하기 위해 계속 나타났다. 그들은 포로 시절 보냄을 받아,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 명백히 밝히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래버튼 총장은 "포로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갖고 있다고 여겼던 권력, 그들이 의지했던 기관, 예배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성전,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으로 여겼던 특별한 절기 등이 다른 힘에 의해 모두 씻겨져 버렸다"며 "상상도 못한 이 상황 가운데 그들이 경험한 것이 바로 '위기, 변화, 리더십'이었다.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다시 도전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는 다니엘서를 너무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서만 사용해 왔다. 우리는 이 시간 다니엘서를 통해 말씀하시려는 하나님의 긴급한 메시지를 봐야 한다"며 "기술과 힘이 재정의되고 있는 변화의 시대, 우리가 보여야 할 가장 중요한 반응은 '좋은 기술력만 확보되면 모두 해결되리라는 거짓'에 속을 수 있음을 아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다니엘서에서 목격하는 위기는 너무 깊고 커서, 우리가 정말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의 위기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단순한 현상과 기술 변화가 아니라, 우리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사랑받고 있는지, 절망 가운데 소망을 줄 수 있는 답이 있는지, 불의의 세계 속 정의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묻고 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왼쪽)이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마크 래버튼 총장은 "다니엘과 세 친구는 당시 느부갓네살 왕이 명하는 음식만 먹을 수 있게 조치됐지만, 그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체성 위기를 발견했다. 느부갓네살 왕은 민족성과 문화, 언어 등을 모두 바벨론에 동화시키는 정책을 쓴 것이기 때문"이라며 "놀라운 사실은 다니엘과 세 친구는 정체성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누구인가'를 넘어, '그들이 누구의 것인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래버튼 총장은 "다니엘과 세 친구는 그들이 바벨론화되면 그들의 밑에 있게 될 많은 사람들 역시 바벨론화될 수 있음을 정확히 꿰뚫어봤고, 맞서야 함을 이해했다"며 "느부갓네살 왕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던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특정한 영역에서는 협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 '음식으로 나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작정함으로써, 그들이 누구에게 소속된 존재인지를 기억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기가 너무 심각하고 변화가 너무 빠를 때,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절망이 너무 클 때, 우리는 쉽게 휩쓸릴 수 있다. 생존 의식은 너무 강하기에, 좋은 음식과 새로운 언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깨달았다. 우리도 급변하는 세대와 시간 속에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기술과 힘, 시간은 우리가 정말 누구인가를 말해주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느부갓네살 왕처럼 보이진 않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이 이것 때문에 변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느 때보다 동화되기를 강요받는 시대"라며 "여러분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순간, 여기에 얼마나 매여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삶의 방식을 잃어버린 듯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우리는 변화와 위기의 시대 속에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떤 힘이 진정한 힘인가? 가장 큰 위협에서 덜 위협적인 것을 분별해낼 수 있는가?'"라며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체성과 힘과 위협에 대해 혼돈을 주는 존재들과 함께한다면, 우리의 리더십은 길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마크 래버튼 총장은 풀러신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버클리 제일장로교회에서 16년간 담임목사로, 2009년부터 풀러신학교 로이드 존 오길비 설교연구소 소장으로 섬겨왔다. 2013년 리처드 마우 박사에 이어 풀러신학교 제5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주요 저서로 <껍데기 예배는 가라>, <제일 소명> 등이 있다.
컨퍼런스에서는 이후 진재혁 목사(지구촌교회)가 '변화', 김창환 박사(풀러신학교 코리안 센터장)가 '위기, 변화, 리더십: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공공신학적 조명', 김아영 박사(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이슬람 선교의 이해', 조은아 박사(풀러신학교)는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제목으로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