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얼마 전, 남북한 연예인들이 먼저 모여 하나가 되었던 축제 형식의 예술제가 평양에서 있었습니다. 북측의 연예인들을 알지 못하기에 차치하고서라도 남측을 대표하는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당대의 스타들이었습니다. 조용필, 이선희, 그리고 레드 벨벳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갔던 가수는 다름아닌 '강산에'라는 가수였습니다.
일찍 이민을 오신 연세가 있으신 교우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졌을 '강산에'라는 가수에게 제 관심이 갔던 이유는 그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공연 내내 울음을 참으며 실향민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에 관해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을 / 볼 수는 없었지만 /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 내 아버지 레퍼토리 / 그 중에 십팔 번이기 때문에 / 십팔 번이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강산에라는 가수는 한 번도 북한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두만강을 가 본 적도 없고 흥남부두를 가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두만강과 흥남부두에 관련된 노래를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노래들이 실향민이셨던 부모님들의 18번이었기 때문입니다. 고향 생각이 나실 때면, 부모님들이 늘 그 노래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그 노래를 부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라고 말입니다.
강산에의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노래가 너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렁그렁한 눈물을 참으며 그는 이 가사를 세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꼭 한 번만이라도~ 꼭 한 번만이라도~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도대체 무엇이 이 남자를 이토록 간절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단순히 그곳이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그토록 간절했던 것은 그가 평생 보면서 자라났던 아버지의 마음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늘 눈물로 부르셨던 아버지의 18번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 때문에 그 노래를 만들었고, 그래서 그는 마침내 그 곳에서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강산에라는 가수에게 있어 아버지는, 그렇게 고향을 못내 그리워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천국 이야기가 우리의 18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 18번과 어울리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떠난 후에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를 그리워하며 같은 천국을 그리워하며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주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자녀들에게 무엇을 주고 계십니까? 자녀들이 늘 듣고 있는 우리의 18번은 무엇입니까? 진심으로 본향을 그리워하는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