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호산나교회 유진소 목사가 지난 11월 4일 '선악과인가 생명나무 열매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세습'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명성교회 사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에둘러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유 목사는 "요즈음 한국교회에서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세습 논쟁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씁쓸하기가 그지없다"며 "같은 시대에 교회를 목회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마음 뿐"이라는 말로 칼럼을 시작했다.
이어 "솔직히 저는 세습이 옳다 아니다 그런 단정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만약에 부득이하게 그리고 반드시 필요해서 세습을 해야 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이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이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온전히 바른 것은 아니라할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때 하나님도 그렇게 하도록 하실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목사는 "이런 의미에서 세습도 부득이한 상황 속에서 필요하면 용납될 수 있다는 말"이라며 "그런데 최근에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세습의 이야기는 그 동기와 의도가 그렇게 좋지 않다. 영적으로 깨끗하다고 바르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룩하지 못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으며,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심지어 십자가를 운운하면서 이 모든 것을 나름 멋있게 포장하려고 해도, 그 속에 있는 의도가 결코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더욱 더 마음이 아프고 처연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유 목사는 "이 한국교회의 세습의 논란을 보면서 저는 우리 교회에도 왔었던 Ron Smith 목사님의 강의를 떠올렸다. 그것은 '선악과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생명나무 열매를 먹을 것인가?'에 대한 강의였다"며 "결국 인간의 타락이란 '선악과', 즉 지식의 나무를 선택하고, 그래서 생명나무 열매를 먹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그것은 처음 에덴동산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라며 "반면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을 받은 우리는 바로 생명나무 열매를 먹은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생명나무 이시니까. 그래서 교회는 '생명나무 열매를 먹은 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유 목사는 "그런데, 최근 한국 교회의 이 세습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원하지 않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그것이 혹시 선악과를 따 먹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그것"이라며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것', 바로 그 선악과를 따먹는 그런 것 말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음을 알면서도, 너무나 욕심이 나서 그래서 결국 사탄의 논리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속이고 따먹고야 만 그 슬픈 스토리가 자꾸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생명나무 공동체가 선악과를 다시 따 먹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악과인가? 생명나무 열매인가?' 이 시대의 교회가 정말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고 결단해야 할 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