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가 '실낱 같은 은혜의 감격'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영성일기를 작성했다. 유 목사는 자신의 SNS에 "어느 지방 임원훈련에 말씀을 전하러 갔는데, 강단에 올라가 모인 교인을 보니 얼굴이 너무나 굳어 있었다. 마치 '빨리나 끝내 주세요' 하는 것 같아 숨이 탁 막히는 것을 느꼈다"며 "조심스럽게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교인들의 얼굴이 점점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첫 시간을 마치고 10분간 쉬는 시간에 지방 선교부에서 빵과 우유를 나누어 주었는데, 간식을 드시는 교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얼굴이 다 펴져 있었다. 옆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하는데,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며 "말씀보다 간식이 훨씬 은혜가 있음을 보았다. 그때 '나는 언제나 간식보다 더 충만한 은혜가 있는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무리 설교 잘하려 애를 써도, 간식보다 충만함을 주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간식 보다 더 은혜가 되는 설교를 하려는 마음을 접었다"며 "설교 잘 하려 하니 고민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저 예수님만 전하기로 했다. 모인 사람들이 제가 전한 말씀으로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게 되었다면 감사할 뿐, 저 자신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고 말했다.

유기성 목사는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권면대로, 제가 더 거룩하고 훌륭하고 존경받는 목사가 되려는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았다. 저는 여전히 육신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저를 볼수록 육신만 더 드러나게 될 뿐"이라며 "저는 오직 저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믿고 바라보며 고백하고 증거하고 싶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 예수님에 대하여 설명하기보다, 함께하시는 예수님, 그 분을 증거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유 목사는 "어제도 설교하기 전에 기도하는데, 마음이 너무나 애통했다. 그렇게 설교할 자신이 없는 것인지, 그렇게 준비된 설교가 아니라는 것인지, 주님의 마음이 느껴져 심령이 강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며 "제가 준비한 설교에 은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낱같은 은혜 같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러나 주님은 은혜의 역사가 실낱 같다면, 실낱 같은 대로 소중하게 여기라 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주님께서 역사하시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라, 실낱 같이라도 역사하시는 것이 분명하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고, 감격스러운 일인가"라며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급히 가서 그 사실을 전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기가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기 원한다면 넌센스일 것이다. 말을 더듬으면 어떤가? 전해야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전달했다면 잘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동안 설교하면서, 얼마나 제가 말 잘하는 사람인 것을 인정받으려 했었는지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고 죄스럽다. 설교가 힘들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설교를 통해 저 자신이 평가받으려 했기 때문이었다"며 "받은 은혜는 실낱 같은데, 강물처럼 전하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래서 저 스스로 설교를 망쳐 버렸던 것이다. 욕심에 눈이 가리운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설교자에게는 정말 두려운 미혹"이라고 했다.

유 목사는 "설교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한편 대단히 쉬운 것이다. 설교자는 주님께서 주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주님이 부활하셨어요' 하며 달려가며 외치던 여인처럼,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한 이 사람을 와 보세요' 하던 사마리아 우물가 여인처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낱 같은 은혜여도, 그것이 주님의 역사가 분명하다면 감격하며 정직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그러면 다음에는 샘물처럼, 그 다음에는 강처럼 주님께서 역사해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