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박사(내과/신장내과)
조동혁 박사(내과/신장내과)

이번 주, 필자를 찾아온 한 환자분을 보면서 또 한번 안타까운 마음을 그냥 넘길 수가 없어 이 글을 쓴다.

70세 되신 남자 분이신데,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서 자신의 몸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일만 하고 사셨다고 한다. 행정상의 문제로 메디케어를 70이 되어서야 받고는 지난 달에 필자를 처음으로 찾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 년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던 중 두 번씩이나 졸도를 경험한 일이 있으셨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괜찮아져서, 그리고 의료보험도 없다보니 병원 진찰을 제대로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몸이 약간 피곤하고 가끔 붓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려니 하고 지나치다가, 올 여름 메디케어 수혜자가 되고서야 필자를 찾아 진료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가 진찰한 결과, 심전도에는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심장 정밀검사를 꼭 받으실 것을 권고해 드렸다. 그리고 2주 후에 다시 내원할 것도 당부했다.

하지만 한달이 넘어서 다시 내원한 이 환자분은 선교활동을 갔다오느라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목감기가 걸렸으니 감기주사를 한 대 놓아달라고 하셨다. 하루 전에 다른 병원에 가서 감기주사를 맞았는데 낫지 않아서 다시 오셨다고 했다.

필자는 감기가 아니라 심장에 문제가 있으셔서 목 쪽이 아픈 것 같으니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 환자분은 앰블란스 이용을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곧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에 가서 아내와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후 오후 늦게서야 응급실로 가셨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환자분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쓰러져 호흡정지가 와 그날밤 응급수술을 받으셨다. 심장 수술을 하긴 했지만 너무 손상이 심해 현재 사경을 헤메고 계신 상태다.

그 환자의 아내에 의하면, 지난달 남편은 이제는 70이 되었으니 자녀들 생각, 돈 생각 모두 하지말고 자신 둘만을 위한 삶을 살자고 하며 안아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한달 후인 이번 주, 남편은 아내에게 병원에서 필자가 걱정하는 병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전하지 않고, 오히려 병원에 갔더니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데리러온 아내에게 집으로 가자고 하여 함께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그런 후, 아내에게 자신의 인생이 70살에 마무리 될 것 같은데 같이 못 있어 줄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시고는 응급실로 가자고 했단다.

먹고살기 위해 바쁘게 일만 하다보면 자신의 건강도 챙기지 못한 채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는 살만해지니까 병이 찾아왔다는 말은 의사를 하면서 환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이럴 때 필자는 다시 되묻는다. “그 일, 그 사업을 왜 하십니까?”라고. 그러면 환자들은 모두 “먹고 살려고”라고 답한다. 그런데 왜 죽으려고 하는 것처럼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일하냐고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위의 환자분이 몇 년전 졸도를 했을 때 바로 의사를 찾아 갔었다면 진료비는 몇 백불, 정밀검사를 하더라도 2천불 정도면 됐을 것이다.

자동차의 트랜스미션이 안좋으면 3~5천불의 수리비를 쓴다. 그래봤자 그 차를 더 탈 수 있는 건 몇 년뿐, 그후 새 차를 사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몸으로 바꿀 수 없이 100년 동안 쓸 수 있도록, 몸과 생명 유지를 위해 망가져가고 있는 자신의 장기를 위해 몇 백불의 진료비가 아까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말기가 되어서야 그저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신의 내일 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내일을 위해 오늘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다.